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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홀리는 가향담배… 금연도 더 어렵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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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향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금연이 더 어렵다. /게티이미지뱅크
담배 제품에 인위적으로 맛이나 향을 느낄 수 있도록 각종 향료 등의 성분을 첨가한 가향담배는 흡연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담배 특유의 불쾌한 냄새도 덜해 일반 담배보다 '순한'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그러나 가향담배는 결코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지 않다. 일반 담배보다 금연만 더 어렵다.

최근 연세대 보건대학원 국민건강증진연구소 김희진 교수팀이 '주간 건강과 질병' 최신호를 통해 공개한 '가향담배 제품 사용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가향담배는 흡연 문턱을 낮추고, 흡연 지속 위험을 높인다. 일반 담배보다 니코틴 중독 위험이 큼에도 가향담배에 대한 위해성 인식은 낮아지는 추세다.

연구 결과를 보면, 흡연자 중 가향담배 흡연자 자체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국내 가향담배 판매량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데, 담배 총 판매량은 2011년 44억 갑에서 2020년 35억9000만 갑으로 감소했으나, 가향담배 판매량은 2011년 2억7000만 갑에서 2020년 13억8000만 갑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총 판매량 중 가향담배가 차지하는 분율도 2011년 6.1%에서 2020년 38.4%로 증가했다.

만13~39세 국내 거주자 대상 조사를 봐도 현재 흡연자 5243명 중 가향담배 현재 흡연자는 4045명(77.2%)으로 2016년 64.8%(2827명)보다 12.4%p 증가했다.

문제는 가향담배의 사용자 대부분이 청소년이며, 청소년들은 가향담배의 향과 맛 때문에 흡연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가향담배 사용자를 연령별로 보면, 만13~18세 청소년이 85.0%로 만19~24세(80.1%), 만25~39세(74.5%)보다 높다. 또한 흡연 경험자(6374명)의 67.6%(4310명)가 ‘가향담배가 흡연을 처음 시도하는 데 영향을 주었다’에 ‘그렇다’, ‘매우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는 ‘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답한 32.4%(2064명)보다 두 배 많았다. 특히 가향담배 흡연 시도 이유에 대해 만13~18세 청소년은 '향이 마음에 들어서’라고 응답한 경우가 많았다.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경우엔, 일반담배로 시작한 경우보다 흡연을 지속할 확률도 높았다. 처음 한두 모금 피운 담배가 가향담배인 경우, 비 가향담배로 시작한 경우에 비해 현재 흡연자에 속할 위험이 1.4배, 가향담배 흡연을 지속할 위험이 10.9배 높았다.

이는 해외 연구와도 일관된 측면이 있다. 3만5252명의 미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2000~2003년 진행한 조사 결과에선 가향담배의 종류인 멘톨담배로 흡연을 시작할 경우, 규칙적인 흡연자로 정착할 위험이 일반담배로 흡연을 시작한 이들보다 1.80배 높았다.

청소년 1096명을 분석한 PATH 연구에서는 멘톨담배를 사용할 경우 더 자주 흡연했으며, 니코틴 의존도가 10% 높게 나타났다. 멘톨 외 다른 가향제품을 사용해도 역시 금연할 가능성이 유의하게 낮았다.

연구팀은 "맛과 향에 대한 나름의 선호도는 흡연을 만족스럽게 만드는 요소로 이는 가향담배가 흡연 시도를 쉽게 하고 흡연을 유지하도록 유인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팀은 "다양한 담배 제품에서 가향담배 사용 양상을 지속 파악해 청소년의 흡연예방 인식 개선의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며, "청소년과 가향담배 흡연자에 영향을 미치는 가향담배제품 광고 노출 규제, 구매 용이성 대응, 가향첨가물 금지와 같은 관련 정책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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