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3월이면 심해지는 틱 장애… 지나친 관심 주지 말아야"[헬스조선 명의]

신은진 기자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소아 틱 장애 명의'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반건호 교수

 


새 학기를 시작한 아이를 둔 보호자는 걱정이 많아진다. 학교를 다녀온 아이가 평소와 다른 행동이나 말을 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건 아닐까, 혹시 틱 장애의 시작은 아닐까 걱정이 시작된다. 틱 장애는 별것 아닌 질환이니 내버려둬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의 시작점이라 심각하게 봐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유독 새 학기에 발병률이 높은 틱 장애에 대한 오해를 풀고, 아이의 틱 장애를 발견했을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소아청소년 틱 장애 명의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반건호 교수와 함께 정확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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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반건호 교수 /​신지호 기자
-틱 장애란 무엇인가?
틱은 눈에 보이는 동작, 들리는 소리라 진단이 어려운 질환은 아니다. 틱 장애의 동작이나 소리는 굉장히 갑자기, 반복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불수의적(비의도적)이다. 자신도 모르게 어떤 동작을 하거나 소리를 내는 게 틱 장애의 특징 중 하나이다.

틱 장애는 발생 부위에 따라 근육에 나타나는 '운동틱'과 소리가 나는 '음성틱'으로 구분하거나, 틱 발생 기간에 따라 '일과성 틱장애' 또는 '지속성(만성) 틱장애'로 구분한다. 틱 증상이 나타났다가 1년 이내에 사라지면 일과성, 그 이상 지속하면 지속성으로 본다. 틱 장애 중에선 일과성 틱장애가 가장 많다. 소아청소년 8~15%가 일과성 틱장애를 겪는다. 이때 지속성 틱 장애의 경우, 운동 틱 또는 음성 틱 한 가지만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운동틱과 음성틱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1년 이상 지속되면 '뚜렛 장애'이다.

-습관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
습관과는 다르다. 습관은 생각보다 많이 반복되지 않고, 갑자기 시작하지 않으며, 자기도 모르게 계속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말을 시작할 때만 헛기침을 하는 반복은 습관이고, 의도한 게 아닌데 말하기 전 헛기침만 연달아 반복하면 틱 장애이다. 틱은 짧은 순간이 계속 연달아 이어지고, 반사적으로 나타나 습관적인 반복과는 차이가 있다.

-어떤 동작, 소리를 낼 때 틱 장애를 의심해야 하나?
운동틱은 특정 근육이 움직이는 일이다. 대개는 머리 쪽에서 시작해 몸통, 다리로 내려간다. 그래서 사람들이 제일 많이 아는 틱 증상이 눈을 깜빡거리는 일이다. 운동틱은 눈을 계속 깜빡거리는 것 외에도 입을 이리저리 움직인다든가 손가락 끝을 계속 움직이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음성틱은 아주 짧은소리로 시작해서 음성 단어, 문장으로 넘어간다. 감기에 걸렸을 때 목에 가래가 걸린 것과 같은 소리를 내는 경우가 가장 많고, 증상이 진행되면 '아-'하는 소리를 내거나 큰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음성틱은 더 진행되면 단어, 문장이 되는데 이때 나오는 단어나 문장은 주로 욕설이다. 그러다보니 운동틱보다도 음성틱이 문제가 된다. 수업시간에 혼자 몸을 움직이고, 움직임을 반복하는 일은 개인의 일이라 문제가 없으나,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는 건 주변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중증화되면 몸의 하단에서 증상이 나타나고, 문장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현재는 100% 원인을 파악할 수는 없으나 뇌에서 통제를 담당하는 회로에 문제가 생기고, 문제가 점차 악화하면서 틱 장애 증상도 악화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증상이 악화하면 운동틱의 빈도나 동작이 커지고, 음성틱은 문장이 길어진다.

-ADHD나 발달장애의 증상으로 틱 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는데 사실인가?
최근 정신 장애 분류체계가 바뀌면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 2013년 이전에는 소아 다빈도 정신질환을 ADHD, 자폐스펙트럼, 뚜렛 장애로만 분류했는데 이 질환들은 성인이 되어도 이어지기에 이를 모두 신경발달장애로 묶었다. 즉, ADHD와 발달장애, 틱 장애는 모두 다른 질환으로, 한 사람에게 중복해서 나타날 수 있다.

