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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속 카페인은 항문에 자극을 줘 항문소양증을 악화할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직장인 강모(28)씨는 하루 다섯 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 커피 애호가다. 그는 한 달 전부터 항문이 가렵기 시작했다. 아무리 긁어도 시원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가려워지는 데다 통증까지 느껴지자 병원을 찾았고 ‘항문소양증’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커피가 증상을 악화했을 수 있다”며 “당분간 마시지 말라”고 했다.

◇계속 긁으면 피부 ‘가죽’처럼 두꺼워져
항문소양증은 항문 주변이 불쾌하게 가렵거나 타는 듯이 화끈거리는 증상을 말한다. 인구의 45%가 한 번 이상 겪을 정도로 비교적 흔하고, 남성이 여성보다 2~4배 많이 겪는다. 가려움 때문에 항문 주위를 계속 긁다 보면 2차 손상이 발생해 분비물이 나오면서 가려움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심하면 항문 주위 피부가 두꺼워져 가죽처럼 변하기도 한다.

항문소양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대변을 본 후 깨끗이 닦지 않아 항문 주위에 대변이 남는 것이 대표적인 원인이다. 배변 후 휴지로 지나치게 강하게 문지르는 것도 항문소양증을 유발할 수 있다. 항문을 자극하는 음식 때문일 수도 있다. 특히 커피 속 카페인은 항문 주변 피부를 예민하게 만들어 항문소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밖에 홍차, 콜라, 초콜릿, 맥주, 포도주, 오렌지주스도 위험 요인이다. 항문을 과도하게 자주 비누로 씻거나 비데를 사용하는 습관이 항문을 보호하는 기름막을 벗겨내 항문소양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기름막이 손상되면 세균이나 곰팡이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돼 가려움이 생긴다. 불안, 초조, 긴장 등 정신적 요인도 항문소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비누 없이 미지근한 물로 씻는 게 최고
항문소양증이 심해 병원을 찾으면 보통 연고를 이용한 약물 치료를 한다. 한 달 이상 약물 치료를 해도 낫지 않으면 알코올 주사요법이나 피부를 얇게 벗겨내는 박리술을 고려한다. 알코올 주사요법은 감각신경을 마비시켜 마취효과를 얻게 하는 것이다. 피부박리술은 항문에서 5cm 떨어진 좌우 양측 피부를 절개한 후 항문 주위 피부와 점막을 벗겨내는 치료법이다. 항문소양증이 아주 심한 경우에만 실시한다. 대부분은 간단한 치료로 1주 이내에 증상이 완화되며, 1개월 이내에는 완전히 치료된다.

항문소양증을 예방하려면 항문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단, 비누는 항문에 자극을 줄 수 있어 미지근한 물로 그냥 씻을 것을 권장한다. 씻은 후에는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는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낸다. 이때 천으로 문지르기보다는 부드럽게 두드린다. 좌욕도 도움이 된다. 항문 주름에 낀 대변을 깨끗하게 닦아내고 혈액순환을 원활히 한다. 몸에 달라붙는 옷이나 땀 흡수,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속옷은 입지 않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