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성인 영상 보는 초딩들 늘었다… 아무래도 코로나 탓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03/24 15:03
우리나라 초등학생 3명 중 1명은 성인용 영상물을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PC 사용 연령이 낮아지면서 불법 영상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데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아이 혼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심리적, 신체적으로 급격한 성장을 보이는 시기인 만큼, 잘 못된 성 관념을 갖지 않도록 부모와 학교, 사회적인 차원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초등학생 성인 영상 이용률 33.8%… 주된 경로는 ‘인터넷 방송’
지난 23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0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생(4~6학년)의 성인용 영상물 이용률은 33.8%에 달했다. 이는 지난 조사 당시(2018년, 19.6%)보다 10% 이상 급증한 것으로, 같은 기간 청소년(중·고등학생) 이용률이 39.4%에서 37.4%로 소폭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초등학생이 크게 늘면서 온라인 영상 사이트와 성인 인터넷 방송 등 다양한 경로로 쉽게 성인용 영상을 접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조사에 응한 초등학생들은 성인용 영상을 보기 위해 ‘인터넷 개인 방송과 동영상 사이트(21.6%)’를 가장 많이 이용했다고 답했다. 이어 ‘포털사이트(19.4%)’, ‘스마트폰앱(18.5%)’, ‘메신저(18.4%)’ 순이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수업 감소로 스마트폰·PC 사용이 증가한 점, 아이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함경진 부장은 “코로나19로 혼자 있는 시간에 디지털 기기에 대한 접근성이 전보다 높아졌고, 이로 인해 성인용 영상물 이용에 대한 접근 기회가 높아졌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친구들과 교류나 외부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온라인을 통해 접하는 성인용 영상물은 자극적인 요소들로 어린이, 청소년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자극적인 불법 영상… 정상적인 성 가치관 형성에 영향
초등학생이 접하는 성인용 영상물은 대부분 성차별적이거나 폭력적·자극적인 내용이 많다. 때문에 이 시기에 왜곡된 내용의 성인용 영상물을 접할 경우 성관계나 피임 등에 대한 잘못된 성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물론, 성가치관이 왜곡될 위험도 높다. 전문가들은 특히 ▲사람에 대한 성(性)적 대상화 ▲긍정적인 성적 관계에 대한 왜곡 등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함경진 부장은 “사전에 성교육이나 미디어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인용 영상물에 노출되고 이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경우, 성 관련 의사결정 방법이나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 유통되는 성인용 영상물이나 성착취물 대부분이 비윤리적·가학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어린 시기에 지속적으로 이 같은 내용을 접하면 자기 검열·판단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으면서, 실제로 따라하고 싶거나 따라하게 되는 모방행동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
◇“신체·심리 급성장하는 시기… 아이와 솔직하게 소통해야”
전문가들은 어린 자녀가 스스로를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부모와 학교, 나아가 사회 전반적인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함경진 부장은 “부모와 학교는 아이가 성적 욕구를 가진 한 사람임을 기억해야 한다”며 “성적 호기심은 누구나 가질 수 있고, 아이들은 이를 해결하고자 성인용 영상물을 이용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부모는 자녀가 성인용 영상물을 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무조건 야단을 치기보다 아이와 함께 디지털 기기 이용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한다. 부모와 자녀가 성인용 영상물 이용으로 인한 우려사항에 대해 솔직하게 소통하면서, 이를 제한할 수 있는 규칙들을 함께 논의해보는 것도 좋다. 또 가정과 학교에서는 성교육을 통해 아이에게 왜곡된 성문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갖게 하고, 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미성년자의 성인용 영상물 이용을 차단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사회적인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다. 함경진 부장은 “초등학생은 급격한 심리적, 인지적, 신체적 발달과 함께 사회적 관계망이 확대되는 시기인 만큼, 성에 대한 올바른 정보 습득과 가치관 형성이 중요하다”며 “특히 이 시기는 최초로 온라인 매체에서 성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성표현 매체(음란물)를 접하게 되므로, 이로 인한 갈등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인식의 전환과 정서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에 대한 고민, 궁금증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성교육이나 상담기관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