생활건강
햇볕 너무 뜨거운 ‘오전11시~오후3시’에는 외출 자제하세요
최지우 기자
입력 2024/08/03 10:30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온열질환 발생 위험이 커진다. 질병관리본부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의하면, 지난 5월 20일부터 7월 22일까지 전국에서 674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이중 대다수(54.5%)가 낮 시간대(12~17시)에 온열질환을 겪었으며 65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 환자의 30%를 차지했다. 실내 환자보다 야외 작업장이나 논밭, 길가 등 실외에서 발생한 환자가 82.9%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손기영 교수는 “온열질환에 스스로 대처가 어려운 노인, 아이, 만성질환자는 실외활동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시간 고온에 노출된 상태로 수분 보충이 원활하지 않으면 일사병이 생길 수 있다. ▲어지럼증 ▲피로 ▲오심 ▲무력감 ▲발열 ▲발한 ▲홍조 ▲빈맥 ▲구토 ▲혼미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손기영 교수는 “일사병 증상이 나타나면 서늘한 곳에서 안정을 취하고 물과 전해질을 보충해줘야 한다”며 “만약 40도 이상 고열이나 의식 저하를 겪는다면 급속냉각요법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해 빠르게 병원에 내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열사병은 노인, 심장질환자, 치매 환자, 알코올중독자, 정신질환자 등이 오랜 기간 고온다습한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 발생한다. 일사병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땀이 나지 않는다. 오심, 구토,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부체온이 40도를 넘어간다. 손 교수는 “열사병 증상이 나타나면 환자를 즉시 그늘로 옮기고 옷을 풀어 시원한 물수건으로 닦으며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빠르게 이송해야 한다”며 “찬 물을 마시게 하는 건 체온 저하에는 도움이 되지만 의식이 없을 때는 질식 위험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운 날씨에 오랜 시간 운동하다보면 근육이 경련하는 열경련 발생 위험이 높다. 열경련 발생 시 시원한 그늘에서 근육을 스트레칭하고 전해질이 함유된 음료를 마시는 게 좋다. 전해질 음료가 없는 경우 물 1리터에 소금 한두 티스푼을 넣어 마시면 된다.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면 피부가 빨갛게 달아오르고 통증이 생기는 일광화상을 겪기 쉽다. 심할 경우, 얼굴과 팔다리가 붓고 열이 오를 수 있다. 일광화상이 발생하면 찬물 찜질을 하고 통증이 심한 경우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 손기영 교수는 “일광화상을 예방하려면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외출을 자제하고 이외 시간에는 얇은 겉옷으로 노출된 피부를 가리거나 선크림을 꼼꼼히 바른 뒤 외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여름철 장시간 냉방기기를 사용하면 냉방병이 생길 위험이 크다. 실내외 온도차가 섭씨 5도 이상이 되면 자율신경계가 바뀐 온도에 적응하기 어려워 냉방병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냉방기가 실내 습도를 낮춰 호흡기 점막을 건조하게 만들어 기침을 동반한 감기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드물게 레지오넬라균 감염에 의한 냉방병이 발생하기도 한다. 레지오넬라균은 대형 건물용 냉방기에 사용되는 냉각수에서 잘 번식하는 균으로, 냉방기가 가동될 때 공기 중으로 분출돼 감염을 일으킨다. 감기와 유사하게 ▲열감 ▲두통 ▲설사 ▲근육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이정아 교수는 “냉방병 예방을 위해서 실내외 온도차를 줄이고 실내를 주기적으로 환기시키는 게 좋다”며 “실내 온도는 여름철 적정 온도인 섭씨 24~25도를 준수하고 틈틈이 환기시켜 습도 30~40%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냉방기 청소는 기본이다. 세균이나 곰팡이가 서식하기 쉬운 내부 필터는 최소 2주에 한 번씩 청소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정아 교수는 “찬 음식이나 찬 음료를 자주 섭취하는 것도 냉방병에 걸리기 쉬운 몸 상태를 만들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냉방 중인 실내에 오래 머무른다면 따뜻한 음료를 자주 마셔 수분을 보충하고 얇은 긴팔을 착용하는 등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는 게 좋다. 이 교수는 “과로나 수면부족을 피하고 꾸준한 운동을 하는 등 기본적인 건강 관리에 신경 쓰는 것도 냉방병 위험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여름철에는 열대야로 인해 밤잠을 설쳐 수면습관이 불규칙해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석훈 교수는 “생체시계를 정상적으로 움직이기 위해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며 “낮 시간을 활동적으로 보낸 뒤 저녁에는 긴장을 풀 수 있게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고 명상을 하는 등 몸을 이완해줄 수 있는 활동을 하면 숙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사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저녁에는 과식하지 않는 것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
쾌적한 수면 환경 유지도 중요하다. 정석훈 교수는 “선풍기나 에어컨을 밤새 켜놓지 말고 소음과 빛을 최소화한 상태로 잠자리에 들어야 숙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녁 시간에는 카페인 음료나 알코올 등 수면을 방해하는 식품 섭취를 피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