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영화 ‘탑건’ 속 전투기, 일반인이 타면 벌어지는 일
강수연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7/15 17:00
고속 기동으로 중력가속도 급증, 의식 잃기 쉬워
9G 중력가속도 못 이기면 전투기 조종사 못 돼
저산소증 위험도… 산소마스크 착용해야
◇일반인, 전투기 타면 의식 잃기 쉬워
일반인이 전투기를 타면 의식을 잃을 수 있다. 중력가속도 때문이다. 고속으로 기동하면 인체에 작용하는 중력가속도가 증가한다. 이때 몸무게의 5배(5G)에서 9배(9G)에 달하는 중력가속도의 영향을 받는다. 공군 항공우주의료원 항공우주의학훈련센터장 서정민 중령은 “중력가속도가 증가하면 몸을 움직이기가 어렵고 호흡도 불안정해진다”며 “중력가속도로 인한 압력이 늘어나면서 체내의 혈액도 다리 방향으로 쏠리게 된다”고 말했다.
체내 혈액이 다리 방향으로 쏠리게 될 때 주의해야 하는 것은 블랙아웃이다. 혈액이 다리에 쏠리면서 뇌와 눈에 혈액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게 되고, 눈으로 가는 혈액량이 감소해 눈앞이 보이지 않는 블랙아웃에 빠질 수 있다. 중력가속도를 견디는 정도에도 개인차가 있지만 훈련받지 않은 일반인의 경우 보통 4.5G 정도에서 의식을 잃게 된다. 서정민 중령은 “시야가 좁아지는 터널시야 현상이 나타나거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 블랙아웃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눈 쪽으로 피가 솟아 눈 실핏줄이 빨개지고 터질 위험이 있는 레드아웃 상태로, 심한 경우 뇌출혈 위험까지 있다.
◇영화 속 기절 장면, 현실에선 즉사?
영화 속 한 장면으로, 코요테 대위가 의식을 잃지만, 가까스로 의식을 회복하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실제 전투에서 발생하면 즉사할 수 있다. 영화 ‘탑건: 메브릭’ 자막 감수에 참여한 전투기 조종사 출신 유튜버 진격의 아재는 “잠깐이라도 기절한다면 사고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애초에 9G 정도의 중력가속도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전투기를 조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화와 현실이 다른 장면은 또 있다. 간혹 영화 속 전투기 조종 장면에선 산소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전투기를 모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현실과 다르다. 유튜버 진격의 아재는 “영화에선 배우의 얼굴을 보여줘야 하므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로 촬영에 임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도 산소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고공으로 올라갈수록 산소가 부족해져 저산소증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실제로는 산소마스크를 벗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비행환경 적응훈련, 중력가속도 내성 증진 효과 불러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을 막기 위해 전투기 조종사는 비행환경 적응훈련 등의 훈련을 받는다. 중력가속도 내성증진 기법(Anti-G Straining Maneuver, AGSM)으로 불리는 훈련이다. 혈액이 다리 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고, 심장과 뇌로 혈액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한다. 하체의 근육을 수축시킨 상태에서 아랫배에 힘을 주고 성문(성대 사이 간격)을 2.5~3초 간격으로 닫아 복부 내의 압력을 높여주면 4~4.6G가량의 가속도에 대한 내성 증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서정민 중령은 “처음 훈련에 들어왔을 때는 4G 정도에서 의식을 잃었지만, AGSM 기법을 익히고 실제 비행에서 효과적으로 수행한 결과, 9G에서도 의식을 잃지 않는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훈련을 통해 전투기에 우리 몸이 적응할 수 있도록 맞추는 것이다. 이외에도 중력가속도로 인해 의식을 잃지 않기 위해 Anti-G-suit(G슈트)를 착용하는 방법도 있다.
◇비상탈출하면 무조건 산다? NO!
한편, 비상탈출을 시도하면 무조건 살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있을 테다. 비상탈출은 조종사가 항공기를 정상적으로 조종할 수 없는 비상상황의 경우에 실시한다. 영화 장면에선 비상탈출을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비상탈출을 시도한다면 영화처럼 무사히 살아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비상탈출을 한다고 살 수 있는 확률이 100%인 건 아니다. 유튜버 진격의 아재는 “비행 당시 항공기 자세와 고도, 조종사의 자세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탈출 성공을 보장할 순 없다”며 “탈출을 시도할 때 자세 역시 목과 허리가 다치지 않게 자세를 바로잡은 상태에서 탈출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