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재범 막아야 지역사회도 안전한데…” 마약 재활 돕는 ‘공동체’ 부족
오상훈 기자
입력 2024/08/02 07:00
[마약, 손절의 길] ②박약한 재활 인프라
마약사범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공공의 외면과 주민 반대에 부딪쳐 마약 중독자가 의존할 수 있는 재활 시설은 점점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갈 곳이 없어 혼자서 끙끙 앓다가 다시 마약을 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마약 중독자 절반이 치료 후 한 달 이내에 재범
마약중독을 끊어내려면 오랜 기간 재활이 필요하다.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든, 교도소에서 징역을 살았든 특히 지역사회로 나온 뒤 끊임없이 단약 의지를 이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곧 재발하고 만다. 약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마약중독 환자의 50~60%는 치료 후 1~3개월 이내 재발한다. 6개월 안에 80%가 재발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러한 높은 재발률 덕분에 재범률도 높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19~2023년) 국내 마약사범 중 50%는 다시 마약 관련 범죄를 저질렀다.
◇‘치료 공동체’ 필요한데, 전국에 한 곳뿐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재활 시설이 절실하다. 재활 시설은 크게 ▲함께 생활하면서 ‘단약’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는 치료 공동체 ▲1주일에 한두 번씩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자조 모임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상담 센터 등의 인프라로 구별된다.
이중 치료 공동체가 재발을 막는 데 큰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 공동체 중 가장 잘 알려진 건 ‘다르크’다. 다르크는 회복한 마약 경험자가 시설장으로서 운영을 맡고, 환자들이 공동 생활을 하며 스스로 재활치료를 하는 형태를 띤다. 통상 입소자들이 낸 월 40~50만원의 생활비와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다르크를 처음 도입한 일본의 경우, 이용자의 6개월간 단약률은 88%에 이른다는 일본 국립정신·신경의료연구센터의 통계 자료가 있다.
국내에는 마약 중독자들이 입소할 수 있는 다르크가 한 곳뿐이다. 민간이 운영하는 김해 ‘리본하우스’다. 원래 민간 다르크는 경기, 김해, 대구, 서울, 인천 등 다섯 곳이 있었지만 지난해 서울, 경기에 이어 올해 1월 대구, 5월 인천 다르크가 운영을 중단했다. 공공기관인 마약퇴치운동본부가 운영했던 입소 시설인 ‘송천쉼터’는 지난 2017년 폐쇄됐다. 주민들의 반대와 센터장의 비위 의혹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했지만 근본적으로는 ‘공공의 외면’이라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백형의 교수는 “환자가 입소해서 어느 정도 생활의 규칙을 찾고 자신의 중독 문제를 대면하는 데 있어선 다르크가 가장 효과적”이라며 “다르크 도움을 받아 단약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환자들을 많이 봐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대부분의 다르크가 정부 지원 없이 운영됐기 때문에 여러 문제가 불거졌던 것으로 안다”며 “국내 주거형 재활 시설 운영이 몇몇 개인들에만 의존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약 중독 재활 시스템, 사법부와의 연계가 핵심”
공공의 지원이 단지 재정적 지원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 역시 공공의 중요한 역할이다. 일본에선 90여개 다르크가 운영되고 있는데 입소자만 2000여명에 이른다. 지자체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곳도 있지만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법무부와의 연계가 활발하다. 마약류 사범들이 출소 이후에만 다르크에 입소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재판 전 피고인 상태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자가 많으니 재정이 충당되고 또 다르크 입소자들이 마약 중독에서 회복해 교도소 등에서 교육 활동에 나서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 것이다.
