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억제제 과다처방 병의원, '다이어트 성지'라 불렸던 곳들

신은진 기자

▲ 향정신성 의약품인 식욕억제제는 환각, 발작 등 정신과 질환 외에도 소화기 장애, 중증 심질환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명 '다이어트약 성지'라고 불리는 의료기관들의 실체가 드러났다. 병원 문을 열기도 전부터 진료대기 줄을 형성해 오픈런 현상까지 일으킨 이들 의료기관이 건강을 해칠 정도로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과다하게 처방하고 있음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약류 식욕억제제(향정신성의약품) 처방건수가 특히 많은 5개 의료기관을 점검한 결과, 5개 의료기관 모두에서 식욕억제제를 과다처방한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란 뇌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는 약물로, 배고픔을 덜 느끼게 하거나 포만감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한다. 대표적인 식욕억제제 성분으로는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암페프라몬), 마진돌, 펜터만+토피라메이트복합제 등이 있다.

식욕억제제의 효과는 식욕억제를 통한 체중감량 하나인데 부작용은 매우 다양하다. 향정신성 의약품 특성상 정상적으로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더라도 ▲중독이 쉽게 발생하며 ▲이로 인해 정신분열증과 비슷한 정신이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3개월 이상 투여하거나 반복적으로 약물을 사용할 경우, 폐동맥 고혈압 위험도 커진다.

그 외에도 ▲원발성 폐동맥 고혈압 ▲역류성 심장 판막 질환 ▲심계항진 ▲빈맥 ▲혈압상승 ▲과자극  ▲불면증 ▲불쾌감 ▲두통 ▲정신질환적 발작 ▲환각 ▲구갈 ▲설사 ▲변비 ▲두드러기 ▲발기부전 ▲성적충동의 변화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오남용은 더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한다. 실제 식약처에 보고된 사례를 보면, 식욕억제제를 다량 복용하고 나서 혼수상태로 정신병원에 이송된 사례, 약물 의존성으로 인해 약물을 중단하면 심한 졸음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사례 등이 있다.

특히 식욕억제제를 2종 이상 병용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 안전상의 문제로 식욕억제제는 2종 이상 병용처방 자체가 금지돼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이번 조사를 보면, 일부 의원에선 2종의 식욕억제제를 병용처방한 사실도 확인됐다. 만일 식욕억제제를 2종 이상 동시에 투약할 경우, 혈압이 급상승하거나 중증 심장질환이 발생하는 등 심각한 건강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식욕억제제는 약물 상호 작용이 많아 사용을 특히 주의해야 하는 약이다. 진통제처럼 흔하게 사용하는 약부터 항우울제, 불면증약, 금연치료제 등 개인의 상황에 따라 사용이 불가피한 약물과도 함께 사용하면 안 된다. 예를 들어, 항우울제 중 SSRI제제(플루옥세틴, 둘록세틴 등)와 식욕억제제를 함께 복용하면 불면, 고열, 불안, 발한, 설사, 경련 등 각종 중증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만일 식욕억제제를 복용하다가 부작용이 생겼다면, 바로 약 복용을 중단하고 의사나 약사와 상담해야 한다. 다른 향정신성의약품과 달리 식욕억제제는 바로 중단하더라도 또다른 부작용이 추가로 생기진 않는다.

한편, 정부는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우려가 제기되는 의료기관 단속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앞으로도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 우려 문제가 제기되는 의료기관에 대해 적극적으로 조치함으로써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오남용을 차단하고 안전하고 적정한 사용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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