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음식 대신 '이것' 줄이면 지방간 위험 감소
이슬비 기자
입력 2024/02/18 07:00
◇비알코올 지방간, '과식'이 핵심 원인
지방간은 간세포에 지방이 5% 이상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원인에 따라 알코올 지방간, 비알코올 지방간으로 나뉘는데, 비알코올 지방간은 술이 아닌 식사로 간에 지방이 찐 것이다. 유전, 근력 감소 등 다양한 원인이 관여했을 수 있지만, 주로 가장 큰 발병 원인은 '과식'이다. 과도하게 영양성분을 섭취하면 우리 몸은 남은 에너지원을 나중에 쓰려고 간에 지방 형태로 저장한다. 저장한 지방을 쓰지도 않았는데, 계속 과도한 에너지원을 섭취하면 간에 지방이 쌓이다가 결국 5%를 넘어 비알코올 지방간이 된다. 이때도 처음엔 큰 증상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지방이 오랜 시간 간에 껴있으면, 염증이 생기고 간은 점점 더 망가진다. 지방간이 지방간염이 되고, 지방간염이 간경화, 간암으로 진행된다. 지방간에서 멈추면 정상 간으로 돌아올 수 있지만, 넓은 범위에 걸쳐 간세포가 딱딱해지는 중증 간경화로 넘어가면 아예 정상으로 돌아올 수 없다. 대사질환 합병증 발병 위험도 올라간다. 대한간학회가 2021년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1.6배, 제2형 당뇨병이 2.2배, 만성 콩팥병이 1.2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 줄이기 어려우면 '먹는 속도' 줄여야
섭취하는 음식량을 당장 줄이기 어렵다면, 먼저 '식사 속도'를 줄여보자. 실제로 강북삼성병원이 식사 속도에 따른 비알코올 지방간 발생률을 조사했더니, 먹는 속도가 빠를수록 지방간 환자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이 아닌 사람만 추가로 조사했을 때도, 식사 시간이 5분 미만으로 매우 빠를 때는 지방간 발병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음식을 너무 빨리 먹으면 식욕 억제 호르몬이 작용하지 못해, 폭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음식이 배에 들어오면 위장관에서 식욕 억제 호르몬을 분비하고 뇌가 이를 인지해 그만 먹도록 신호를 보내는데, 이때 걸리는 시간이 최소 15분이다. 적어도 식사를 15분 이상 해야 과식을 방지할 수 있다. 비알코올 지방간뿐만 아니라 여러 대사질환도 예방할 수 있다. 고대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김도훈 교수팀 연구 결과, 15분 이상 식사한 그룹은 5분 이내 식사한 그룹보다 고지혈증 위험이 1.8배, 비만은 3배, 당뇨병 위험은 2배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이섬유가 많은 식품을 먼저 먹으면 음식 속도를 늦추기에 수월하다. 삼키기 전 오래 씹어야 하는 음식이 많고, 소화가 천천히 돼 포만감을 빠르게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식이섬유가 많은 식품으로는 오이, 가지, 샐러리, 파프리카, 사과 등이 있다.
◇식단은 단순하게
식단을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여러 반찬이 펼쳐져 있는 우리나라 전통식보다 단순하고 간단하게 한 음식만 먹는 것만으로도 비알코올 지방간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고은·김영선,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이정은 교수팀은 간염 환자가 아니면서 알코올 소비량도 많지 않은 1190명을 대상으로 식습관과 지방간 발병률을 비교·분석했다. 먼저 36가지 음식을 1년 동안 얼마나 먹었는지 확인한 후 ▲전통식 ▲서양식 고탄수화물 ▲간단한 식사로 다시 음식을 식단별 나누어 실험참가자별 식단 패턴을 확인했다. 빈도에 따라 5개 그룹으로 나눴다. 분석 결과 비알코올 지방간 환자가 가장 많이 나온 그룹은 전통식을 먹는 빈도가 가장 높은 그룹이었고, 가장 적은 그룹은 간단한 식사를 주로 하는 그룹이었다. 전통식 빈도가 가장 높은 그룹은 가장 낮은 그룹보다 비알코올 지방간 위험도가 무려 85%나 높았다. 간단한 식사 빈도가 높은 그룹은 가장 낮은 그룹보다 오히려 위험도가 41% 낮았다. 정고은 교수는 "적절한 식단 변화만으로도 지방간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지방간 환자라면 체중 감량에 집중을
이미 지방간 환자라면 지방간염으로 악화하기 전에 빠르게 간을 회복시켜야 한다. 가장 효과가 큰 치료 방법은 체중 감량이다. 초기 지방간은 체중을 3~5%만 감량해도 특별한 치료없이 지방간을 없앨 수 있다. 일주일에 최대 1kg 감량을 목표로 운동, 식이조절을 하는 걸 권장한다. 단기간에 급격하게 살을 빼면 오히려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대한간학회는 비알코올 지방간 개선을 위해 하루 400~500kcal를 덜 먹는 걸 권고했다. 식단조절과 함께 일주일에 2번 최소 30분 이상 걷기, 수영, 조깅, 자전거 등 유산소 운동을 하면 수월하게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 목표 체중에 도달했다면 근력 운동으로 근육량을 늘려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