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흔한 마취제 '프로포폴', 중독되기 쉬운 사람 따로 있다?

강수연 기자

자극추구, 스트레스·불안 높은 사람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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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폴은 전신마취제의 일종으로 수면내시경 등 건강검진을 받을 때 주로 사용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배우 유아인의 프로포폴 상습 투약 사실이 알려지면서 크게 화제가 됐다. 이전에 배우 하정우도 열 차례 이상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해 논란이 일었다. 프로포폴은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마취제다. 과거 수면내시경 검사를 통해 프로포폴 등을 2년간 548차례나 투약한 사례도 있었다. 프로포폴은 건강검진, 성형수술을 할 때 흔하게 쓰인다. 프로포폴이 정말 중독 위험이 높은 걸까? 프로포폴에 중독되기 쉬운 사람이 따로 있긴 한 걸까?

◇빠른 시간 안에 흡수돼 ‘기분 좋은 느낌’ 유발할 수 있어
프로포폴은 수면내시경, 수술 목적으로 주로 사용되는 전신마취제다.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형묵 교수는 "미다졸람, 에토미데이트 등 다른 마취제도 있지만, 지금도 수면내시경이나 수술을 할 때 프로포폴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며 “그 외 불면증을 완화하거나 프로포폴을 맞고 푹 잔 기분을 느끼기 위해 맞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오남용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의정부 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는 “2010년경 강남 성형외과에서 지방흡입수술을 할 때 프로포폴을 사용한 이후 개운하게 잔 느낌을 찾는 사람들이 생겨났다”며 “이후 지방 흡입을 하러 오는 게 아닌 프로포폴 주사를 맞으러 병원을 찾는, 주객이 전도된 사례가 알려지면서 프로포폴 중독성도 함께 논란됐다”고 말했다.

프로포폴 중독 위험이 있는 이유는, 주사를 맞는 동안엔 반수면 상태에서 몽롱하면서 하이(high)한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의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마취에 깨고 나서 느끼는 개운한 기분을 다시 느끼기 위해 반복적으로 맞는 과정에서 중독이 될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프로포폴을 맞으면서 혹은 맞고 나서 느끼는 황홀감, 개운함, 성적 탈억제(성적인 것에 대해 억제력을 잃는 현상) 등으로 정신적 의존이 생길 수 있다"며 "적정용량이라도 자주 맞으면 중독 증세가 나타날 수 있고, 한 번 중독되면 원래대로 돌아오기 힘들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오남용과 중독 우려 등을 이유로 현재 프로포폴은 마약류의 하나인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구분돼 있다.

◇중독에 취약한 성향이라면 가급적 프로포폴 피해야
미다졸람 등 다른 마취제도 존재하는데, 유독 프로포폴 중독이 화제되는 이유는 왜일까? 30초 안에 흡수가 돼 빠른 효과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해국 교수는 "정맥주사가 가능하고 다른 수면마취제보다 빠른 시간 안에 흡수돼 진정작용을 증가시키고 흥분성을 가라앉히는 효과가 빨리 나타난다”며 “억제성 신호를 전달하는 ‘가바(GABAA) 수용체 활성을 촉진하고, 흥분성 신호를 전달하는 NMDA(N-methyl-D-aspartate) 수용체 활성은 억제시킨다”고 말했다. NMDA 수용체가 억제되고 가바 수용체가 촉진되면 안도감과 행복감이 생겨 결과적으로 뇌의 쾌락 중추인 중변연계 회로에서 도파민 분비가 증가된다. 이해국 교수는 "필로폰, 펜타닐처럼 강력하진 않지만 다른 수면마취제보단 그 중독성이 강하다"며 “특히 자극 추구적 성향이 강하거나 위험 회피적 성향이 강한 사람, 웬만한 자극에 감동하지 않고 반응하지 않는 사람, 스트레스·불안감이 높은 사람의 경우 안도감에 대한 욕구가 커 프로포폴 중독에 취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중독에 취약한 성향이라면 가급적 프로포폴을 맞지 않는 것이 좋다. 조서은 교수는 "중독에 취약한 성향이거나 중독 증상이 나타난 경우라면 프로포폴을 피해야 한다"며 "성형수술, 건강검진 등 치료적 목적으로 수면마취가 불가피할 땐 미다졸람이나 에토미데이트 등 다른 계열의 약물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독이 의심된다면 근처의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프로포폴 마취제를 맞지 않았을 때 일상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프로포폴을 맞는 빈도와 양이 늘고 조절이 안 될 땐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러한 유형에 속한다면 프로포폴을 맞지 않았을 때 경련, 진정, 빈맥, 식은땀 등 금단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 내성으로 인한 과용량 투여 주의해야
한편, 프로포폴에 중독되면 내성이 생겨 과량투여하게 될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과량투여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다. 이형묵 교수는 “프로포폴은 용량을 조절하기 쉽지만, 적정용량을 조금만 벗어나도 과량투여로 인한 호흡억제와 저혈압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서은 교수는 "신진대사 교란과 장기 부전을 유발해 사망에 이르게 되는 프로포폴 정맥 증후군이 나타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