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사후피임약, 한번만 먹어도 부작용… 남용하면 난임 위험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17/03/29 09:05
4년 새 처방 남용 사례 2.25배로… 생리주기 한 번에 1회만 복용을
고용량 호르몬, 배란 체계 방해… 경구피임약보다 피임 효과 낮아
◇"외국과 달리 경각심 적어 남용 심각"
사후피임약 중복 복용 사례가 느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약사회 김예지 학술위원장은 "사후피임약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안전한 피임법에 대한 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사후피임약을 복용한 경험이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이 약을 1년에 두 번 이상 복용한 경우가 4%에 불과했다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사후피임약을 한 번 복용한 후에는 70%가 다른 피임법(사전피임약, 콘돔 등)으로 피임하는 등 사후피임약을 반복해서 먹는 사람이 적었다.
◇구토·두통부터 혈전·난임까지 유발
사후피임약은 한 번만 먹어도 부작용을 유발한다. 이 약을 먹은 사람의 30%가 부정 출혈이나 유방통 등을 겪고, 10% 정도가 구토·복통·두통·피로·생리 주기 변화 등의 문제를 경험한다. 혈전색전증 위험도 있다. 김예지 약사는 "사후피임약을 복용하고 혈전색전증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있다"며 "35세 이상 흡연자, 혈전색전증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특히 조심해야한다"고 말했다.
약을 여러 번 복용하면 부작용 위험은 더 커진다. 김훈 교수는 "칠레에서 사후피임약을 5일, 7일에 한 번 복용해도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서, 일각에서는 이 약을 반복 복용해도 괜찮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이 연구는 난관을 절제한 사람 23명만을 대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안전성을 뒷받침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난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배란은 뇌하수체, 난소, 자궁에 걸쳐서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인데, 고용량의 호르몬 영향을 여러 번 투여하면 이 체계가 무너져서 임신이 잘 안 된다. 청담산부인과 김민우 원장은 "사후피임약을 여러 번 복용한 사람이 나중에 임신을 하면 자궁 외 임신 같은 문제를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주 복용하면 피임 효과 떨어져
사후피임약은 성관계 후 24시간 안에 복용하면 피임 효과가 95%이지만, 24시간 초과~48시간 이내에는 85%, 48시간 초과~72시간 이내에는 58%로 떨어진다. 건국대병원 산부인과 손인숙 교수는 "사후피임약의 평균 피임 성공률은 75%로, 99.8%인 사전피임약이나 97%인 콘돔에 비해 낮다"며 "복용한 횟수가 많을수록 효과는 더 떨어진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사후피임약을 판매하고 있는 현대약품의 관계자는 "약을 여러 번 복용하면 호르몬에 대한 감도가 떨어져서 약효를 제대로 볼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사후피임약
프로게스테론이 경구피임약의 7~10배 수준으로 고용량 들어 있다. 배란을 억제하거나, 자궁 경부에 점액을 분비시켜 정자가 잘 이동하지 못 하게 하거나, 수정이 이뤄지는 난관의 운동 기능을 저하시키거나, 자궁 내막을 변형시켜서 착상을 억제시키는 원리로 피임 효과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