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일반
[아미랑] 깊은 잠보다 좋은 명상, 마음 바꾸면 몸도 변합니다
기고자=이병욱 박사(대암클리닉 원장)
입력 2022/09/22 08:50
<당신께 보내는 편지>
‘정신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하시나요? 정신은 곧 자신의 영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릇된 영혼이나 순간적으로 올바른 판단력을 잃으면 ‘제정신이 아니다’라고들 합니다. 이 정신을 챙기는 법, 명상과 묵상에 있습니다.
영혼의 독소를 없애세요
감정이 우리 영혼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큽니다. 사랑, 용서, 너그러움, 감사 등의 긍정적인 요소는 영혼을 평안하게 해줍니다. 반대로 의심, 분노, 질투, 열등감, 슬픔, 고독, 불만, 외로움, 불신, 집착 등 부정적인 요소들은 우리의 영혼에 독소를 만들어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합니다. 암과 싸우다 보면 외부로부터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다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은 영혼의 독소 때문에 더 힘들고 지치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결혼 8년차의 주인공은 일, 돈, 명예를 제쳐두고 1년간 여행하며 명상과 기도를 통해 자신을 괴롭히던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웁니다. 그동안의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고 마음을 다스린 뒤에야 비로소 사랑을 찾고 삶의 균형을 맞추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처럼 영혼의 독소를 푸는 데에는 자신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부터 인식하고 마음을 정화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지금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시기나 외로움 때문에 힘든 건 아닌지 알아내야 합니다.
의식을 호흡에 집중해야
하지만 뛰어난 성인이나 수도자가 아니고서야 자신의 감정을 냉정하고 차분하게 다스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명상이 필요합니다. 사람은 누구든 불안하거나 흥분하거나 공포에 빠지면 호흡이 얕고 빠르고 불규칙적으로 변합니다. 명상을 통해 생각을 ‘지금 여기’에 집중시키면 호흡이 다시 느려지고 깊어지고 규칙적으로 변합니다. 의식을 호흡에 집중하다 보니 우리 마음이 호흡의 리듬에 흡수됩니다. 부정적인 요소들까지 호흡에 흡수돼 마음이 바뀌는 효과를 봅니다.
명상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행해진 요법이지만,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과학적으로 밝혀내기 시작한 건 30여 년 정도 됩니다. 의학적으로 알려진 명상의 효과는 ‘휴식’이 대표적입니다. 명상이 수면보다 훨씬 깊은 휴식 효과를 냅니다. 7시간 수면에서는 산소 소비량이 평균 8~10% 감소했지만, 명상은 10분 만에 17%까지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명상 중에는 깊이 잠들어 있을 때보다 빠르고 깊은 휴식 효과를 낸다는 의미입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어 불안감이 해소되고, 혈압과 맥박도 낮아집니다. 만성 통증이 완화되고 결과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누구나 언제든 할 수 있어
명상은 혼자서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명상이나 묵상이라고 하면 스님이 참선을 하듯 적막한 곳에서 가부좌를 틀고 오랜 기간 수행하는 것처럼 힘들게 생각하기 쉽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조용한 장소에서 눈을 감고 앉아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자세를 바르게 하고 정신을 호흡에 집중시키면 잡념이 사라집니다. 다른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애써 지우려 할 필요 없습니다. 명상할 때 호흡은 코로 4~6초 내쉬고, 2~4초 고요하게 들이마시면 됩니다. 날숨을 길게 할수록 좋지만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안 됩니다. 숨을 내쉴 땐 복부를 수축시키고, 숨을 들이마실 땐 복부를 천천히 부풀리는 복식호흡이 바람직합니다. 명상 시간은 15~20분이 적당합니다. 될 수 있는 대로 매일 하세요.
아픈 과거보다 긍정적 미래 떠올려야
명상할 때 머리를 비워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하면 오히려 생각이 많아집니다. 이땐 자신의 현재와 미래, 부모, 자녀, 고마웠던 사람 등을 떠올리며 일기를 쓰듯 생각을 풀어내 보세요. 하지만 공연히 과거의 가슴 아픈 기억이나 몽상이나 이미 일어났던 일이나 끝난 일을 다시 떠올리며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됩니다. 미래를 위해 자신의 현재를 바라보는 기회라는 걸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명상할 때 떠올리면 좋은 주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내가 완성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사후에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 ▲내 삶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나의 강점 ▲내 인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내 삶이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고 있나 ▲나는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인가 ▲내 인생의 진정한 목적 등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정신이 없는’ 하루를 살지 않기를 바랍니다. 각자의 호흡에 집중하고 영혼의 독소를 없애세요. 그러면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됩니다. 마음이 차분하고 평온한 상태가 되면, 암을 극복하는 지금 그 길이 전처럼 막막하고 고통스럽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겁니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