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질환

"코·뺨 붉고 가려운 '주사', 여드름 오인 많아… 빨리 치료해야 악화 막는다"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전문의가 알려주는 질환_ 주사

열이 나는 것도 아니고 화가 난 것도 아닌데 항상 얼굴이 붉은 상태라 불편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얼굴은 홍조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빨갛고, 여드름 약은 소용없는 염증이 자주 생긴다. 불편하지만 사소하게 여기는 이 증상들은 전형적인 '주사(Rosacea)'다. 주사는 치료가 필요한 피부질환이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낭패를 보곤 한다.

'세계 주사질환 인식의 달(4월)'을 맞아 대한여드름주사학회 박미연 회장(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교수), 김혜성 대외협력이사(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 캐나다여드름주사학회 제리 탄 회장(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 슐릭의대 겸임교수)과 함께 주사질환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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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성 질환인 주사(Rosacea)는 조기 진단·치료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왼쪽부터 대한여드름주사학회 김혜성 대외협력이사, 캐나다여드름주사학회 제리 탄 박사, 대한여드름주사학회 박미연 회장.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주사는 어떤 질환인가?

박미연 교수 : 주사는 주로 코와 뺨 등 얼굴 중심부에 생기는 염증성 피부 질환이다. 피지선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붉은 발진이나 고름과 농포가 얼굴 중심부에 발생한다. 지속적으로 붉어지거나 홍조, 모세혈관 확장 등의 증상이 만성적으로 지속할 경우 주사로 진단할 수 있다. 주위를 살펴보면 주사 증상이 있는 사람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으나 현재 보고된 국내 주사 유병률은 0.2%, 최대 1.7% 수준으로 매우 낮게 보고된다. 이는 주사 자체에 대한 인식 부족, 여드름 등으로 오인하고 정확히 진단받지 않은 영향이 있어서라 생각한다.

원인은 무엇인가?


김혜성 교수 : 주사는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그 외에 자외선 노출, 난방, 뜨거운 음료, 매운 음식, 술, 담배, 사우나 등 다양한 요인들이 주사를 유발하거나 악화한다. 모낭충도 주사의 원인 중 하나다. 모낭충은 피부에 존재하는 미생물균총에 포함돼 정상적인 피부에도 존재하지만, 모낭충이 과도하게 증식하면 주사를 발생 또는 악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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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여드름주사학회 김혜성 대외협력이사
주사만의 특징이 있을까?

김혜성
 : 주사와 혼동되기 쉬운 질환으로는 여드름,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한 홍조, 루푸스, 접촉성 피부염 등이 있다. 주사가 있으면 얼굴 전반에 홍조가 나타나고, 온도와 기분 변화에 따라 혈관이 급격하게 확장되는 증상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뾰루지, 피부가 붓고 두꺼워지는 증상, 눈이 충혈되는 증상이 동반되면 주사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주사 진단·치료가 늦어지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박미연 : 보통 주사 초기엔 가벼운 홍조, 구진, 모세혈관 확장 등이 나타나는데 이때 내원하는 경우는 드물다. 주사를 여드름으로 잘못 진단받아 불필요한 레이저 치료, 스테로이드 연고, 박피 등 자극적인 여드름 치료를 받고 피부 장벽이 무너진 상태로 내원하는 경우도 있다. 피부 표면이 울퉁불퉁해진 딸기코 상태의 남성 환자도 많다. 주사 환자의 절반 이상이 눈에도 증상이 있는데, 각막 등 눈 자체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초기 진단과 치료가 꼭 필요하다.


심리 상태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리 탄 박사 : 바로 드러나는 부위에 증상이 나타나기에 환자의 심리 상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주사 환자의 붉은 얼굴을 보고 '화가 나서', '창피해서', '술을 마셔서' 얼굴이 붉어졌다고 판단하거나, 부정적으로 보는 주위 시선들이 주사 환자를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한다. 캐나다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이뤄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사 환자의 3분의 1은 주사로 인해 삶의 질에 큰 타격을 입었으며,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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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여드름주사학회 박미연 회장
치료는 어떻게 하나?