다르크가 없는 국가들은 저마다 마약 중독자들이 치료 및 재활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두고 있다. 싱가포르의 마약재활센터는 마약사범들의 강제 입소와 강제 치료를 특징으로 한다. 중앙마약청이 마약 중독자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제도도 운영한다. 미국은 교정 내 치료 공동체가 잘 형성돼 있다. 마약사범이 일반 수형자들과 분리돼 재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치료 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백형의 교수는 “마약 중독 재활 시스템이 잘 갖춰졌다고 평가받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재활 시설이 교정 시설과 연계가 잘 돼있다는 것과 마약 중독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 및 재활 시설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과거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법무부와의 연계는 부족하며 병원이나 교도소에서 나온 사람들이 갈수 있는 시설이 없다”고 말했다.
◇자조 모임·상담 센터 증설도 불투명한 상황
자조 모임이나 상담센터 등의 인프라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환자들이 익명으로 만나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단약 의지를 다지는 ‘NA 모임’은 현재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18곳이 운영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늘어나긴 했지만 전국에서 마약사범이 가장 많이 적발된 경기를 포함해 여전히 없는 지역이 많다.
상담이나 재활 교육 등을 제공하는 마약퇴치운동본부의 중독재활센터도 마찬가지다. 중독재활센터는 낮 동안만 운영된다는 한계가 있지만 단약 교육, 직업 재활 교육 등 체계적인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국에 세 곳 있었는데 마약사범이 급증하자 올해 17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주민 반대로 개소가 미뤄지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서울 강동구에 개소하려던 센터는 지난 2월, 인력 채용 공고까지 낸 상황에서 주민들 반대에 부딪혀 개소가 무산된 상태다. 이와 관련 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마약사범의 70~80%가 서울과 경기에 집중돼 있어 서울 동부의 중독재활센터는 꼭 필요했는데 개소가 무산돼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마약류 사용자가 급증하는 현 상황에서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는 재활 시설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약 중독자들이 회복하지 못하면 결국 그 피해는 지역사회로 퍼질 수밖에 없다. 백형의 교수는 “요즘 청소년 마약 문제가 심각한데, 투약 사실을 부모들이 아예 모르는 경우도 많다”며 “아이들이 혼자서 어떻게 해보려고 끙끙거리다가 재발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약은 주변으로 전파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공공 차원의 개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그 피해는 언젠가 우리 가족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증가하는 마약사범의 수를 봤을 때 어떤 형태의 재활 시설이든 절실한 상황이다.
◇마약 중독자 절반이 치료 후 한 달 이내에 재범
마약중독을 끊어내려면 오랜 기간 재활이 필요하다.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든, 교도소에서 징역을 살았든 특히 지역사회로 나온 뒤 끊임없이 단약 의지를 이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곧 재발하고 만다. 약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마약중독 환자의 50~60%는 치료 후 1~3개월 이내 재발한다. 6개월 안에 80%가 재발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러한 높은 재발률 덕분에 재범률도 높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19~2023년) 국내 마약사범 중 50%는 다시 마약 관련 범죄를 저질렀다.
◇‘치료 공동체’ 필요한데, 전국에 한 곳뿐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재활 시설이 절실하다. 재활 시설은 크게 ▲함께 생활하면서 ‘단약’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는 치료 공동체 ▲1주일에 한두 번씩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자조 모임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상담 센터 등의 인프라로 구별된다.
이중 치료 공동체가 재발을 막는 데 큰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 공동체 중 가장 잘 알려진 건 ‘다르크’다. 다르크는 회복한 마약 경험자가 시설장으로서 운영을 맡고, 환자들이 공동 생활을 하며 스스로 재활치료를 하는 형태를 띤다. 통상 입소자들이 낸 월 40~50만원의 생활비와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다르크를 처음 도입한 일본의 경우, 이용자의 6개월간 단약률은 88%에 이른다는 일본 국립정신·신경의료연구센터의 통계 자료가 있다.
