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이런 곳’에 살면 신부전 환자 신장 기능 더 빠르게 악화한다

오상훈 기자

이미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더운 나라에 거주하는 만성 신부전 환자는 그렇지 않은 나라에 거주하는 환자에 비해 신장 기능이 더 빠르게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만성 신부전은(CKD)은 신장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지는 질환이다. 신장이 생명을 유지할 정도의 기능도 하지 못하게 되면 투석이나 신장 이식과 같은 ‘신대체요법’이 필요하다. 신대체요법은 비용이 많이 들고 환자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특히 영국에서 투석은 1인당 매년 약 4만파운드(한화 약 6800만원)의 비용이 드는데 영국 건강보험인 NHS 예산의 약 3%를 차지할 정도다. 만성 신부전 초기에 신장기능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도록 치료받는 게 중요한 이유다.

만성 신부전의 예후는 적도 인근 더운 나라에서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기후가 원인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았다. 환자마다 기저 신장질환이 다르고 지역에 따라 의료 접근성의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환자로부터 표준화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연구팀은 기후가 만성 신장질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다국적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제공한 만성 신부전 임상 시험 데이터를 전세계 열지수 데이터와 비교해 높은 수준의 열 노출이 만성 신부전 환자의 신장 기능 변화와 일치하는지 평가한 것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기후와 경제 수준을 가진 21개국, 4017명의 만성 신부전 환자들이 포함됐다.

분석 결과, 365일 중 40%의 열지수가 30도를 초과하는 나라에 사는 환자는 온대 기후에 사는 환자에 비해 매년 신장 기능이 8%씩 추가로 악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결과는 국가의 경제적 수준이나 고혈압, 당뇨병 등 환자의 기저질환 유무와는 상관없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만성 신부전 환자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신장 기능이 정상적인 사람들에게 어떤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연구의 수석 저자인 벤 캐플린(Ben Caplin) 교수는 “우리 연구 결과는 더운 지역에 거주하는 만성 신부전 환자들이 투석을 받거나 신장 이식이 필요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걸 보여준다”며 “이러한 사실은 기후 변화로 인해 지구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안타깝게도 가장 더운 국가 중 일부는 신대체요법을 이용할 수 없는 국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는 전세계 보건위기의 주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기후변화로 감염성·병원성 질환의 58%가 악화됐다거나 전세계에서 700만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이를 막기 위해선 지구 평균 표면 온도의 상승폭이 1.5도 이내로 유지돼야 하지만 현 상태가 이어지면 2100년까지 3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란셋 지구 보건(The Lancet Planetary Health)에 최근 게재됐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