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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일간지 "한국 저출생 문제 우연 아냐. 이유는…"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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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프랑스 대표 매체가 한국의 '노키즈존' 증가 현상을 저출생 문제와 연결지어 비판적으로 조명한 기사를 보도했다. 출산율이 주요국 중 가장 낮은데도, 노키즈존 상점이 성행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지난 19일(현지시간) "한국 사회가 저출산으로 몸살을 앓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아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이) 피곤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에서 노키즈존 같은 현상은 우려스럽다"고 했다. 노키즈존을 부모와 아이들을 배제하는 일종의 '낙인 찍기'로 봤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민아 교수는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집단 간 배제, 타인에 대한 이해를 거부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노키즈존은 400곳 이상 운영되고 있다. 제주연구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노키즈존은 모두 542곳이다. 인구 10만명당 노키즈존 업소가 많은 곳은 제주(11.56개), 경북(1.89곳), 강원(1.88곳), 부산(1.86곳)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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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르몽드 캡처
르몽드는 한국에서 2010년대 초부터 노키즈존이 생긴 이유를 식당 등 어린이 관련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법적 책임으로 설명했다. 사례로 2011년 부산 음식점 판결을 소개했다. 당시 10세 아동이 뜨거운 물을 들고 가던 종업원과 부딪혀 화상을 입었는데, 법원은 식당 주인에게 피해 아동 측에 4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노키즈존 운영 사업주 205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설문조사에서, 노키즈존을 운영하는 이유로 '아동 안전사고 발생 시 사업주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해서'를 꼽은 사람이 68.0%(중복 응답)로 가장 많았다.

르몽드는 노키즈존 운영을 영업의 자유로 볼지, 아니면 특정 계층을 겨냥한 차별로 볼지 한국 사회가 열띤 논쟁에 빠졌다는 점도 거론했다. 실제로 제주도 의회에서 노키즈존을 금지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키려다가 영업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반발에 부딪혀 '확산 방지'로 표현이 완화된 적이 있다. 이후 일부 식당은 '노키즈존' 대신 '나쁜 부모 출입 금지(아이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부모 출입 금지)' 등 간접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미국 뉴스 채널 CNN에서도 노키즈존을 지적하는 내용을 보도했다. 당시 CNN은 "한국은 초저출산 극복을 위해 매년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어린아이의 업장 출입을 금지하는 이른바 노키즈존 영업이 성행하는 등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어른들이 방해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려는 노키즈존은 최근 몇년간 한국에서 눈에 띄게 인기를 끌었는데, 카페와 식당에서 아이들을 막는 것은 출산 장려에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의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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