-틱 장애가 있으면 ADHD나 발달장애가 동반될 위험이 더 큰가?
그렇다. 별개의 질환이나 같은 사람에게 나타날 확률이 높다. 틱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서 ADHD가 발견될 확률은 30~50%, ADHD가 있으면 틱 장애가 생길 확률이 5~10%이다. 그래서 틱 장애로 진료를 보러 온 아이에겐 ADHD 성향이 있는지를 꼭 확인한다.

다만 자폐 스펙트럼의 경우, 전체적인 발달 지연을 의미한다. 틱 장애나 ADHD라고 해서 발달이 지연되진 않는다. 이 아이들은 성장이나 언어 발달, 지능도 다 정상이나 특정 부분의 결함이 있는 것으로, 자폐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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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 장애의 원인은 다양하다. 뇌의 특정 부위가 아닌 네트워크 경로에 생긴 문제로 발병했을 가능성이 크다. /신지호 기자
-틱 장애의 원인은 뭔가?
틱 장애의 진단은 오래됐으나 안타깝게도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유전성향이 높은 건 사실이나 문제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찾아내진 못 했다. 또한 공부를 시작하고, 입학을 하는 3월에 틱 장애가 많이 생기는 데서 알 수 있듯 스트레스나 심리, 환경도 틱 장애의 원인 중 하나이다.

최근 뇌 영상 도구가 많이 발달해 살펴봐도 뚜렛 등 틱 장애는 뇌의 특정 부분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병이 아니라, 뇌의 어떤 네트워크 경로(트랙) 문제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뇌세포는 각각 네트워크를 갖고 있어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 슈퍼컴퓨터가 나와도 정확한 원인을 찾긴 어렵다.

-새 학기에 틱 장애 환자가 증가한다.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 아닌가?
원인을 얘기할 때 환자가 타고난 원인을 '소인'이라고 하고, 소인이 작동하게 하는 걸 '유발 요인'이라고 한다. 입학, 학원, 공부 스트레스 등은 틱 장애의 소인이 아니라 유발요인이다. 최신 연구를 보면, 휴대전화나 컴퓨터 게임, 소셜미디어(SNS)도 틱 장애 유발요인이다. 최근 2~3년 동안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이 집에 오래 머물게 되면서 휴대전화, 컴퓨터, SNS 사용이 늘었는데, 이로 인해 틱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나거나 악화할 수 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물론 휴대전화 등에 더 많이 노출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친구들과 만남이 줄고, 사회 전반적으로 불안이 증가한 영향도 있겠으나 이들이 새로운 유발 요인으로 등장한 건 사실이다.


- 소인을 알고 있으면 발병을 막을 수 있나?
뚜렛이나 틱 장애 소인 여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안타깝지만, 아직 없다. 대신에 유발 요인은 조심할 수가 있다. 소인을 없애는 건 불가능하지만, 유발 요인 작동은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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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 장애의 치료는 유발 요인을 찾고 적절히 대체하는 게 핵심이다. 위의 사진은 심한 투렛 장애로 수술 치료를 받은 환자의 뇌./신지호 기자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면, 치료는 어떻게 하나?
틱 장애는 호전과 악화를 반복한다. 치료를 하든 안 하든 호전될 수도 악화할 수도 있단 얘기이다. 호전과 악화의 간격은 일주일이 될 수도 있고, 2~3년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틱 장애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유발 요인을 찾는 일이다. 소인은 없앨 수도 없으니 환자 탐색을 통해 유발 요인을 찾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게 매우 중요하다. 대책을 세울 땐 가족 등 주변인에게 틱 장애에 대해 정확히 교육해야 한다. 적절한 대처를 위해선 틱 장애 증상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지 교육이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약물을 사용하기도 하고, 증상이 아주 심해 일상생활이 어려울 경우 수술 치료도 한다.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페이스 메이커를 심듯, 뇌에 페이스 메이커를 심어 이상 파형을 조절하는 치료다. 아직 검증이 부족해 우리나라에선 하지 않고 있다.

-틱 장애 치료의 핵심이 되는 '교육'은 무엇인가?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는 게 틱 장애치료에서 제일 중요한 교육이자 치료법이다. 틱 장애를 보면 '모른 척 하라'는 말이 있다. 관심은 아이에게 자극으로 작용한다. 주변에서 틱 장애를 보이는 아이에게 관심, 즉, 자극을 주지 말라는 의미이다.

