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결혼 소식은?" 명절 단골 잔소리… 슬기롭게 넘기는 법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9/08 17:00
[별별심리]
어김없이 돌아온 명절, 부모님의 질문세례도 어김이 없다. 주제는 하나다. ‘기승전 결혼’. 모든 대화와 질문의 끝이 결혼 이야기다. 차라리 명절 때만 듣는 말이면 좋으련만, 결혼을 고대하는 부모님의 질문과 당부는 시간·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이쯤 되면 결혼하지 않는 내가 불안해 보이는 건지, 결혼을 시키지 못한 부모님이 스스로 불안해하는 건지 혼란스럽다.
◇‘우리 애만 언제까지…’ 불안에서 비롯되는 재촉
부모님의 결혼 잔소리는 여러 가지 ‘불안’에서 비롯된다. ‘이러다 내 자식만 결혼을 못하는 건 아닐지’, ‘자녀가 결혼을 못하는 이유가 부모나 가정환경 때문은 아닐지’, ‘혼자 사는 자녀가 외롭진 않을지’, 그리고 ‘이 모든 불안이 자신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해결되지 않는 건 아닐지’ 등과 같은 불안이다. 결혼뿐만이 아니다. 취업, 건강 등 주제만 다를 뿐, 부모님의 모든 잔소리는 불안과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특히 나이가 들고 자신 또는 자녀의 경제적·사회적·개인적 상황이 불안정할수록 불안한 마음은 커진다. 이로 인해 숙제 확인하듯 자녀의 결혼 계획을 묻고 또 묻는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자녀의 결혼을 재촉하는 부모들의 경우 결혼이 안정된 삶을 사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가 하루빨리 안정되기 바라고, 특히 여러 이유로 불안감이 큰 상황일수록 그 시기를 더 앞당기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이어진 관습을 따르려는 부모 세대 특유의 심리와도 연관이 있다. 특히 학업, 취업, 결혼, 자녀 양육 등 일련의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온 사람일수록 자녀가 같은 과정을 걷기 바라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우리 아이만 대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아닐까’라는 일종의 불안 심리가 섞였다고 볼 수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자신이 그랬듯 자녀도 나이가 되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등 평범한 진리를 따라가기 바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후회한다면서, 자녀는 왜?
주목할 점은 결혼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았던 부모조차 자녀의 결혼을 바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작 자신은 결혼을 후회한다면서도 자녀에게는 반드시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할 것을 당부한다. 대리 만족을 위한 것일까?
무관하지 않다. 자신은 결혼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아도 자녀는 이를 거울삼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길 바라는 것이다. 자녀를 통해 자신이 실패한 경험을 만회하려는 심리일 수 있으며, 자신의 경험이 자녀에게 이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함 때문일 수도 있다. 반면 자녀가 자신의 길을 걷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같으나, 이로 인해 결혼을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곽금주 교수는 “자신의 사정을 아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와 달리 자녀는 결혼생활을 잘 하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 때문에 자녀의 결혼을 바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모는 ‘차이’ 인정하고, 자녀는 ‘마음’ 헤아려야
결혼에 대한 재촉은 부모 자식 간 갈등으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 문제는 갈등의 해결책이 ‘결혼’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장 해결, 즉 결혼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양측이 원만하게 풀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모는 기본적으로 자녀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성인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의견을 존중해줘야 한다. 합리적 결정, 소신, 의사결정권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자녀 세대에게 결혼을 강요하면 결혼에 대한 반감만 키울 뿐이다. 자신이 살아온 세상과 자녀가 살고 있는 세상, 살아갈 세상이 다르고, ‘그때’와 ‘지금’의 결혼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는 점 또한 인정할 필요가 있다. 꼭 결혼 이야기를 해야겠다면 횟수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임명호 교수는 “어린 아이에게도 울거나 화를 낼 때는 혼내지 말라고 하지 않는가. 내용을 듣지 않기 때문”이라며 “명절과 같이 이미 잔소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야기를 꺼내면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자녀는 사회에서 수없이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며 “중복된 이야기는 역효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녀 역시 잘 듣는 노력이 요구된다. 결혼 잔소리를 주의 깊게 듣는 것까진 바랄 수 없으나, 한 번쯤 잔소리에 여러 가지 불안과 자녀를 생각하는 마음이 들어있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곽금주 교수는 “부모 역시 자녀를 비난하거나 스트레스를 주려는 목적은 아닐 것”이라며 “큰 의미를 갖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피하는 것만으로는 관계 회복이 어려우며,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 애만 언제까지…’ 불안에서 비롯되는 재촉
