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바이오틱스 업계, 때아닌 '20번째 유산균주' 논란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식약처 인증 19종에 포함 안된 ‘​바실러스 코아귤런스’​ 포자균 도마 위에 일부 기업서 ‘​부원료’​에 넣어 ‘균수’​ 홍보… “​​한국인 적합성 검증도 필요​”

▲ 프로바이오틱스 부원료로 사용되고 있는 바실러스 코아귤런스에 대한 기능성·안전성​ 검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기사 내용과 사진 속 제품은 무관합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수많은 프로바이오틱스가 등장하면서 제품에 사용되는 주원료만큼 부원료 또한 다양해졌다. 유산균 생장을 돕는 프리바이오틱스는 물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균주 19종 외에 ‘20번째​’ 균주 또한 부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포자균으로 알려진 ‘바실러스 코아귤런스(Bacillus Coagulans)’도 그 중 하나다. 이미 유럽에서는 바실러스 코아귤런스를 프로바이오틱스 원료로 사용 중이며, 식약처 또한 이 균주가 주원료의 기능성·안전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해 부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균주가 한국인 장내 환경에도 적합할지 추가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바실러스 코아귤런스’, 19종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부원료로 사용
19일 식약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장 건강에 대한 기능성 원료로 고시된 균주는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11종 ▲비피도박테리움(Bifidobacterium) 4종 ▲락토코쿠스(Lactococcus) 1종 ▲엔테로코쿠스(Enterococcus) 2종 ▲스트렙토코쿠스(Streptococcus) 1종 등 총 19종이다. 모두 유산균으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프로바이오틱스는 유산균을 주원료로 사용한 제품들이다.

최근에는 ‘멀티바이오틱스’, ‘신바이오틱스’와 같이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균주나 프리바이오틱스(유익균의 생장을 촉진하는 영양분)를 배합한 제품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모두 식약처의 기준·규격을 충족했으며, 제품의 기능성·안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된 부원료들이다.

일부 프로바이오틱스에는 ‘바실러스 코아귤런스’와 같이 19종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균주도 사용되고 있다. 바실러스 코아귤런스는 1915년 미국 아이오와의 농업시험장에서 발견된 균주로, 몸에서 포도당·유당 등 당(糖)을 분해해 유산(젖산)을 만들어내는 유익균 중 하나다. 유산균과 비슷해 보이지만 포자를 생성하는 ‘포자균’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전문가들은 유산균과 뚜렷한 공통점·차이점을 모두 갖고 있는 바실러스 코아귤런스를 ‘애매한 균주’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식약처 “기준·규격 부합, 부원료로 사용 가능”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건강정보사이트 ‘메드라인플러스’에 따르면, 바실러스 코아귤런스는 변비나 염증성장질환 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자를 형성하기 때문에 장에 도달할 때까지 유산균보다 강한 생명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유럽 식품안전청(EFSA) QPS(Qualified Presumption of Safety)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 등 해외 주요 허가당국의 인증 또한 획득했으며, 실제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바실러스 코아귤런스를 프로바이오틱스 원료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사람은 물론, 동물용 제품에도 바실러스 코아귤런스가 사용된다.

국내 식약처에서도 바실러스 코아귤런스는 유산균이 아니므로 프로바이오틱스의 기능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식품 첨가물 기준·규격에 부합하고 건강기능식품에 사용된 기능성 원료의 기능성·안전성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기타 원료로 사용 가능하다”며 “바실러스 코아귤런스의 경우 기준·규격을 충족하고, 유산균으로 분류되지 않아 프로바이오틱스의 기능성·안전성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유산균의 경우 기능성 원료로 사용된 유산균의 기능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부원료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했다.

◇“유산균처럼 홍보하면 안 돼… 한국인 대상 기능성·안전성 입증해야” 지적도
현재 국내에서도 여러 기업들이 바실러스 코아귤런스를 부원료로 사용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기능성·안전성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바실러스 코아귤런스를 부원료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메디라인 플러스 역시 바실러스 코아귤런스의 여러 효능을 예상하면서도, ‘효능을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 증거나 정보는 충분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바실러스 코아귤런스가 유산균과 달리 포자를 형성하는 점, 한국인에 대한 기능성·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한다. 연세대 생명과학기술학부 윤성식 교수(아시아유산균학회연합회장)는 “연구를 통해 바실러스 코아귤런스를 사용하면 설사 증상이 완화되는 등 단기적인 효과는 확인됐지만, 수년씩 매일 먹는 프로바이오틱스 원료로 사용할 때도 이 같은 효과가 동일할지, 또는 적합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며 “버섯처럼 체외에 포자가 형성되는 외생포자와 달리, 바실러스 코아귤런스와 같은 내생포자균은 면역취약계층에게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인이 즐겨먹는 식품들에서는 바실러스 코아귤런스가 발견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발효식품에서는 찾기 어렵다”며 “해당 균주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닌, 한국인에 대한 적합 여부, 기능성·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한 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유산균이 아닌 바실러스 코아귤런스가 소비자에게 유산균처럼 인식·사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표기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기능성·안전성에 대한 설명 없이 균수가 늘어난다는 점만 부각돼 동일한 유산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견이다. 인제대 약대 윤현주 교수는 “전혀 다른 균임에도 단지 유산을 만든다는 이유만으로 유산균과 동일한 기능성이 있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바실러스 코아귤런스와 유산균의 차이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유산균 수가 100억개에 달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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