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과

[잘.비.바] 비만약이 지방을 태운다고?

고혜진 대한비만학회 위원(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대한비만학회-헬스조선 공동기획] 잘못된 비만 상식 바로잡기(잘.비.바) 3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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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우리 몸은 항상 항상성을 유지하고자 한다. 적절한 에너지를 섭취하고 소비하도록 뇌, 장, 근육, 간, 지방 등의 조직이 긴밀한 상호작용으로 밸런스를 이룬다. 이 밸런스를 깨고 체중 감량을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섭취는 줄이고 소비를 늘여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체중 감량을 위한 비만 약은 크게 나누어 △덜먹게 해서 에너지 섭취를 줄이는 식욕억제제와 △체외 배출로 에너지 섭취를 줄이는 흡수 억제제, △에너지 소비량을 늘이는 지방 연소(fat-burning) 제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에너지 섭취를 줄이는 것도 좋겠지만, 섭취한 에너지를 더 빨리 태우는 것도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의사의 처방 하에 복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비만치료제로 승인된 비만약은 식욕억제제와 흡수억제제에 속한다. 바꿔 말하면 시판된 ‘지방을 태우는’ 약은 모두 비만치료제로 승인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녕 지방을 태워서 체중을 감소시키는 약은 없는 것일까?

지방 연소제(fat-burner)로 시판되는 제품에 포함되는 성분은 카페인, 녹차, L-카르니틴, 가르시니아, 캡사이신, 타우린, 가용성 식이섬유 등이다. 사실 이 성분들이 지방 연소를 효과적으로 한다는 충분한 근거는 없다. 다만 그 함량이 적고 치명적인 부작용을 가지지는 않으므로 흔히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성분들 중 그나마 근거가 있는 성분은 카페인과 녹차이다. 카페인은 중추신경을 자극하고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하며 지방분해를 자극하고 지방산 합성을 억제하여 지방을 태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는데, 운동 능력을 약간 향상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다만 체중에 대해서는 아주 약한 효과가 보고되었는데 약 0.3~4.9kg 정도의 체중 감소가 있다는 연구도 있는 반면, 체중에 변화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녹차는 카페인, 폴리페놀, 카테킨을 포함하고 있어 식욕 억제와 지방분해 촉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아주 소수의 연구에서 1.5~1.7kg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고했고 대부분의 연구에서는 큰 효과가 없었다. 그 밖에 다른 성분들은 체중 감소나 지방연소 효과에 대해 사람에서 연구했을 때 큰 효과가 없거나 미미했고, 아니면 사람에서 충분히 연구된 바가 없는 성분들이다. 또한, 이 성분들은 고함량을 복용하면 부작용이 있었는데, 불안, 초조, 불면, 떨림, 두근거림, 메스꺼움, 구역 등의 증상뿐만 아니라 신장이나 간의 부작용이 나타난 경우도 있다.

비만 약의 체중 감소 효과는 식욕 억제 > 흡수 억제 > 지방 연소 순으로, 덜먹거나 먹은 것을 내보내서 에너지 섭취를 줄이는 것이 체중 감량에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고, 많이 먹고도 에너지 소비를 더 많이 해서 체중을 빼는 것은 매우 어렵고 부작용을 유발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비만 약 중 지방 연소 효과를 가진 약은 거의 없고, 있더라도 매우 약해서 지방 연소로 성공적인 체중 감량을 달성하기 어렵다.

‘식욕억제제 말고 살 빼는 약은 없어요?’, ‘이 비만 약이 지방을 태우는 약인가요?’, ‘지방을 태우는 약을 광고에서 봤는데요?’ 등의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아주 약간 지방을 태울 수 있겠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마십시오’ 라고 하겠다. 또한 지방을 태우는 성분들의 과 복용은 부작용을 초래하므로 매우 주의해야 한다. 기대에 부응하는 답이 아니라 아쉽지만 먹는 양을 줄여서 에너지 섭취를 줄이고 지방을 태우는 일부 성분들의 도움을 받아 운동을 해서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켜 체중을 빼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