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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일상을 영상으로 촬영해 타인과 공유하는 것은 과도한 긴장과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사진=유튜브 채널 '진정부부'
지난 29일, 100만 구독자를 앞둔 유튜브 채널 ‘진정부부’가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화제다. 진정부부 채널은 2019년 개설돼 부부의 일상을 다루다가, 딸이 태어나며 육아 채널로 방향을 변경했다. 채널 운영자인 아빠 이경진은 마지막 영상에서 “원래 돌아다니는 거 싫어하는데, 유튜브 때문에라도 딸이 경험하기 좋은 곳 많이 다니려 하다 보니 저를 많이 따르게 된 것 같다”며 "유튜브를 통해 딸이 점점 유명해지고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 감사하지만, 인격 형성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돼 원래도 아이가 유치원 갈 때쯤 그만둘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두 부부는 유튜브 활동이 아이에게 악영향을 미친 것 같지는 않으나, 올해 초 아이가 카메라를 약간 의식하는 때가 있었고 이를 계기로 유튜브를 그만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고백했다. 개인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타인과 공유하는 것은 여러 장점이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독이 될 수도 있다.

개인의 일상을 남은 브이로그 콘텐츠는 유튜브에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브이로그(vlog)’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를 합성한 말로 ▲식사 ▲출퇴근 ▲육아 ▲자기계발 ▲여행 ▲친구와의 만남 ▲휴식 ▲직장생활 등 일상의 다양한 순간을 촬영해 타인과 공유하는 영상 콘텐츠다. 평범한 일상을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나, 단점 또한 뚜렷하다. 일상 속에서 카메라를 계속 켜두면, 본인이 가진 나쁜 습관이 영상에 담기지 않게 검열하는 과정에서 긴장과 불안을 느낄 수 있다. 또 자신도 모르게 지나치게 사적인 영역까지 촬영되면 개인정보 노출 등 역효과가 날 위험도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을 담은 육아 브이로그 역시 장단점이 있다. 자녀의 어린 시절을 생생하게 기록할 수 있지만, 아이의 일상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아동의 놀이가 ‘이익 창출의 수단’으로 변질되기도 해서다. ‘유튜브 출연 아동의 놀이권 보장 현황’이란 논문에 따르면, ▲아동이 놀이 도중 카메라를 의식하는 것 ▲부모가 아동과의 상호작용보다 촬영을 우선시하는 것 ▲아동이 매운 컵라면 등 자신의 나이대에 부적절한 음식을 먹는 것 ▲아동이 카메라를 보고 놀이나 장난감에 대해 설명하게 하는 것 ▲놀이 중인 아동에게 반응·대답을 요구하는 것 ▲아동이 노는 중에 부모가 끼어들어 다른 행동을 유도하는 것 등은 모두 아동의 놀이권 침해다. 연구자는 유튜브에 출연하는 아동들의 놀이는 ‘순수한 놀이’라기보다, ‘놀이 형태를 한 노동’에 가깝다고 보았다. 아이가 촬영에 동의했더라도 카메라 앞에서는 원래와 다른 모습을 가장하며 심리적 부담을 느낄 수 있어서다.

이에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은 아동·청소년 출연자가 출연하는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 유통할 때 점검해야 할 사항을 정리한 체크리스트를 배포했다.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나 사생활이 당사자와 보호자의 동의 없이 노출된 장면은 없는지 ▲아동 청소년이 성장 후 불편하거나 부끄럽게 여길만한 장면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라는 내용이 골자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어른의 시선으로 지금은 귀엽게 느껴지는 장면도, 아동이 성장한 후 불편해하거나 수치심을 느끼는 장면으로 여겨질 수 있다”며 “한번 온라인에 업로드 된 영상은 제3자에 의해 이미지 캡처 등의 방식으로 확산해 완전히 삭제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아이가 성징 후에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만한 영상인지 제작자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