국내에는 마약 중독자들이 입소할 수 있는 다르크가 한 곳뿐이다. 민간이 운영하는 김해 ‘리본하우스’다. 원래 민간 다르크는 경기, 김해, 대구, 서울, 인천 등 다섯 곳이 있었지만 지난해 서울, 경기에 이어 올해 1월 대구, 5월 인천 다르크가 운영을 중단했다. 공공기관인 마약퇴치운동본부가 운영했던 입소 시설인 ‘송천쉼터’는 지난 2017년 폐쇄됐다. 주민들의 반대와 센터장의 비위 의혹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했지만 근본적으로는 ‘공공의 외면’이라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백형의 교수는 “환자가 입소해서 어느 정도 생활의 규칙을 찾고 자신의 중독 문제를 대면하는 데 있어선 다르크가 가장 효과적”이라며 “다르크 도움을 받아 단약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환자들을 많이 봐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대부분의 다르크가 정부 지원 없이 운영됐기 때문에 여러 문제가 불거졌던 것으로 안다”며 “국내 주거형 재활 시설 운영이 몇몇 개인들에만 의존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약 중독 재활 시스템, 사법부와의 연계가 핵심”
공공의 지원이 단지 재정적 지원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 역시 공공의 중요한 역할이다. 일본에선 90여개 다르크가 운영되고 있는데 입소자만 2000여명에 이른다. 지자체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곳도 있지만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법무부와의 연계가 활발하다. 마약류 사범들이 출소 이후에만 다르크에 입소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재판 전 피고인 상태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자가 많으니 재정이 충당되고 또 다르크 입소자들이 마약 중독에서 회복해 교도소 등에서 교육 활동에 나서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 것이다.
다르크가 없는 국가들은 저마다 마약 중독자들이 치료 및 재활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두고 있다. 싱가포르의 마약재활센터는 마약사범들의 강제 입소와 강제 치료를 특징으로 한다. 중앙마약청이 마약 중독자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제도도 운영한다. 미국은 교정 내 치료 공동체가 잘 형성돼 있다. 마약사범이 일반 수형자들과 분리돼 재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치료 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백형의 교수는 “마약 중독 재활 시스템이 잘 갖춰졌다고 평가받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재활 시설이 교정 시설과 연계가 잘 돼있다는 것과 마약 중독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 및 재활 시설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과거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법무부와의 연계는 부족하며 병원이나 교도소에서 나온 사람들이 갈수 있는 시설이 없다”고 말했다.
◇자조 모임·상담 센터 증설도 불투명한 상황
자조 모임이나 상담센터 등의 인프라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환자들이 익명으로 만나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단약 의지를 다지는 ‘NA 모임’은 현재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18곳이 운영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늘어나긴 했지만 전국에서 마약사범이 가장 많이 적발된 경기를 포함해 여전히 없는 지역이 많다.
상담이나 재활 교육 등을 제공하는 마약퇴치운동본부의 중독재활센터도 마찬가지다. 중독재활센터는 낮 동안만 운영된다는 한계가 있지만 단약 교육, 직업 재활 교육 등 체계적인 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국에 세 곳 있었는데 마약사범이 급증하자 올해 17개까지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주민 반대로 개소가 미뤄지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서울 강동구에 개소하려던 센터는 지난 2월, 인력 채용 공고까지 낸 상황에서 주민들 반대에 부딪혀 개소가 무산된 상태다. 이와 관련 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마약사범의 70~80%가 서울과 경기에 집중돼 있어 서울 동부의 중독재활센터는 꼭 필요했는데 개소가 무산돼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마약류 사용자가 급증하는 현 상황에서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는 재활 시설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약 중독자들이 회복하지 못하면 결국 그 피해는 지역사회로 퍼질 수밖에 없다. 백형의 교수는 “요즘 청소년 마약 문제가 심각한데, 투약 사실을 부모들이 아예 모르는 경우도 많다”며 “아이들이 혼자서 어떻게 해보려고 끙끙거리다가 재발하는 경우가 정말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약은 주변으로 전파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공공 차원의 개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그 피해는 언젠가 우리 가족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증가하는 마약사범의 수를 봤을 때 어떤 형태의 재활 시설이든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