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절질환

휜 다리 교정해준다는 보조기·깔창, 효과 있을까?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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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질환이 있는 게 아니라면 어린이 휜 다리는 교정을 위한 별도의 보조기구가 필요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유치원생 자녀를 둔 A씨는 문득 반바지를 입은 아이의 다리가 생각보다 휘어 있어 당황했다. A씨는 이왕이면 곧은 다리가 건강은 물론, 미용 측면에서도 낫다고 판단해 휜 다리 교정기와 깔창을 찾았으나 수십만원에 달하는 가격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 성장기 아이의 휜 다리를 교정해준다는 교정기와 깔창은 거액의 돈을 주고 살 만한 가치가 있을지 살펴보자.

◇블라운트씨 병 외에는 모두 불필요
휜 다리에서 보조기 효과가 의학적으로 증명된 건 성장판에 이상이 있는 블라운트씨 병(근위 경골 내측 성장판의 이상) 단 하나뿐이다. 그 외에 일반적인 휜 다리에는 오히려 보조기의 힘이 잘못 작용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아정형외과 강승철 교수는 "교정기의 휘는 힘이 뼈에 작용하기보다는 뼈 사이의 관절을 비트는 힘으로 작용하기가 쉽기 때문이다"며 "이 경우 오히려 관절에 무리를 주게 된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교정기 착용으로 아이가 본인 신체에 대해 부정적이고 왜곡된 시각을 갖게 될 우려가 있다"며 "옳지 못한 보조기 착용은 오히려 아이에게 해가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만 5세 이하의 휜 다리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어린 아이가 성장과정에서 보이는 휜 다리는 대부분 정상이다. 생리적 휜 다리라고 하는데, 만 2세 이전의 O자 다리나 만 3~5세의 X자 다리는 정상일 가능성이 크다.

강승철 교수는 "정상 성장하는 아이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O자 다리로 보인다"며 "아이가 뱃속에서 웅크리고 있으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자세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O자였던 다리가 만 2~3세 이후 X자 다리로 바뀌고 만 5~7세 무렵 곧은 다리가 된다"며 "이 변화 자체가 정상이므로 교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만 2세 이전의 O자 다리나 만 3세 전후 X자 다리에서, 휜 다리 모양이 대칭적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좋아지면 대부분 생리적 휜 다리이므로 정상이다"고 했다.

다만, 예외는 있다. 강승철 교수는 "만 2세 이전부터 X자 다리가 나타난다거나, 만 3세 이후 O자 다리가 그대로거나, 성장하면서 점점 악화하거나 좌우 비대칭적인 휜 다리인 경우, 혹은 키가 유난히 작은 경우에는 성장판 등에 이상이 있거나 질환에 의한 휜 다리일 가능성이 있다"며 "소아정형외과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안짱걸음(발의 앞쪽이 내측을 향해 걷는 모양)도 별도의 교정장치가 필요 없다. 대부분의 안짱걸음은 만 8~10세 이전에 자연교정되며, 보조기의 효과는 거의 없다.

강승철 교수는 "몇몇 병원에서 아이의 휜 다리에 대해 비싼 보조기를 처방하며 지금 보조기를 해주지 않으면 부모의 도리를 벗어나는 것인 양 보조기 착용을 강요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로 보조기를 처방받고 수년간 채워 놓으면 대부분 아이의 안짱걸음이 좋아진다"며 "그러나 이런 아이들은 보조기를 착용하지 않았어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안짱걸음은 자연 경과가 점점 좋아지는 것인데, 이런 아이들에게 보조기를 착용시키고 보조기에 의한 효과인 것처럼 왜곡하는 것이다"며 "휜 다리에 대한 보조기 사용은 반드시 소아정형외과 전문의와 상의 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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