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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22 미국 오리건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높이뛰기에서 우상혁이 한국 최초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사진=연합뉴스DB
지난 19일(한국 시각) 미국 오리건주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경기에서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이 한국 육상 최초로 실외높이뛰기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어 화제다. 한국 시각으로 17일, 같은 대회 멀리뛰기 경기에서는 중국의 왕지아난(26·중국)이 금메달을 따냈다. 아시아권 선수가 세계선수권 멀리뛰기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아시아권 선수들은 육상 종목에서 약했다. 간혹 마라톤 등과 같이 장거리 달리기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가 있긴 했으나, 점프력이나 순간적인 힘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필드 종목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최근 여러 아시아 선수들이 세계적인 기록을 세울 수 있게된 계기는 무엇일까?

◇근육 움직임 속도 높이는 유전자 적어

그동안 아시아권 선수들이 육상 종목에 약했던 이유는 유전적인 요인이 크다. 예를 들어 서아프리카계 사람들은 평균 신장이 크고,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나온다. 근육 움직임의 속도를 높여주는 유전자도 차이가 난다. 2008년 영국 글래스고 대학과 자메이카 웨스트인디스 대학 공동연구팀이 200명의 자메이카 선수들을 조사한 결과, 조사자의 70% 이상이 액티넨A(ACTN3)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다. 엑티넨A 유전자는 근육의 순간적인 스피드를 내게 한다. 호주 육상선수의 30%만 액티넨A를 가지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이다. 참고로 자메이카는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서아프리카계 사람으로 구성돼있다.

근육 비율에서도 차이가 있다. 근육은 지근과 속근으로 나뉜다. 그 중 속근은 흰색을 띤다고 해서 '백근'이라고도 불리며, 수축력이 강해 순간적으로 빠른 힘을 만들게 한다. 단거리 선수, 높이뛰기, 멀리뛰기 선수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근육이다. 일반적으로 흑인이 다른 인종보다는 속근 비율이 높다.


◇키 40년 전보다 5~6cm 커져… 변화 뚜렷

동아시아권 국가들이 최근 육상에 강세를 보이게 된 이유는 뭘까? 식습관 변화로 체격이 커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발표한 '제8차 한국인 인체치수조사'에서 한국인 평균 키가 40년 전보다 남자는 6.4cm, 여자는 5.3cm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9년 영국 임페리얼칼리지가 국제 의학저널 '랜싯(lancet)'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팀이 1985년부터 2019년까지 200개국의 청소년 6500만 명의 키를 조사한 결과 중국과 한국 청소년의 키 성장률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의 변화뿐만 아니라 훈련 방법의 발전도 육상이 성장한 이유다. 과거와 달리 과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와 경기장에 대한 분석이 가능해졌고, 영상 기술을 이용해 자세나 동작에 대한 세심한 분석이 가능해졌다. 또 나라 간 왕래가 쉬워지면서 기존에 강국이었던 나라의 선수들이 은퇴 후 다른 나라의 코치로 들어가기도 하고, 강국의 체계적 육성법을 직접 배워와 적용하면서 발전해 가고 있다. 2009년에 한국 국가대표 단거리육상 코치로 자메이카 출신의 리오 브라운 코치가 영입되기도 했다.

지도자의 역할이 더욱 강조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도자 교육이 더 체계적으로 바뀌었으며, 스포츠 리더십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훌륭한 지도자가 많이 배출됐다. 특히 스포츠 리더십의 5가지 행동유형인 ▲훈련과 지시행동 ▲민주적 행동 ▲전제적 행동 ▲사회적지지 행동 ▲긍정적 보상행동을 바탕으로 코치의 역량에 대해 꾸준한 분석을 했으며, 이를 직접 적용해서 선수와 코치 사이의 유대감을 쌓는 노력이 많아졌다. 실제로 우상혁 선수는 훈련과정에서 김도균 코치와 함께 지냈고, 한 인터뷰에서 김 코치를 "아버지이자, 형이자, 친구"라 표현할 정도로 코치와의 유대감을 쌓으며 훈련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영 헬스조선 인턴기자 |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