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

파열 위험 큰 ‘취약성 동맥경화’, 스텐트 시술이 약보다 낫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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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부터)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석좌교수_ 박덕우·안정민 교수가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시행하고 있다/서울아산병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심근경색·급사의 주요 원인인 혈관 파열의 주범이자, 약물치료밖엔 치료법이 없던 ‘취약성 동맥경화(Vulnerable Plaque)’를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예방적 스텐트 시술이 취약성 동맥경화의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 약물보다 8.5배 효과적이란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낸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석좌교수, 박덕우·안정민·강도윤 교수팀은 파열 위험이 큰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치료집단과 약물치료에 더해 예방적 스텐트 시술을 함께 받은 집단으로 나누어 치료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2년 내 사망·심근경색을 포함한 주요 임상사건 발생 위험이 약물치료집단에 비해 스텐트 치료를 함께 받은 집단에서 약 8.5배 더 낮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심장 혈관 내부에 지방이나 염증 등의 이물질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는 동맥경화는 심한 경우 갑자기 파열돼 심근경색이나 급사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졌다. 취약성 동맥경화는 심각해질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관상동맥조영술이나 초음파, 심전도 등 기본적인 검사로 발견되기 어렵다.

파열 위험이 큰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의 기본적인 치료는 항혈전제·고지혈증 치료제와 같은 약물치료가 유일했는데, 그럼에도 갑작스러운 파열로 인한 심근경색의 발생을 막기는 쉽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 일본, 대만, 뉴질랜드 등 4개국 15개 기관에서 혈관 내 영상장비를 이용해 취약성 동맥경화를 진단받은 환자 1606명을 무작위 배정해 연구를 진행했다. 약물치료를 시행한 집단 803명과 약물치료에 더해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함께 받은 집단 803명으로 나누어 치료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관상동맥 중재시술은 취약성 동맥경화 위치에 스텐트를 삽입해 혈액이 자유롭게 흐를 수 있도록 혈관을 넓히는 시술이다. 통상적으로 관상동맥 중재시술은 혈류 장애가 심한 중증의 관상동맥 협착에서 시행되지만, 이번 연구는 중증의 혈류 장애가 없는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들을 대상으로 예방적 스텐트 시술을 시행한 것이다.


치료 결과는 심장 원인에 의한 사망, 급성 심근경색, 재시술,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 등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을 평가했다. 그 결과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환자군의 2년 후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은 0.4%로, 약물로만 치료받은 환자군의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 3.4%에 비해 발생 위험이 약 8.5배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평균 4.4년(최대 7.9년)간 장기 추적 관찰한 결과,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시술 집단의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은 6.5%로, 약물치료 집단의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 9.4%에 비해 발생 위험이 약 1.4배 더 낮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고위험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를 신중하게 선별해 적극적인 스텐트 시술을 시행하면 장기적인 치료 성적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덕우 교수는 "취약성 동맥경화에 예방적으로 스텐트를 삽입해 파열을 방지하면 급성 심근경색 및 급사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2014년 연구를 시작했는데, 딱 10년 되는 해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게 되었다"며 "중증 심혈관 질환의 치료 성적을 향상시키고 의학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목표로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참여해준 의료진, 연구진 그리고 환자의 노력이 모여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것 같아 뜻깊다"고 말했다.

박승정 석좌교수는 "이번 연구는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의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시술 효과를 분석한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연구이자, 약물치료와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시술 간의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의 차이를 비교한 세계 첫 번째 연구다"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에게 적극적인 예방 치료를 시행해 예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ACC 2024)의 최신임상연구 세션에서 8일(현지 시간) 현장 발표됐다. 또한 란셋(LANCET)에 같은 날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