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
"성형 후 쪼그라든 코, 재수술 원한다면…" [헬스조선 명의]
이해림 기자
입력 2022/11/21 07:0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코성형 재수술 명의’ 이대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배정호 교수
눈 성형 못지않게, 코 성형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많다. 2020년 한국갤럽이 성형수술을 고려한 적 있는 19세 이상 성인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 51%가 ‘눈’, 29%가 ‘코’를 성형 희망 부위로 꼽았을 정도다. 코는 얼굴 중심에 있어 성형 부작용이 생기면 후유증이 크다. 콧속 연조직이 섬세해 망가지기 쉽다 보니 수술 난도도 높다. 코 성형을 희망하는 사람도, 이미 한 사람도 부작용이 생길까 두려워하곤 한다. 염증 탓에 코끝이 쪼그라드는 ‘구축’이 대표적이다. 대한안면성형재건학회 총무이사인 배정호 교수(이대서울병원 이비인후과)를 만나 코성형 재수술의 이모저모를 물어봤다.
코 성형을 하면 언제 염증이 생길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는 말은 지나친 기우다. 학계에 보고된 바로 코 성형을 한 후에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은 100명 중 1~2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별문제 없이 잘 산다. 눈으로만 봤을 땐 몰랐는데, 부비동염 등 다른 이비인후과적 질환을 치료하려 CT를 찍었다가 환자의 코 성형 전적을 알게 된 적이 나로서도 아주 많았다.
-코 성형의 대표적 부작용인 ‘구축’이 발생하는 원인과 그 증상은?
코안에 보형물을 삽입하면, 보형물 주위로 얇은 피막이 형성된다. 우리 몸이 보형물을 이물질로 인식해 면역 반응을 일으킨 결과다. 염증 탓에 보형물을 감싼 피막이 딱딱하게 굳어지면 코가 쪼그라든다. 이를 두고 구축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피막이 안정적으로 잘 자리 잡으면 보형물이 몸속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염증도 웬만하면 생기지 않고, 피막이 보형물을 제자리에 고정해주는 덕에 코 모양도 잘 유지된다. 그러나 피막이 코의 길이에 비해 지나치게 짧게 형성되거나 염증 탓에 딱딱하게 굳으면 수축한 피막이 코끝을 당기며 코 길이가 짧아진다. 정면에서 봤을 때 코가 들창코처럼 들리는 것이다.
-코 성형 후 발생한 구축이 유발하는 2차적인 부작용이 있나?
일단 외형적 문제가 가장 크다. 코 길이가 짧아지고 코끝이 들리면 무엇보다도 코 모양이 어색해진다. 구축 정도가 심하면 기능에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코끝이 수축하다 보니 숨쉬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드물긴 하지만 코 주변이 심하게 땅겨서 아프다는 환자들도 있다.
-코 성형을 한 후에 염증이 생기거나 구축이 일어날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면?
염증이 생기는 이유가 사람마다 달라서 절대적인 해법은 없다. 우선은 성형수술 자체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 구축은 코끝을 높이는 ‘융비술’을 한 후에 자주 발생한다. 자신의 피부 두께나 연조직 크기를 고려하지 않고 코를 지나치게 높이면, 코끝에 무리한 힘이 가해져 염증이나 구축이 생길 위험도 커진다.
코 성형 후에 염증·구축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환자도 신경 써야 한다. 수술 직후에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자주 피우거나, 아직 다 아물지 않은 수술 부위에 외상을 입는 경우 염증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성형한 부위가 안정화될 때까지는 음주·흡연을 삼가고, 수술 부위에 자극이 가지 않게 조심한다.
몸에 염증이 생기면 피부가 빨개지거나 붓고, 통증이 생긴다. 코 성형을 받은 후에 코끝이나 콧등이 아프게 부어오르면서 빨개진다면 염증이 생겼단 신호일 수 있으니 병원에 가는 게 좋다. 가벼운 염증은 항생제·소염제로 가라앉힐 수 있지만, 의사가 보기에 약으로 조절이 어렵겠다고 판단될 경우 염증을 줄이기 위해 수술을 해야 할 수 있다. 코를 열어서 염증이 생긴 보형물이나 자가조직을 걷어내는 것이다.
피곤하면 코 수술 부위나 미간이 일시적으로 붓거나, 술 마신 후에 코가 빨개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증상은 코 수술을 받은 사람이 아니어도 흔하게 경험하는 증상이라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까진 없다. 다만, 증상이 한두 번만 나타나고 그치는 게 아니라 계속 반복된다면 병원에 가야 한다. 누가 봐도 비정상적으로 붓거나 빨개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구축이 생긴 코는 어떻게, 어떤 재료를 사용해서 재수술을 하나?
항생제·소염제로 손쓸 수 없는 염증일 때 수술을 다시 한다. 우선 코를 다시 열어서 성형을 위해 삽입한 인공 보형물이나 자가 조직 주변의 염증 물질을 제거한다. 안에 넣었던 걸 다 빼낸 후에 열었던 코를 닫고 수술을 끝내는 게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수술하기 전보다 코가 더 낮아질 때가 많다. 대부분은 자가 조직이나 인공 보형물로 콧등을 받쳐 올릴 지지대를 세워, 코 모양을 재건한다.
재수술을 할 땐 본인 몸에서 채취한 ‘자가 조직’을 사용하는 게 가장 좋다. 그래야 염증이 재발할 위험을 줄이고 코 모양도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다. 자가 조직 중 가장 이용하기 쉬운 게 ‘비중격 연골’과 ‘귀 연골’이다. 문제는 첫 수술 때 이런 자가 조직들을 사용했는데 구축이 생기는 때다. 비중격 연골이나 귀 연골이 재수술에 필요한 만큼 남아있지 않으면 갈비뼈에 연결된 ‘늑연골(갈비 연골)’을 채취해 사용하기도 한다. 늑연골은 비중격연골이나 귀 연골보다 코를 더 단단하게 지지해주지만, 채취하는 과정에서 흉터가 남을 수 있단 단점이 있다.
