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아세트아미노펜 해열제, 흔하지만 '쉽게' 보다간 큰 코 다치는 이유
오상훈 기자
입력 2024/03/18 20:00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전국 14개 시·도 15개 응급의료기관을 방문한 7766명의 중독 환자를 심층 조사한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환자 66.1%는 극단적 선택 등 의도적인 목적으로 약물에 중독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10대의 경우 10명 중 8명이 치료 약물에 의한 중독으로 조사됐다. 중독의 원인 약물은 '아세트아미노펜이 포함된 진통·해열제·항류마티스제'가 20.6%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벤조디아제핀계'(19.6%)였다.
아세트아미노펜은 통증 감각을 향상시키는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의 합성을 억제하고 중추신경계의 세로토닌이라는 신경물질을 조절해 진통 효과를 낸다. 식약처에서 허가한 효능. 효과는 '감기로 인한 발열 및 통증, 두통, 신경통, 근육통, 생리통, 삔 부위의 통증(염좌통), 치통, 관절통, 류머티양(류머티즘과 비슷한) 통증'이다. 효과가 다양하다 보니 국민 상비약으로 인기가 높아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의사 처방 없이 구매할 수 있다.
문제는 아세트아미노펜 단일 제제를 과다 복용하거나 다른 의약품에 아세트아미노펜이 함유된 걸 모르고 함께 복용하다가 권장 복용량을 초과할 수 있다는 것.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함유된 의약품은 600개가 넘는다. 일반 감기약은 물론 알레르기나 불면증 증상 개선제에도 함유된 경우가 있다. 소아청소년의 경우 콜대원, 챔프 등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에 타이레놀을 추가로 복용하기도 한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얼마나 먹어야 할까. 내과학회에 따르면, 성인 하루 최대 아세트아미노펜 복용량은 4g이다. 서방정 6알(1알 650mg)이 최대 용량이다. 소아청소년은 체중에 따라 달라진다. 매 4시간에서 6시간 마다 10~15mg/kg 이고, 24시간동안 50~70mg/kg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의약품 외부포장 또는 첨부문서(표시기재)에 함유된 주성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만약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약을 복용한 후 소화불량·오심·구토·피곤함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간 손상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복용 후 24시간에서 72시간이 지나면 오른쪽 윗배 통증, 압통(피부를 세게 눌렀을 때에 느끼는 아픔) 등의 증상이 간 손상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72시간이 지나면 간 독성이 최고치에 이르면서 급성 간부전으로 진행되기도 하고 대사성 산증(신체 내의 산의 증가와 염기의 감소로 발생), 혈액 응고 장애, 신부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과잉 복용으로 병원에 가면 응급 처치와 함께 혈중 약물 농도를 검사하고 이에 따라 해독제 치료를 한다. 해독제인 아세틸시스테인(N-acetylcysteine)을 복용하게 하거나 정맥 주사로 투여한다. 다만 정맥주사로 투여할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이상반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의 집중관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