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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가위 기술로 암 정복할 수 있을까?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美서 임상시험, 효과 미미
비싸고 약 제조 오래 걸려 상용화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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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세포에 둘러싸인 암세포 모습./미국국립보건원(NIH​)
최근 핫한 기술인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제작한 새로운 콘셉트의 항암제로 임상시험이 이뤄졌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DNA를 원하는 대로 잘랐다 붙이며 편집하는 기술이다. 유전자 질환부터 시작해 식품에까지 모든 생물에서 사용할 수 있어, 각종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교수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는 이 기술로 지난 2020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연히 현대인을 위협하는 막강한 질환인 암에서도 이 기술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의대 안토니 리바스 교수 연구팀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항암제 임상시험 결과를 권위 있는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했다. 그러나 딱히 장점이 커 보이지는 않는다. 고대구로병원 종양내과 오상철 교수는 "유전자 가위로 맞춤형 치료제를 만들어 임상 시험한 것은 암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연 것은 맞다"면서도 "실제로 환자에게 사용될지는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크리스퍼 항암제, 임상시험 시행… 효과는 미미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의대 안토니 리바스 교수 연구팀은 유방암, 대장암 등 단단한 종양이 있는 고형암을 앓고 있는 환자 16명을 대상으로 크리스퍼 항암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개별 암 환자의 혈액과 암세포 조직을 분석해 혈액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암세포에서만 발견되는 돌연변이 단백질을 찾아냈다. 이후 적으로 인식되는 단백질을 공격하는 면역세포인 T세포가 해당 돌연변이 단백질을 공격하도록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조작해, 환자에게 주입했다. 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안희경 교수는 "암세포에만 있는 돌연변이 단백질에 반응하는 수용체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T세포에 심어주고, 몸에 주사한 것"이라며 "이 항암제는 한 환자 맞춤형으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임상 시험 참가자들에게 최대 3개의 서로 다른 돌연변이 표적을 가진 T세포를 주입한 후, 경과를 살펴본 결과, 실제로 크리스퍼 가위로 유전자 조작한 T세포가 암세포 근처에서 유전자 조작하지 않은 세포보다 더 높은 농도로 존재하는 게 확인됐다. 한 달 뒤 암 경과를 살피자 5명은 암세포 성장이 멈췄고, 2명은 부작용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작용은 경미했으며, 곧 나았다. 안희경 교수는 "조작한 세포가 침투에 성공했다는 것은 이 기술이 실제로 암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도 "효과가 미미해 임상시험이 성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만드는 데 너무 오래 걸려
효율성은 크리스퍼 항암제의 가장 큰 장점이다. 환자에서 추출한 돌연변이 단백질 정보를 이용하기 때문에 굳이 어떤 돌연변이인지 밝혀낼 필요 없이 맞춤형 치료제를 제작할 수 있다. 문제는 장점이 빛을 발하기엔, 만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종원 교수는 "논문을 보면 치료제를 만들기까지 1년이 걸렸다고 적혀있다"며 "1년 동안 암은 계속 크는 데다가, 그걸 감수할 만큼 명확한 치료 효과가 있는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맞춤형이면 딱 한 사람에게 작용하느냐의 문제라 안정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게다가 한 사람을 위한 약을 만들면 엄청난 돈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전 항암제들로 치료 성적 이미 높아져
이미 이전 항암제들의 활약으로 암치료 성적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전문가들의 회의적인 시선에 한몫했다. 지금까지 나온 항암제로는 암세포나 정상세포 구분 없이 빨리 분열하는 세포를 죽이는 세포독성 항암제(1세대), 암세포에만 있는 특정 단백질을 공격하는 표적항암제(2세대), 본인 몸속 면역체계를 자극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면역항암제(3세대)가 있다. 이번에 나온 항암제는 3세대에서 더 나아가, 유전자 조작으로 개인 맞춤형 면역항암제를 만드는 새로운 기술을 차용한 것이다. 오상철 교수는 "콘셉트는 아주 좋지만, 앞선 세대 치료제들이 이미 많이 발전돼서 대부분 돌연변이가 밝혀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맞춤형 치료제가 얼마나 필요할지 여러 판단에 의해 실제로 치료제로 나올지가 정해질 것 같다"고 했다. 김종원 교수는 "이미 나온 항암제들을 하나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병용해 사용하며 암 치료 효과를 높일 방법도 제시되고 있다"며 "여러 방면에서 이미 치료 타개책을 찾고 있어 크리스퍼 항암제가 큰 경쟁력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연구로 이어질 것
다만, 이번 연구가 암 치료 기술의 새로운 장을 연 것은 맞다. 안희경 교수는 "이론적으로 가능할 것이라 여긴 것을 처음 인체에 시도해봤더니 실제로 조작된 T세포가 성공적으로 암에 침투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며 "장벽이 많아도 암 치료는 여러 연구자가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분야라 예상보다 더 빠른 발전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고형암에 적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종양이 있는 고형암은 혈액암보다 면역항암제로 치료하기 매우 까다롭다. 오상철 교수는 "고형암은 기관도 위치도 제각각인데다, 주변 암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미세 환경 요인이 매우 다양해 T세포를 조작해 공격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고형암에 이 기술을 적용해 성과를 냈다는 점은 굉장히 의미가 있고, 이를 기반으로 또 다른 연구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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