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중독도 유전… ‘이런 특징’ 있다면 의심

오상훈 기자

▲ 유전적으로 쓴맛을 덜 느끼거나 숙취가 적은 사람들은 술을 즐길 가능성이 크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람이 술을 먹는 게 아니라 술이 사람을 먹는다는 말이 있다. 술을 가까이 하는 습관이 결국 사람을 집어 삼킨다는 뜻이다. 술을 좋아하는 성향에는 환경적인 요인도 영향을 끼치지만 유전적인 요인도 만만치 않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살펴볼 수 있는 건 쓴맛에 대한 역치다. 사람의 염색체 7번에는 ‘TAS2R38’라는 유전자가 있다. 이 유전자 중 AVI형(알라닌-발린-이소류신)을 가지고 태어나면 쓴맛에 둔감한 경향이 있다. 술의 쓴맛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 미국 코네티컷대의 연구에 따르면 쓴맛에 둔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2배 더 많은 알코올을 섭취한다. AVI형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과음을 할 위험이 1.5배 높다는 국립암센터의 연구 결과도 있다.

반대로 쓴맛에 민감한 PAV형(프롤린-알라닌-발린)도 있다. PAV형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은 채소는 물론 다크초콜릿, 커피 등의 쓴맛을 선호하지 않는다. 실제로 미국 켄터키의대 연구팀이 평균 52세 성인 175명의 DNA와 식습관을 분석한 결과, 브로콜리·콩나물·양배추를 잘 먹지 않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유전자 양상이 달랐다. 이들은 TAS2R38 유전자에서 PAV형을 2개 가지고 있었다. PAV형을 가진 사람은 AVI형을 가진 사람보다 쓴맛을 100~1000배 정도 민감하게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술이 써서 도저히 못 먹겠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

그 다음 살펴볼 수 있는 건 숙취의 정도다. 체내로 들어온 알코올은 알코올분해효소(ADH)에 의해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분해된다.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술을 마신 뒤 어지럼증, 두통, 구토 등을 일으키는 독성 물질이다. 이 성분이 혈관에 많이 쌓여있을수록 숙취는 오래간다. 그런데 우리 몸은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아세트알데하이드분해효소(ALDH)도 가지고 있다. 숙취는 체내에 남아있는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아세트산, 수분 등으로 분해된 뒤 몸 밖으로 배출돼야 끝난다.

숙취의 정도는 체내에서 분비되는 알코올분해효소와 아세트알데하이드분해효소의 양에 따라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결정하는 건 유전자다. 우리 염색체엔 ‘ADH1B’ 유전자와 ‘ALDH2’ 유전자가 있는데 각각 알코올분해효소와 아세트알데히드분해 효소의 합성에 관여한다. 특히 ALDH2 유전자의 변이형을 가진 사람은 체내에서 분비되는 아세트알데하이드분해효소의 양이 적기 때문에 숙취가 심하다. 게다가 술을 조금만 먹어도 얼굴이 벌게지는 경향이 있어 술을 즐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숙취가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피해가 없으니 술을 많이 마시는 경향이 있다. 숙취가 적다고 몸이 피해를 덜 받는 건 아니다. 아세트알데하이드의 배출 속도는 상대적으로 빠르겠지만 알코올을 대사하면서 간이 받는 피해와 뇌세포가 혈중 알코올에 의해 파괴되는 건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잘 알려져 있듯이 알코올은 섭취량이 증가할수록 금단증상과 내성이 심해진다. 숙취가 적은 사람들은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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