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학

초등 6학년 딸 성관계에 충격받은 엄마 사연… 빨라진 ‘첫경험’ 전문의 우려는?

오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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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초등학교 6학년 딸이 남자친구랑 성관계를 한 사실을 알게 된 엄마가 충격을 받아 하소연하는 일이 발생했다. 실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첫 성경험 시점은 빨라지는 추세다.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난 5월 초등생 딸의 성관계 사실을 알게 된 후 충격을 호소한 엄마의 사연이 재조명됐다. 초등학교 6학년 딸의 엄마라는 A씨는 “딸이 ‘잘못했다’고 털어놓은 얘기를 듣고 당황했다”며 “딸은 ‘처음에는 (남자친구가) 만지려고 해서 싫다고 했는데, 몇 번 그런 일이 있고난 후 성관계까지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추행을 당한 게 아니고 합의하에 했다는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또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면서 “내 자식이 그랬다는 게 정말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한테 말해야 할지, 그냥 혼자 묻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첫경험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는 지표들이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청소년 건강 행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만13~18세)의 성관계 경험률은 2009년 5.1%에서 2019년 5.9%로 증가했다. 통계청의 주민등록인구를 감안하면, 실제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17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성경험 청소년들의 성관계 시작 연령이 평균 13.6살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부모들이 우려하는 바는 두 가지다. 먼저 이른 성관계가 나중에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지 여부다. 하나의 사례로 단정하긴 어렵지만 통계적으로 이른 성관계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HPV(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 때문이다. 첫 성관계를 일찍 시작한 인구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자궁경부암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주웅 교수는 “첫 성관계를 일찍 가지면 그만큼 평생 동안 겪을 성관계 파트너 수가 많아질 수 있어서 HPV 감염 확률도 높아진다”며 “첫 관계 때 HPV에 감염될 수도 있는데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능력이 약한 시점이라 HPV 지속감염에 의한 치명률도 증가한다”고 말했다.

사실 HPV 감염보다 더 우려스러운 건 피임 실패로 인한 임신이다. 양육 문제는 별개로 떼어놔도 청소년 임신은 태아나 모체가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고위험 임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선 10~19세의 임신은 20~24세의 임신에 비해 산모의 ▲임신중독증 ▲산후기자궁내막염 ▲전신감염 위험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인공임신중절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자궁 건강과 추후 생식 능력 큰 지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 성관계를 쉬쉬하고 막는다고 될 일은 아니다. 이전 연구들을 살펴보면 폐쇄적인 성교육은 아이들의 성인식에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유튜브다 비정형적인 시스템에서 잘못된 성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많다.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전국 중·고등 학생 약 6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34.5%는 피임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주웅 교수는 “청소년 성교육의 핵심은 제대로 된 피임법과 관계에 있어 책임감인데 현재 잘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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