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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200마리는 왜 한꺼번에 사망했을까… ‘특정 사료’가 원인? [멍멍냥냥]

이해림 기자

[고양이 폐사를 둘러싼 의문]① 누구도 말하지 않는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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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한수의사회가 원인불명의 고양이 신경근육병증이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낸지 두 달이 다 돼 간다. 사료가 원인으로 의심되며 정부에서 사료 검사 결과를 두 차례 내놓았지만,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단 내용이라 혼란만 가중됐다. 사료에 대한 보호자 의심은 사그라지지 않은 상태다. 왜 아무도 사료가 원인이라 말하지 않는지, 사료 검사에 이상이 없다는 정부 발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관계자들이 생각한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지 3편에 걸쳐 알아본다.

◇피해 고양이 다수가 특정 사료 먹었다는 것으로는 불충분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와 사단법인 묘연은 피해 고양이 수와 피해 고양이들이 먹은 사료를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27일 19시 기준으로 이들이 파악한 피해 고양이는 총 543두고, 이중 206두가 사망했다. 이들은 피해 고양이 다수가 특정 제조원에서 특정 제조기간에 만든 사료를 먹었다며 사료가 원인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의심을 제기할만한 상황이긴 하나 사료가 고양이 신경근육병증 원인이라고 확정하기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

해당 사료를 먹은 고양이와 먹지 않은 고양이를 비교했을 때, 전자에서 이상 증상이 유의미하게 더 발생하는 게 확인돼야 사료를 원인으로 지목할 수 있다. 충북대 수의대학 민경덕 교수(수의역학)는 “피해 의심 증상을 보이는 고양이 다수가 특정 사료를 먹었다는 것만으로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사료를 먹은 고양이 중 증상을 보이지 않는 고양이도 있을 수 있고, 사료를 먹지 않은 고양이 중 해당 증상을 보이는 고양이가 있을 수도 있다. 역학 조사를 통해 해당 사료를 먹은 고양이와 먹지 않은 고양이 간의 증상 발생 차이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매개감염병 원인 조사할 때도 ‘통계적 연관성’ 분석해
사료 관련 법은 아직 체계적이지 않아 식품 관련 법을 참고해봤다. 원인으로 의심되는 음식을 먹은 대상과 먹지 않은 대상을 비교하라는 내용은 정부 가이드라인에도 나온다.

질병관리청 ‘2023년도 수인성 및 식품매개감염병 관리지침’은 다수 사람에게 유행하는 증상의 원인을 어떤 경우에 ‘확정’할 수 있는지 제시한다. 지침에 따르면 원인 병원체가 확실히 규명된 상태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비롯한 역학적 연관성 3요소를 모두 만족해야 유행의 원인을 ‘확정’할 수 있다. 원인으로 의심되는 음식을 먹은 대상과 먹지 않은 대상을 비교하는 것에 관련된 것이 바로 통계적 유의성이다.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되지 않는다면, 유증상자에게서 검출된 병원체와 음식물에서 검출된 병원체가 일치하는지 실험실 검사로 확인해야 원인 확정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는 게 왜 중요한 걸까. 이는 통계적 유의성이 강할수록 ‘까마귀 날자 마침 배가 떨어졌을 뿐’일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원인으로 추정된 요인이 실제 원인으로서 결과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커지기도 한다. 이번 사건에 대입하면, 특정 사료 섭취와 고양이 신경근육병증 발생 간에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될 경우, 특정 사료를 먹었기 때문에 건강 문제가 생긴 것일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특정 사료를 먹은 고양이가 마침 아파서 사료가 원인으로 보이는 것일 뿐, 둘 사이에 사실 인과관계가 없을 가능성은 낮아진다. 물론 인과관계를 확정하려면 통계적 유의성 말고 다른 요인들도 두루 살펴야 한다. 그러나 식품매개감염병 관리지침의 ‘원인 병원체’에 해당하는 ‘사료 속 원인 물질’이 무엇인지 정부 검사에서도 밝혀지지 않은 만큼,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기 위해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할 필요성이 큰 상황인 것은 맞다.

◇"정부·언론에선 실험적 검사만 주목… 역학 조사 소홀해"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려면 앞서 언급했듯 사료를 먹은 고양이와 먹지 않은 고양이 사이에서 신경근육병증 발생 양상이 어떻게 다른지 알아내야 한다. 민경덕 교수에 따르면 이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가능하다. 첫째는 사료를 먹은 고양이와 사료를 먹지 않은 고양이 사이의 증상 발생 차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것. 둘째는 증상을 보인 고양이와 보이지 않는 고양이의 사료 섭취 비율 차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아직 이 사건과 관련된 통계적 분석을 시작하지 않았다. 실험실 검사 결과, 사료에 문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4월 19일과 5월 12일 두 차례 발표한 것이 전부다. 부검한 고양이 10마리에 대해서도 병원체·독성 물질 등이 확인되지 않았거나 사망과 직접적 인과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경덕 교수는 “고양이 신경병증 관련 언론 보도가 사료 성분 검사 같은 실험적 규명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다”며 “실험적 규명과 통계적 유의성 확인을 위한 통계분석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두 가지 모두에서 사료가 원인이라고 볼 만한 증거가 있어야 사료를 원인으로 확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심이 무성한 상황이지만, 정부를 포함한 그 어떤 기관·단체·개인도 현재로서는 ‘사료가 원인이다’라고 확실히 말할 근거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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