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문용화 교수
암 환자 호중구 감소하면 폐렴·장염 위험
한미약품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
임상서 효과·안전성 입증, 식약처·FDA 허가
항암제 투약 지연 예방, 보험 재정 절감 효과도
미국 넘어 중국·중동·동남아 시장까지 공략

국산 호중구감소증 치료제로는 한미약품이 개발한 '롤론티스'가 있다. 이 약은 과립구집락자극인자(G-CSF) 수용체에 결합해 호중구 생성을 촉진한다. 한미약품은 2010년대 초반 첫 연구를 시작해 2021년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2022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 허가도 획득했다. 현재 롤론티스는 미국에서 분기마다 200억원대 매출을 기록 중이다. 한미약품은 미국을 넘어 중국, 중동, 동남아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롤론티스 국내 임상에 참여했던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문용화 교수를 만나 임상을 통해 확인한 약의 효과·안전성과 임상 당시 일화 등을 들었다. 현재 문 교수는 암 환자 진료와 함께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환자와 소통에도 힘쓰고 있다.
암 환자에게 호중구감소증이 생기는 이유는?
흔히 '1세대 항암제'라고 부르는 세포독성 항암제를 사용하면 암세포뿐 아니라 호중구를 만드는 골수 세포도 영향을 받는다. 이로 인해 호중구 수치가 떨어질 경우 면역력이 저하되면서 여러 감염 문제에 취약해진다.
호중구감소증 치료는 언제 시작하나?
이전에는 떨어진 호중구 수치를 높이기 위한 치료 목적으로 투약했다면, 지금은 항암 치료 시작 후 바로 다음 날부터 예방 목적으로 약을 사용한다.
롤론티스 임상 3상 참여 계기가 궁금한데?
국내 제약사가 개발하는 신약이라는 점에서 한국 의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롤론티스 임상이 시작된 2017~2018년에도 지속형 호중구감소증 치료제는 있었지만, 국내에서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에게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임상에 참여해 국산 약이 개발된다면 더 많은 환자가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기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다국적 3상 임상을 진행했다. 국내 최다 환자인 14명이 참여했고, 아시아인 54명의 데이터도 분석했다. 그 결과, 기존 표준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호중구감소를 예방하는 효과가 열등하지 않았으며, 안전성에도 차이가 없었다. 기존 치료제를 투여했을 때 4등급 호중구감소증이 지속되는 기간이 0.44일이었지만, 롤론티스의 경우 0.17일로 짧아졌다. 예방 효과·안전성 모두 서양인과 동등한 결과가 확인됐다.
기억에 남는 임상 참여 환자가 있다면?
임상 시험 참여 환자가 폐렴으로 인해 응급실을 찾았다. 엑스레이·CT검사 결과, 일반적인 세균 감염성 폐렴과 양상이 달랐다. 시험약과 관련성이 우려돼 환자 상태와 여러 문헌을 면밀히 분석했고, 롤론티스와는 무관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해당 환자의 경우 호중구 감소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폐렴이 발생한 것이 아닌, 환자에게 사용하던 '도세탁셀' 항암제와 관련이 있었다. 다행히 잘 치료받고 퇴원했으며, 임상 연구에 참여했기 때문에 치료비도 지원 받았다.
실제 병원에서도 롤론티스의 효과를 체감하나?
롤론티스와 같은 장기 지속형 호중구감소증 치료제가 없던 시절에는 항암 치료를 받던 환자들이 감염 문제가 생겨 한밤에도 응급실을 찾았다. 심하면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기도 했다. 지금은 호중구 수치가 조금이라도 떨어질 가능성이 보이면 무조건 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호중구감소증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가 거의 없다. 응급실 항생제 치료와 입원 비용을 아낄 수 있어, 환자나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도 경제적인 효과가 있다.
항암제 투약 일정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항암제는 골수 세포가 회복되는 기간을 고려해 투약한다. 그 기간이 보통 3~4주지만, 환자에 따라서는 5~6주씩 걸리기도 한다. 이로 인해 투약 시기가 밀리고 투약 용량을 줄일 경우 재발·생존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롤론티스를 사용하면 이 같은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현재 롤론티스는 항암제 투약 24시간 후에 사용하는 것이 지침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그 하루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거나 다음날 다시 병원에 와야 한다. 최근 미국에서 항암제 투약 당일에 호중구감소증 치료제를 투약하는 연구가 시작됐다. 국내에서도 해당 연구가 진행되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
롤론티스가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까?
롤론티스를 사용할 경우 기존 치료제를 사용했을 때보다 호중구감소증 지속 기간이 3분의 1가량 짧아진다는 사실이 임상을 통해 확인됐다. 다른 약보다 호중구 수치를 더 빨리 회복시켜준다는 의미다. 향후 항암제 투약 당일 주사까지 가능해진다면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롤론티스는 여러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된 약이다. 주사제로 간편하게 투여하고, 환자 치료 일정에 맞춰 사용할 수 있다. 롤론티스를 통해 호중구감소증을 예방함으로써, 항암 치료 중 발생하는 감염 위험을 줄이고 항암제 투약 지연 문제를 예방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