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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끝마다 “정말로”… 강조 부사 쓰는 사람의 ‘심리상태’
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6/08 01:00
'정말로(really)', '엄청나게(incredibly)'라는 말을 많이 쓴다면, 혹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는 아닌지 돌이켜봐야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UCLA), 애리조나대 그리고 산타바바라대 공동 연구팀은 사회나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정도와 일상 언어 패턴 사이 상관관계가 있는지 확인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143명에게 이틀 동안 녹음기를 지니고 다니게 했다. 여기서 2만 2627건의 음성파일을 무작위로 채집해, 언어 사용 패턴을 조사했다. 특히 기능어(function word)를 어떻게, 얼마나 사용하는지에 주목했다. 기능어는 의미보다 말하는 사람의 태도나 감정 상태를 보여주는 단어를 말한다. 대명사, 강조형 보조부사 등이 포함된다. 실험 참가자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는 자가 보고와 혈액 검사로 확인했다. 혈액 검사로는 스트레스에 영향받는 백혈구 반응을 살펴봤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백혈구 내 약 50가지 유전자가 발현해 '역경에 대한 보존 전사 반응(conserved transcriptional response to adversity, CTRA)'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실제로 스트레스받은 사람은 특정 언어 패턴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말수가 적어졌다. 그러나 '정말로(really)', '엄청나게(incredibly)' 등 부사어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보다 더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단어들은 특별한 의미 없이 흥분된 상태를 표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들(they)', '그들의(their)' 등 삼인칭 대명사를 덜 사용했다. 연구팀은 "사람은 위협 받고 있을 때, 외부 세계에 덜 관심가지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무의식적인 언어 패턴은 실험참가자가 스스로 평가한 자가 보고보다 몸이 얼마나 스트레스받고 있는지를 더 정확하게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마티스 멜(Matthias R. Mehl) 박사는 "강조 부사를 자주 쓰는 언어 사용 패턴과 스트레스 관련 유전자 발현 사이 의미 있는 상관성이 보인다"며 "의사들은 환자가 말하는 표현을 주의 깊게 들어봐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종합과학저널 '미국 과학아카데미회보(PNA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