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젊은 대장암 세계 1위, 의심 증상은…"[헬스조선 명의]
강수연 기자
입력 2023/03/20 07:0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대장암 명의' 중앙대병원 대장항문외과 박병관 교수
젊은 대장암 환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랜싯 소화기 저널에 게재된 해외 연구에 따르면 국내 20~49세의 대장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12.9명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젊은 대장암 환자는 건강검진 등으로 대장암을 조기 발견할 기회가 적고, 관련 증상이 나타나도 대장암을 의심하지 않아 예후가 나쁘다. 특히나 대장암은 그 증상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아 ‘침묵의 암’으로 불리기도 한다. 대장암의 원인부터 속설, 치료법까지 중앙대병원 대장항문외과 박병관 교수에게 자세히 물어봤다.
젊은 연령에서의 대장암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조기 발병 대장암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50세 이전에 진단되는 암들을 통상적으로 조기 발병 대장암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조기 발병 대장암이 굉장히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원인으로는 서구화된 식습관, 생활환경 등이 꼽히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소화불량 등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인해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다음 진단되는 경우들이 있다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충분히 완치될 수 있는 대장암이지만, 이런 경우엔 일부 환자들에게선 완치되기 어려울 수 있다.
-대장암 의심 증상은?
대장암이 있는 경우 혈변, 변비, 설사, 배변 습관의 변화, 소화불량 등 다양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증상은 대장암이 없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기 때문에 대장암의 특이적인 증상이라고 단언할 순 없다. 무증상도 많다. 실제로 대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 중 아무런 증상이 없었지만, 건강검진에서 대장암이 발견된 사례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국가에서도 암 검진 사업을 하고 있고, 대장내시경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단순 혈변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 중 실제 대장암 환자는?
영국에서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혈변으로 진료를 본 환자의 3.4%에서 대장암이 확인됐다. 전체 인구 중 혈변을 보는 환자 중에 대장암 확진율은 약 0.1%밖에 안 되기 때문에 혈변 증상 하나가 대장암을 예측하거나 반영한다고 보긴 어렵다. 사실 혈변의 가장 큰 원인은 우리가 치질이라고 얘기하는 치핵이 훨씬 더 많다. 대장암 환자 중 일부에서 발생하는 피 때문에 혈변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분명히 있어 혈변을 대장암과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할 수도 없지만, 혈변 자체가 100% 대장암의 원인으로 보는 것도 다소 무리가 있을 거라 본다. 치질 환자들이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속설 역시 거짓이다. 치질과 대장암 자체는 완전히 다른 질환이고, 치질이 대장암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대장암의 위험 요인은 육류 위주의 식습관, 비만, 흡연, 음주 등의 환경적인 요인과 여러 가지 유전성 요인이 같이 작용한다. 대표적인 유전성 대장암인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과 유전성 비용종성 대장암은 선천적인 유전자 결함으로 인해 대장암 발병 위험이 높은 대표적인 질환들이다. 그 외 염증성 장 질환으로 불리는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또한 대장암의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암 치료 방법은?
대장암의 가장 핵심적인 치료는 수술로 대장암을 제거하는 것이다. 수술을 통해 원발암과 주변에 퍼져 있을 수 있는 임파선들을 제거한다. 대장암은 크게 결장암과 직장암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두 부위에 따라서 치료 방법도 달라진다. 결장암의 경우는 수술을 먼저 시행하고, 수술 후 병기에 따라 2기나 3기에선 항암치료를 받게 된다. 수술과 항암 치료가 결장암에선 가장 핵심적인 치료다. 방사선 치료 등 다른 치료는 전이가 됐거나, 재발이 된 경우에 선택적으로 시행한다. 직장암에선 수술과 항암 치료 외에 방사선 치료라는 또 다른 치료를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국소 진행성 직장암 치료에선 수술을 먼저 시행하기보단 수술 전에 항암 방사선 치료를 먼저 시행해 암의 크기를 줄이고 이후 수술로 암을 제거한 뒤 다시 항암치료를 하는 순으로 진행한다. 이러한 치료방식은 국소 재발률을 낮춘다.
대장암의 위치에 따라 다르다. 기본적인 내용은 대장암만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정상조직 및 림프절도 같이 제거하는 것이다. 다만 직장암의 경우 최대한 괄약근을 살리는 괄약근 보존술식을 선택하게 된다. 항문을 제거해야 하는 경우는 항암 방사선 치료 후에도 괄약근 침범 부위가 제대로 줄어들지 않거나 암이 사멸하지 않았을 때 부득이하게 항문을 제거하고 있다.
-대장암 수술 범위와 방법은 어떻게 결정하나?
대장암의 위치, 진행 정도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 과거엔 개복수술을 주로 시행했지만, 최근엔 최소침습수술로 불리는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 수술을 진행한다. 이들은 과거처럼 절개를 많이 하지 않고, 트로카라는 기구를 통해 카메라와 수술 기구가 복강 안으로 들어가 암을 제거하는 수술이다. 환자의 통증도 줄고 회복 속도도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수술 후 합병증 등 부작용도 훨씬 적은 편이다.
-대장암 생존율은?
국가암정보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대장에만 국한된 경우 5년 생존율은 94%, 주변임파선까지 진행된 경우 82.5%, 다른 장기에 전이된 경우 20%로 보고된 바 있다.
-대장암 재발률과 대장암 재발 원인은?
대장암의 재발률은 병기에 따라 다르다. 1기에선 재발률이 약 5% 내외로, 2기에선 10%, 3기에선 30% 정도로 보고 있다. 재발의 원인은 수술과 적절한 항암치료 등에도 불구하고, 잔존 암세포가 남아 재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cm 이상의 용종을 진행성 선종이라고 이야기한다. 외국의 한 데이터에 따르면 진행성 선종중 2.4%에서 암이 발견됐고, 사이즈가 1cm보다 작은 선종에선 1%에서 암이 발견됐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조기 발견이 가능한 암인가?
그렇다. 정기적인 대장내시경을 통해 조기 발견 및 예방이 가능하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용종이 발견되면, 용종을 미리 제거하고 그로 인한 암 발생률 자체를 낮출 수 있다. 또한, 증상이 없을 때도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한다면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완치를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식습관 개선, 금연, 금주, 규칙적인 운동들은 대장암의 예방뿐 아니라 건강한 삶에 도움을 주는 활동들이다. 하지만 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은 정기적인 대장암 검진을 통해 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다. 증상에 상관없이 일정 나이가 되면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대장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5년에 한 번씩 대장내시경을 받는 게 원칙이다. 가족력이 있는 경우엔 그보다 훨씬 더 짧은 빈도로 검사를 받도록 권유한다.
-마지막으로 대장암 환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우리나라의 대장암 치료는 국제적으로도 높은 생존율을 보이고 있다. 수술 기법이 높은 수준으로 발전했고, 국가암검진 프로그램도 잘 이뤄져 있다.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낙심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길 바란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중앙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다. ▲대한대장항문학회 진료권고안위원 ▲대한대장항문학회 기획위원 ▲대한내시경로봇외과학회 의료심사위원회 간사 ▲대한종양외과학회 건강보험위원회 간사 ▲대한내시경로봇외과학회 편찬위원 ▲대한외과대사영양학회 학술위원을 지냈으며, 현재는 ▲대한외과학회 정회원 ▲대한대장항문학회 정회원 ▲대한내시경로봇외과학회 정회원 ▲대한종양외과학회 정회원 ▲대한대장항문학회 학술위원을 맡고 있다. 주로 대장암 수술에 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해왔으며, 최근까지 복강경 수술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방식의 대장암 수술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