자가 조직 대신 실리콘이나 고어텍스 같은 인공 보형물로도 재수술할 수 있다. 첫 수술 때 실리콘을 사용하고 염증이 생겼다고 해서 재수술 때 실리콘을 못 쓰는 건 아니다. 실리콘으로 성형한 후 부작용을 경험한 환자에게 실리콘으로 재수술해도 문제가 없었단 보고가 실제로도 있다. 코 수술 후에 구축이 생겨 코가 약간 짧아지긴 했으나, 급한 염증은 다 가라앉아 더 이상의 구축이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 인공 보형물로 재수술해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수술이 그러하듯 수술 경과는 환자마다 다르다. 100% 안전한 것도, 100% 위험한 것도 없다. 실리콘 보형물도 원리적으로는 염증이 생길 수 없는 구조지만, 그럼에도 부작용을 경험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인공 보형물 중에서 어떤 재료가 가장 안전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의사마다 잘 다루는 재료가 다른데다, 어떤 재료가 더 나은지 연구마다 결론이 갈리고 있어서다. 그나마 말할 수 있는 건 인공 보형물보다 자가 조직에서 부작용 확률이 비교적 적단 것이다.
의사마다 재수술에 사용하길 선호하는 재료가 다르지만, 나라면 이제 막 도입된 재료나 수술법을 재수술 때 시도하진 않을 것이다. 구축이 심하게 온 코를 재건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1차적으로는 비중격 연골, 귀 연골, 늑연골 등 자가 조직부터 이용해 수술하길 권장한다. 첫 수술 때 이미 자가조직을 사용해 재수술에 사용할 만큼의 양이 확보되지 않거나, 기타 사유로 자가 조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 해 인공 보형물을 고려해보는 게 좋다.
-재수술은 언제부터 가능한가?
6개월 정도의 회복기를 가진 후에 재수술하는 게 보통이다. 반드시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통상적으로는 그 정도 기다려야 염증이 가라앉는다. 6개월 후에 코의 상태를 점검했을 때, 염증과 구축의 진행이 어느 정도 멎어 있어야 재수술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물론 수술 직후에 급성 염증이 심하게 생긴 경우라면 약을 먹으며 6개월씩 기다릴 겨를이 없다. 재빨리 코를 열어서 보형물이든 염증이든 제거해야 한다.
-재수술은 최대 몇 회까지 가능한가?
최대 몇 회까지 가능하다는 상한선이 있다기보단, 최대한 수술을 덜 하는 게 좋다. 당장 수술해야 할 정도로 염증이나 구축이 심하진 않은데, 환자가 본인의 코 모양에 만족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럴 땐 당장 수술하지 말고 조금 더 기다려보는 게 어떻겠냐고 얘기한다.
동양인은 코 자체가 별로 크지 않다. 콧속 연골을 비롯한 작은 연조직들을 반복적으로 건드리면 망가질 수밖에 없다. 재수술을 신중하게 결정하고, 수술을 되도록 적게 하는 게 바람직한 이유다. 코 수술을 반복할 때마다 부작용 위험성도 커지고, 본인이 만족하는 결과를 얻기도 어려워진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염증 구축이 일어난 코의 조직을 재생시키는 방법은 의료계에서 보편적으로 시행하는 치료법이 아니다. 도입한 병원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병원도 있다. 줄기세포 치료법의 효용에 관해 아직 의료계 내부적으로 합의된 건 없다. 최근에 발표된 관련 논문을 살펴봤을 땐 연조직의 재생과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단 보고와 효과가 미미했다는 보고가 모두 있었다.
구축코는 치료하기 무척 까다롭다 보니, 환자뿐 아니라 의사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보게 된다. 줄기세포 치료도 그 일종으로 보인다. 아직 구축코 치료의 정석으로 자리 잡은 치료법은 아니지만, 몇몇 환자에 대해 조직 재생 효과가 나타났단 보고가 있긴 하니 시도해볼 만은 하다고 생각한다. 단, 줄기세포 치료 사례가 다수 누적된 병원에 한해서다.
-첫 코 수술이나 재수술을 앞둔 환자들에게 한마디
환자들이 코 성형을 하고 싶단 말을 하면 우선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모든 수술은 효과를 생각하기 전에 비용을 따져야 한다. 내가 수술 후에 얼마나 느낄 만족감을 기대하는 것도 좋지만, 발생 확률이 1~2%에 불과한 미미한 부작용이라도 간과해선 안 된다. 수술 직후엔 탈이 없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위험 부담을 고려해도 성형수술을 받는 게 이득이라 판단했다면, 본인의 코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얼마나 높일지를 결정하고, 될 수 있으면 자가 조직을 사용하길 권한다. 그래야 혹시라도 모를 부작용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코끝에 지나친 부담이 가지 않게 적당히 높여야 하는 건 인공 보형물을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재료를 이용해, 어떤 모양으로 수술할지 담당 의사와 충분히 상의하는 게 중요하다.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이비인후과학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이대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과장으로 근무중이다. 이비인후과 의사지만 동양인의 안면 골격 구조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을 정도로 안면부에 대한 이해가 깊다. 다수의 코 성형 수술 경험을 바탕으로 대한안면성형재건학회 총무이사를 역임하고 있으며,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제 기능도 잘하게 하기'를 코성형 원칙으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