부모님의 결혼 잔소리는 여러 가지 ‘불안’에서 비롯된다. ‘이러다 내 자식만 결혼을 못하는 건 아닐지’, ‘자녀가 결혼을 못하는 이유가 부모나 가정환경 때문은 아닐지’, ‘혼자 사는 자녀가 외롭진 않을지’, 그리고 ‘이 모든 불안이 자신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해결되지 않는 건 아닐지’ 등과 같은 불안이다. 결혼뿐만이 아니다. 취업, 건강 등 주제만 다를 뿐, 부모님의 모든 잔소리는 불안과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특히 나이가 들고 자신 또는 자녀의 경제적·사회적·개인적 상황이 불안정할수록 불안한 마음은 커진다. 이로 인해 숙제 확인하듯 자녀의 결혼 계획을 묻고 또 묻는다.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자녀의 결혼을 재촉하는 부모들의 경우 결혼이 안정된 삶을 사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가 하루빨리 안정되기 바라고, 특히 여러 이유로 불안감이 큰 상황일수록 그 시기를 더 앞당기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이어진 관습을 따르려는 부모 세대 특유의 심리와도 연관이 있다. 특히 학업, 취업, 결혼, 자녀 양육 등 일련의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온 사람일수록 자녀가 같은 과정을 걷기 바라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우리 아이만 대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아닐까’라는 일종의 불안 심리가 섞였다고 볼 수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자신이 그랬듯 자녀도 나이가 되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등 평범한 진리를 따라가기 바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후회한다면서, 자녀는 왜?
주목할 점은 결혼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았던 부모조차 자녀의 결혼을 바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작 자신은 결혼을 후회한다면서도 자녀에게는 반드시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할 것을 당부한다. 대리 만족을 위한 것일까?
무관하지 않다. 자신은 결혼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아도 자녀는 이를 거울삼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길 바라는 것이다. 자녀를 통해 자신이 실패한 경험을 만회하려는 심리일 수 있으며, 자신의 경험이 자녀에게 이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함 때문일 수도 있다. 반면 자녀가 자신의 길을 걷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같으나, 이로 인해 결혼을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곽금주 교수는 “자신의 사정을 아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와 달리 자녀는 결혼생활을 잘 하고 있다’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 때문에 자녀의 결혼을 바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모는 ‘차이’ 인정하고, 자녀는 ‘마음’ 헤아려야
결혼에 대한 재촉은 부모 자식 간 갈등으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 문제는 갈등의 해결책이 ‘결혼’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장 해결, 즉 결혼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양측이 원만하게 풀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모는 기본적으로 자녀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성인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의견을 존중해줘야 한다. 합리적 결정, 소신, 의사결정권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자녀 세대에게 결혼을 강요하면 결혼에 대한 반감만 키울 뿐이다. 자신이 살아온 세상과 자녀가 살고 있는 세상, 살아갈 세상이 다르고, ‘그때’와 ‘지금’의 결혼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는 점 또한 인정할 필요가 있다. 꼭 결혼 이야기를 해야겠다면 횟수를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임명호 교수는 “어린 아이에게도 울거나 화를 낼 때는 혼내지 말라고 하지 않는가. 내용을 듣지 않기 때문”이라며 “명절과 같이 이미 잔소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야기를 꺼내면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가 이야기하지 않아도 자녀는 사회에서 수없이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며 “중복된 이야기는 역효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녀 역시 잘 듣는 노력이 요구된다. 결혼 잔소리를 주의 깊게 듣는 것까진 바랄 수 없으나, 한 번쯤 잔소리에 여러 가지 불안과 자녀를 생각하는 마음이 들어있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곽금주 교수는 “부모 역시 자녀를 비난하거나 스트레스를 주려는 목적은 아닐 것”이라며 “큰 의미를 갖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피하는 것만으로는 관계 회복이 어려우며,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