박미연
 : 주사 치료는 크게 ▲염증 치료 ▲피부 장벽 회복 치료 ▲모세 혈관 치료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염증 치료는 일반적으로 경구용 항생제와 바르는 약을 함께 사용한다. 환자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6∼12주까지 항생제로 치료한다. 다만 항생제는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바르는 약을 필수적으로 함께 쓴다. 이버멕틴, 메트로니다졸 등 바르는 약들을 초기부터 사용하면 항생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피부 장벽 회복 치료 단계에서는 순한 보습제와 세안제를 사용하게 한다. 알코올 성분을 함유하지 않은 화장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환자들에게 권고한다.


모세혈관 치료 단계에서는 레이저 치료를 주로 시행한다. 대표적으로 헤모글로빈을 표적하는 '브이빔 레이저', 피부 깊은 곳에 있는 굵은 혈관 병변에 사용하는 롱펄스 엔디야그(Long-Pulsed ND:YAG) 레이저가 있다.

경구 항생제와 바르는 약으로 보통 12주 정도 치료를 지속하면 대부분 호전된다. 호전 후 중요한 건 유지치료를 같이 진행하는 것이다. 보습제와 바르는 약을 사용해 개선된 피부 상태를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치료를 진행하면 재발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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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여드름주사학회 제리 탄 박사
캐나다는 어떠한가?

제리 탄 
: 주사는 환자마다 나타나는 특성이 다르고 아형(subtype) 간 구분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표현형 접근법(phenotype-based approach)을 사용해 진단한다. 홍조, 구진, 농포, 딸기코 등 환자 개개인별로 나타나는 세부 특성(feature)을 파악하고 환자의 요구에 맞춰 중점적으로 치료하길 원하는 요소를 먼저 확인한다. 예를 들어, 어떤 환자는 홍조는 혈색 있어 보여 괜찮은데, 뾰루지는 나이에 맞지 않아 보여 치료하고 싶다고 한다. 이처럼 환자마다 구체적으로 치료하고 싶은 증상이나 요구가 다르기에 치료 옵션들을 모두 안내한 후 환자의 의사에 맞춰 치료를 진행한다.

모낭충 증가로 인한 주사도 치료법이 같은가?

김혜성
 : 모낭충 증가가 확연히 보이거나 의심되는 환자는 구충제인 이버멕틴 혹은 메트로니다졸 연고를 사용한다. 다만 이버멕틴 연고는 치료 초기에 자극이 있을 수 있어, 피부 장벽을 회복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성분이 포함된 보습제, 피부 염증과 혈관 확장을 조절하는 테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생제나 베타 차단제를 함께 사용한다.

제리 탄 : 캐나다에선 이버멕틴 연고를 주로 사용한다. 이버멕틴은 항염증 효과도 가지고 있어 오래 사용하면 홍반 개선과 염증 완화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임상연구에서 구진 농포를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이버멕틴 연고를 사용한 결과 유의한 개선 효과를 보였으며, 치료 1년 시점에는 안면 홍조도 완화되는 결과를 보였다. 이버멕틴, 메트로니다졸, 아젤익산(azelaic acid) 등의 바르는 연고는 구진이나 농포, 뾰루지 개선에도 효과적이며, 환자의 얼굴이 지속적으로 붉어지는 경우에는 옥시메타졸린, 브리모니딘 등 혈관 수축 효과를 가진 연고를 사용하기도 한다. 보통 도포 후 8∼10시간이 지나면 혈관이 다시 확장되기 때문에 꾸준히 사용하는 것을 권한다.


일상생활에서 주사를 예방,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김혜성
 : 술이나 담배, 사우나를 최대한 줄이고 때를 미는 습관을 버릴 것을 권한다. 뜨거운 음료나 매운 음식도 좋지 않다. 또한 주사 환자는 피부가 예민할 수 있으므로 자극을 줄 수 있는 침습적인 레이저나 화학박피, 미백 혹은 주름개선 기능성 화장품 사용 전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와 상의하길 바란다.

주사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박미연
 : 증상 초기 단계에 빠르게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올바른 치료를 시작하기를 권한다. 인터넷에 떠도는 '카더라 치료법'에 현혹돼 잘못된 치료법을 시도하거나, 아주 사소한 특정 증상에 매몰돼 병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경우가 있다. 주사는 적절히 치료하고 꾸준히 관리하면, 얼굴 홍조나 예민함 등 불편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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