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눈 처지고 턱 무너져… 얼굴 기형 유발하는 ‘희귀 질환’ 뭘까?
임민영 기자
입력 2024/06/28 07:15
[세상에 이런 병이?]
영화 '원더(2017)'는 안면 기형을 가지고 태어난 남자아이가 성장하는 영화다. 영화 속 주인공 어거스트가 앓고 있는 질환은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Treacher Collins Syndrome)’이다. 신체 기형 중 안면 기형을 일으키는 이 질환은 어떤 희귀질환일까?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은 머리뼈와 얼굴 부위에 기형이 나타나는 희귀 유전질환이다.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은 1900년 증상을 처음 보고한 영국 안과 의사 에드워드 트리처 콜린스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이 질환은 1949년 두 안과 의사 프란체스쉐티(A. Franceschetti)와 클라인(D. Klein)이 아래턱뼈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고 안면기형이 나타난 사례를 보고하면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은 ‘프란췌스쉐티-클라인(Franceschetti-Klein syndrome)’이라고도 불린다.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 환자들은 여러 얼굴 기형으로 인해 합병증을 겪을 때가 많다. 대표적인 합병증으로는 청력 상실이 있다. 귀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듣기를 담당하는 달팽이관 등이 영향을 받는 것이다. 이외에도 콧구멍이 좁거나 폐쇄돼 호흡곤란이 자주 발생하며,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도 많이 나타난다. 다행히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은 지적 능력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환자들은 소이증 같은 얼굴 기형 때문에 성장 속도가 느릴 수는 있지만, 대부분 건강한 사람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는다.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은 5번 염색체의 장완(동원체를 중심으로 긴 부위)에 위치한 ‘TCOF1’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발병한다. TCOF1 유전자는 출생 전 얼굴의 정상적인 형성과 발달에 중요하다.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 환자 중 40% 정도는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된다. 부모 중 한쪽만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이 있을 경우, 다음 세대에 유전될 확률은 50%다. 다만,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 환자의 60%는 무작위로 일어나는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질환이 나타났다. 미국 희귀질환기구(NORD)에 따르면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은 신생아 1만~5만 명 중 1명꼴로 발병한다. 이 질환은 남녀 모두에게 같은 빈도로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 사례는 몇 차례 알려진 바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에서 사는 애슐리 카터(23)의 사연이 있다. 애슐리는 작년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남들과 다른 외모로 어릴 적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트롤, 외계인 같은 표현은 어린이집 다닐 때부터 들었던 말”이라며 “어릴 때부터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고,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애슐리는 “그러다 나를 아끼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들의 사랑 속에서 내 건강을 챙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며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가지라고 응원했다.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은 유전질환이라 예방법이 없다. 다만, 가족력이 있다면 미리 유전자 검사를 받아 대비할 수 있다. 만약 가족이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을 앓고 있다면 남들과 다른 얼굴 형태 때문에 정신적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지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