아이가 틱 장애 증상을 보일 때 '그만 해라', '밥 안 주겠다' 등의 대응은 아이를 자극한다. 아이들은 좋은 행동이든 나쁜 행동이든 부모가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행동이 더 심해질 수도 있고, 좋아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항상 아이에게 관심을 주는 부모가 틱 장애를 보이는 아이에게 하지 말라고 혼을 내면, 아이가 행동을 멈출 수도 있다. 그런데 평소 무관심했던 부모가 갑자기 아이의 행동에 관심을 갖고 그만 하라고 하면, 아이 입장에선 평소 관심 없던 부모가 나에게 신경을 써주니 틱 행동을 더 많이 한다.

교육에서 중요한 또 다른 하나는 아이도 자신의 문제를 알고 있단 걸 보호자가 인지해야 한다는 거다. 틱 장애는 비의도적인 행동이나 대부분의 아이는 자신의 문제를 인지하고 있어, 무의식적으로 밖에선 덜 하고, 집에서 더 많은 증상을 보인다. 집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틱 장애 당사자인 아이는 틱 장애 때문에 별로 불편을 느끼지 않고, 신경을 크게 쓰지도 않는단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뚜렛 장애처럼 증상이 아주 심하면 본인도 힘들지만, 대부분의 틱 장애는 어릴 때 나타나고 강도가 심하지 않아 본인은 문제를 잘 느끼지 못한다. 부모 등 보호자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이유도 치료를 시작한 이후 변화를 아이는 잘 알지 못할 수 있으니, 변화를 지켜보고 판단해줄 사람이 필요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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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관심은 틱 장애 아동을 자극, 증상을 악화할 수 있다. /신지호 기자
-틱 장애 치료는 무관심해야 하는 건가, 적극적으로 치료 해야 하는 건가?
틱 장애가 발견되면 일단은 병원을 데려가는 게 좋다. 눈에 보이는 걸 모른 척 하기는 어렵다. 또한 틱 장애의 유발 요인 중엔 분명히 스트레스가 있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아 원인을 찾을 필요가 있다. 소아정신과나 소아과를 찾아 진단을 받고,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치료가 꼭 필요한지 판단을 받아야 한다. 틱 장애는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병이라 그냥 내버려둬도 어느 시기가 되면 줄어들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잘 알지 못하니 온라인을 통해 이런저런 치료법을 보다가 큰 비용을 쓴다. 건강보험으로 치료하면 틱 장애는 큰돈이 드는 병이 아니다.

질환이 좋아지는 시기에 어떤 치료법을 쓰면, 이 치료법이 굉장히 좋아 보일 수 있다. 진짜 효과가 있는 치료법과 우연히 호전 시기에 시행해 좋아 보이는 치료법을 잘 구분해야 한다. 이는 의사도 쉽지 않은 일이라 보호자는 구분하기 어려우므로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주변인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가족과 친구들은 틱 장애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틱 장애는 뇌의 문제이고,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보다 보니 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많다. 예를 들어 BTS의 보컬인 정국은 남자다. 그럼 나도 남자이니 노래를 잘한다고 할 수 있나? 그렇지 않다. 그런데 짓궂고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아이가 틱 장애라고 하면, 틱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성격이 못된 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관지염이나 비염이 있다 해서 성격이 나쁜 건 아니지 않나. 틱 장애에 대한 오해나 편견을 갖지 말고 아이를 대해달라.


틱 장애 아이를 둔 보호자는 아이가 밖에선 증상이 덜 하다는 걸 인식하고 걱정을 덜 해도 된다. 또한 아이에게 어떤 문제가 있어서 틱 장애가 있다고 보는 사회적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아이에게도, 주변에도 정확하게 인식시키고 교육해야 한다.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생활을 잘해나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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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건호 교수는
37년 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활동 중인 반건호 교수는 1997년부터 현재까지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소아정신과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 한국정신분석학회 간행위원장을 지냈으며, 2016년부터 한국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간행이사를 맡고 있다. 소아정신의학, 청소년정신의학 등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 교과서도 집필했다.


반 교수는 20년 이상을 틱 장애와 자폐스펙트럼장애, ADHD 등 신경발달장애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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