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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진드기에게 물리면 소, 돼지, 양 등 적색육을 먹을 때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알파갈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다. 사진은 론스타 진드기. /사진=CDC
진드기에게 물리면 놀랍게도 소, 돼지, 양 등 적색육을 먹을 때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알파갈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다.

알파갈은 '갈락토오스-알파-1,3-갈락토오스'의 약자로, 적색육에 들어있는 올리고당을 지칭하는 말이다. 대부분 포유류에 있지만 어류, 조류, 파충류 그리고 사람 체내에서는 생성되지 않는 당이다. 우리 몸은 한 번도 노출된 적이 없는 물질이 소화기관에 들어오면 보통 소화하지 못하고 그대로 내보낸다. 이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진드기에게 물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론스타(Lone Star) 등 특정 진드기는 타액에 알파갈이 있다. 이 진드기가 사람을 물면 사람 체내 혈관을 따라 알파갈이 돌아다니게 되고, 우리 면역 체계는 알파갈에 대한 항체를 생성하게 된다.

이후 적색육을 먹으면 우리 몸은 알파갈을 인식하고 항체를 생성해 알레르기 반응이 유발된다. 두드러기, 경련, 복통, 구토,  호흡곤란,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주로 나타나며, 심하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아나필락시스 반응도 보일 수 있다.


지금까지 알파갈 알레르기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는 다른 식품 알레르기가 섭취 후 2시간이면 증상이 나타나는 것과 달리,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이 매우 늦기 때문이다. 고기를 먹고 나서 4~6시간이 지나서야 가려움증 등 증상이 시작되는 것으로 미국 버지니아대 스콧 커민스 교수 연구팀 연구 결과 확인됐다. 고기는 다른 식품보다 소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알파갈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진드기의 주 서식지는 미국, 멕시코 등 아메리카 대륙이다. 실제로 미국에선 알파갈 알레르기 사례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최대 45만명의 미국인이 알파갈 알레르기를 앓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 정도 수치라면 미국 내 식품 알레르기 중 10번째로 흔한 것.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지난 2020년 알파갈 당 분자가 없어 알파갈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없는 유전자 변형 돼지를 식품·의료용으로 승인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진드기 중에는 타액에 알파갈이 있는 종이 없었다. 그러나 2019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론스타 진드기가 발견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산 등 진드기가 서식할 수 있는 야외에서 활동했다면 집에 돌아온 후 꼼꼼히 씻고, 활동할 때 입은 옷은 바로 세탁해야 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