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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많은데 가격도 비싼 ‘응급피임약’… 왜 그런 걸까? [이게뭐약]

이해림 기자

[이게뭐약]전문의약품 응급피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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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피임약은 건강보험 비급여라 가격이 비싼 편이다. 호르몬을 조절하는 약이라 두통, 메스꺼움, 불면증, 하혈 등 부작용을 일시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사진=현대약품, 지엘파마
성관계 중 콘돔이나 경구피임약을 이용한 피임에 실패했다면 응급피임약을 복용하게 된다. 생각보다 약값이 비싸 놀랐다는 후기, 복용 후에 속이 메스껍고 하혈했다는 후기가 종종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호르몬 조작해 임신 방해… 늦게 먹으면 피임률 급감
응급피임약 성분은 레보놀게스트렐과 울리프리스탈의 두 가지다. 레보놀게스트렐 응급피임약에는 ▲노레보정(현대약품) ▲포스티노정(지아이메딕스) ▲레보니아정(명문제약)이, 울리프리스탈 응급피임약에는 ▲엘라원정(현대약품) ▲엘라오일정(지엘파마) ▲리프리스정(더유제약) ▲엘라리즈정(알리코제약) ▲이프리시정(광동제약) 등이 있다.

정상적인 배란과 임신을 위해서는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등 호르몬이 주기에 맞게 적정량 분비돼야 한다. 응급피임약은 이중 프로게스테론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임신을 방해한다. 에비뉴여성의원 조병구 원장(대한여성의학연구회 학술이사)은 “노레보정 등 레보놀게스테렐 응급피임약은 프로게스테론을 고용량으로 투여함으로써, 엘라원정 등 울리프리스탈 응급피임약은 프로게스테론이 수용체에 작용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배란 시기를 늦추거나 수정란의 착상을 억제한다”고 말했다. 두 약 모두 배란 이후에도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약효를 기대할 수 있는 시간은 울리프리스탈 쪽이 더 길다. 레보놀게스테렐 응급피임약은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 울리프리스탈 응급피임약은 120시간 이내까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72시간 이내, 120시간 이내에만 약을 먹으면 피임이 된다는 뜻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 응급피임약은 최대한 빨리 복용해야 한다. 24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피임 성공률이 95%지만, 48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85%, 72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58% 수준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조병구 원장은 “72시간 이내에 복용했다면 레보놀게스테렐과 울리프리스탈 둘 다 피임 성공률이 비슷하다”며 “다만, 72~120시간 사이에는 레보놀게스테렐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울리프리스탈 복용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주 복용하면 피임 효과 떨어지고 난임 가능성
응급피임약은 자주 먹지 않는 게 좋다. 호르몬을 고용량으로 집어넣거나 호르몬의 정상적 작용을 방해하는 약이다 보니 부작용이 다양하다. ▲두통 ▲메스꺼움 ▲불면증 ▲하혈 ▲가슴 두근거림 등의 증상이 한때 나타날 수 있다. 드물게 혈전이 생길 위험도 있으므로 혈전 발생 위험이 큰 흡연자와 정맥질환자는 복용하기 어렵다.


복용 빈도나 복용하는 사람의 특성에 따라 피임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예컨대, 일주일에 한 번꼴로 복용하면 어쩌다 한 번 복용할 때보다 악효가 떨어질 수 있다. 지나치게 자주 먹으면 나중엔 몸이 약에 어느 정도 적응하기 때문이다. 한 두 달에 한 번 복용하는 정도로는 약효가 떨어지지 않으나 난임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몸에 무척 해롭다. 이 밖에도 과체중인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약효가 감소할 수 있다. 오인석 약사는 “응급피임약 같은 호르몬제는 지방에 분해되며 몸에 흡수된다”며 “몸에 지방이 많은 사람은 약 성분이 잘 분해돼 체내 약물 농도가 떨어지고, 피임 효과도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약을 먹었음에도 임신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병구 원장은 “응급피임약은 실패율이 5~15%로 믿을 만한 피임법이 아니다”며 “자주 복용하지 말고, 콘돔이나 경구피임약 복용 등 다른 피임법을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제네릭 출시됐지만, 약값 인하는 아직 
환자들에게 자주 처방되는 응급피임약은 레보놀게스테렐 계열의 노레보정이다. 엘라원정 등 울리프리스탈 응급피임약보다 약값이 더 저렴하고, 빨리 복용한다면 피임 성공률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일반의약품연구회 회장 오인석 약사는 “약국마다 다를 수 있지만, 보통은 레보놀게스테렐 응급피임약인 노레보정이 1만 원 후반에서 2만 원 초반, 울리프리스탈 응급피임약인 엘라원정이 3만 원 후반에서 4만 원 초반이다”며 “성관계 후 이틀이 채 지나지 않았다면 보통 노레보정이 처방된다”고 말했다.

응급피임약은 국민건강보험요양급여 적용 대상이 아니라 비싸다. 질병·부상의 진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지 않는 예방진료는 국민건강보험요양급여 기준에 따라 비급여 대상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일부 제약사가 응급의약품 제네릭(복제약)을 출시하며 약 개수도 많아졌다. 제약사 간 경쟁을 통해 약값이 떨어지길 그나마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제네릭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과 주성분, 함량, 제형, 효능효과, 용법용량이 동일한 의약품을 말한다. 현대약품의 노레보정과 엘라원정이 오리지널 의약품이고, 레보놀게스테렐 응급피임약인 ▲포스티노정(지아이메딕스) ▲레보니아정(명문제약), 울리프리스탈 응급피임약인 ▲엘라오일정(지엘파마) ▲리프리스정(더유제약) ▲엘라리즈정(알리코제약) ▲이프리시정(광동제약) 등이 제네릭이다.

약값이 더 비싼 엘라원정의 제네릭은 비교적 최근인 2022년 말에 출시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시장에 자리 잡아가는 단계라 제네릭 출시로 말미암은 약값 인하 효과가 나타나기엔 이르다. 시장조사업체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4년 3월 기준 42억 9927만 3097원 규모의 울리프리스탈 응급피임약 시장에서 엘라원정의 점유율은 81%다. 그 뒤를 더유제약의 리프리스정(8%), 알리코제약의 엘라리즈정(6%), 지엘파마의 엘라오일정(2%), 광동제약의 이프리시정(3%)이 뒤따른다. 다만, 더유제약 리프리스정, 알리코제약 엘라리즈정, 광동제약 이프리시정은 모두 지엘파마에서 위탁 제조하고 있으므로 사실상 현대약품과 지엘파마로 울리프리스탈 응급피임약 시장이 양분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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