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건강

아파트에 의무 설치된 ‘환기 장치’, 오히려 폐 망가뜨릴 수도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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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100세대 이상 사는 아파트나 공동주택에 거주한다면 집에 환기 장치가 이미 설치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국토교통부가 2006년 설치를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4월 이후엔 공동주택 30세대 이상으로 설치 대상을 확대했다. 지금까지 환기 장치가 있는지 몰랐다면, 이 환기장치가 폐 건강을 지키고 있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보통 천장 안에 설치돼 있는 이 환기 장치의 정식 명칭은 '전열교환기'로, 내부의 오염된 공기는 내보내고 외부 신선한 공기는 필터로 오염물질을 거른 후 실내에 유입한다. 내부 먼지만 제거하는 공기청정기보다도 훨씬 효과적이다. 게다가 내부 열에너지는 재활용해 냉난방 비용도 절감해 주는 경제적인 장치다. 겨울철 외부 공기는 데워 유입하는 똑똑한 장치이기도 하다. 1시간당 10분 가동으로 실내 공기 질이 개선되고, 전기료는 월 3000~5000원 정도 소비된다. 겨울철에는 공기를 데우면서 추가적인 전기료가 들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장치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오히려 폐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약 3~6개월마다 필터를 교체해야, 공기 정화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대부분 사용자가 몰라서 필터를 갈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이 2019년 7월부터 12월까지 수도권 아파트 24개소를 대상으로 전열교환기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83.3%가 필터를 교체하지 않아 다량의 먼지가 쌓여있는 상태로 사용하고 있었다. 최소 2년에서 최대 9년까지 교체되지 않았는데, 심한 경우엔 곰팡이도 확인됐다. 일부 시설은 설비만 있고 필터는 아예 없는 곳도 있었다.

필터에 곰팡이, 세균, 먼지 등이 낀 상태로 전열교환기를 사용하면, 전열교환기가 없는 곳보다 시설 내부에서 오염된 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 외부 공기가 오염된 필터를 거쳐 내부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한편, 필터는 설치사마다 교체 시기와 필터 종류가 달라 잘 살펴보고 교체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진공청소기로 청소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 실태 조사 이후 일부 홈케어 업체에서 필터를 교체해 주는 서비스 등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