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챙기다 마음 잃는 암환자들… 심리적 지원 절실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암환자 90% 우울·불안 등 심리적 어려움 겪어

▲ 암환자들은 신체적 문제만큼 심각한 심리적 문제를 겪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국민 25명 중의 1명은 암환자다. 지금 암환자가 아니더라도 기대 수명인 83세까지 살게 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7.4%다. 다행히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암 판정을 받아도 5년 이상 장기생존할 확률은 70% 이상이지만, 쉽지 않은 투병 과정은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긴다. 몸은 나아졌어도 치료 과정과 치료 후 생긴 마음의 상처는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 암환자의 마음은 어떻게 회복해야 할까?

◇몸만큼 힘든 암환자의 마음
암환자의 35~44%는 질환으로 진단해야 할 만큼 임상적으로 유의한 정신적·심리적 문제, 즉, '디스트레스(distress)'를 경험한다. 암 환자들은 치료하면서 탈모, 구역·구토, 식욕저하 등 신체의 외형과 기능 변화를 경험하게 되고, 이로 인해 불면, 피로, 불안, 우울, 고립감, 무력감, 자신감 저하 등 다양한 정신적 어려움(디스트레스)을 겪는다.

고려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유은승 교수에 따르면, 암환자의 우울, 불안 유병률은 일반인의 2~3배, 불면증은 최대 60% 많다. 암환자 5명 중 1명이 자살 성향을 보이는데, 이는 일반인의 2배 수준이다. 유은승 교수는 "2020년 국립암센터의 치료 후 암환자 심리실태 조사 결과, 암이 완치됐어도 환자의 90%는 재발에 대한 걱정 등으로 인해 심한 불안감과 우울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암환자의 정신적·심리적 문제는 치료결과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심한 우울감이나 불면, 불안 등은 삶의 질을 낮추고, 치료 순응도까지 저하한다. 치료 순응도가 떨어지면 암 재발과 생존율은 낮아지고, 불가피한 의료서비스 이용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박인근 교수는 "우울증은 여러 신체증상을 만들어 종양의 증상이나 치료의 부작용 판단을 어렵게 만들고, 치료 부작용의 빈도를 높여 치료 효과를 떨어뜨린다"고 밝혔다. 박인근 교수는 "결국 치료에 대한 선택을 이성적으로 하지 못하게 되고, 치료 의지를 감소시켜 치료의 시작이나 유지 자체가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암환자의 정신적·심리적 문제는 완치 후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최근 삼성서울병원(조주희 교수, 강단비 교수, 심성근 박사)과 화순전남대병원이 발표한 공동연구에 따르면, 암환자의 21.7%는 의학기술이 발전해도 암을 치료할 수 없을 것이라 여겼고, 19.1%는 암이 완치되더라도 예전과 같은 업무수행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는데, 이처럼 암에 대한 부정적 성향이 강할수록 실직 확률은 높았다. 암을 불치병이라 여긴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일자리를 잃을 위험이 3.1배 더 높았고, 평소 암 환자에 대해 고정관념을 내비친 환자 역시 일자리 상실 위험이 2.1배 높았다.

◇체계적인 심리적 지지 필요한 암환자들
심각한 수준의 정신적·심리적 문제를 겪는 암환자들이 많지만, 실제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한 환자는 매우 드물다. 2005~2008년 암진단을 받은 환자 30만2844명의 보험공단 자료 분석을 보면, 환자의 10.4%만이 새로운 정신과적 진단을 받았다. 각종 관련 연구에서 암 치료 후 정서적 돌봄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92% 이상인 것과 대조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틈을 메우기 위해선 적극적인 심리지원 서비스와 지지가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미국, 영국 등은 이미 국가 차원에서 암환자의 심리적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박인근 교수는 "기본적으로 종양내과·외과·방사선 종양학과는 암 치료 위주의 진료에 집중해 중립적 상황판단과 치료결정을 하는 곳으로, 심리적 문제까지 보살피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암을 진단할 때부터 별도의 심리상담 서비스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포함해, 환자들의 심리문제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립암센터 암관리정책부 장윤정 부장은 "암환자의 디스트레스를 줄이려면, 전문적인 정신심리적 상담 외에 다차원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환자 디스트레스 경감 방법으로 ▲암환자와 환자 가족의 소통과 이해를 돕는 교육과 지원 ▲암을 이미 겪은 환자가 신규 암환자를 돕는 멘토-멘티 프로그램 등을 제안했다.

암환자들도 정신적·심리적 지원이 체계화되어야 한다는데 공감을 표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이은영 사무처장은 "암환자들에게 치료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물어보면 신체적 고통보다도 심리적 어려움이라고 대답하고, 치료 후 사회복귀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심리적 안정을 위한 전문적 도움이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암환자가 겪는 심리적 어려운 정도는 각자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이들이 암을 겪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진단부터 치료 후 단계까지 세심하고 심리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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