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현실판 뱀파이어? 햇빛 쬐면 피부 변하는 ‘색소피부건조증’ [세상에 이런 병이?]
임민영 기자
입력 2024/02/02 07:15
현실판 뱀파이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색소피부건조증(Xeroderma Pigmentosum)’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다. 색소피부건조증이 있으면 햇빛을 보면 안 된다.
색소피부건조증은 자외선에 과민한 희귀 유전질환이다. 색소피부건조증은 1874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출신의 피부과 의사 모리츠 카포시가 처음 발견했다. 당시 카포시는 어린 나이에 피부가 갈라지고, 피부색이 변하며 피부암을 겪는 환자들을 목격했다. 카포시는 이 질환의 원인을 찾지 못했지만, 1960년대에 제임스 클리버 박사가 자외선과 색소피부건조증의 인과관계를 확인했다.
색소피부건조증은 유전자 변이에 의해 발병하며,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된다. 피부는 자외선에 노출되면 세포 내 DNA가 손상을 입는다. 정상적인 세포는 손상 부위를 수리해 회복시킬 수 있다. 그런데, 색소피부건조증 환자들은 이를 회복하지 못해 유전자 변이가 생긴다. 대표적으로 9번 염색체의 장완(동원체를 중심으로 긴 부위)에 변이가 생겼을 때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색소피부건조증 환자들에게는 p53유전자의 돌연변이도 발견된다. p53유전자는 세포의 이상증식과 돌연변이를 막고 암세포가 사멸되도록 유도하는 유전자로, 항암유전자라고도 불린다.
색소피부건조증의 국내 환자는 집계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100만 명 중 1명꼴로 발병한다고 알려졌다. 색소피부건조증은 매우 희귀해서 아직 완치법이 없다. 환자들은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진행한다. 각막에 가해지는 자극을 줄이기 위해 안약을 사용할 수 있다. 피부암이 생겼다면 수술로 치료한다. 환자들은 햇빛을 피해야 해서 비타민D가 부족할 때가 많다. 따라서 색소피부건조증이 있으면 비타민D 보충제도 복용하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