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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헉! 눈 앞에 멧돼지… 냅다 도망치는 게 맞나요?
오상훈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5/25 08:00
삶은 예상치 못한 일들로 가득하다. 개중엔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도 있다. 이 때, 초 단위의 판단과 행동이 삶과 죽음을 결정한다. 잘못된 정보, 빗나간 대처는 사망을 부른다. 가장 먼저 할 일은 119 연락이다. 구조를 요청한 뒤엔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을 활용해 생존율을 높일 방법들이 있다. [살아남기] 시리즈에 주목해주시길. (편집자 주)
한국의 야생에선 멧돼지가 맹수다. 몸길이 113~150cm에 최대 몸무게는 280kg에 달해 천적이 없다. 이렇게 육중해도 사람보다 모든 면에서 민첩하다. 평지에선 시속 40~50km로, 산에서도 3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다. 암수 모두 가지고 있는 어금니로 사람을 들이받을 수도 있고 수컷은 엄니가 있어 물어뜯을 수도 있다. 꾸준하게 인명피해를 내고 있는 이유다.
멧돼지는 도심에서도 꽤 자주 목격된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 11월까지 서울에서 멧돼지 목격 신고를 받고 출동한 건수는 총 1730건이다. 2019년 740건, 2020년 576건, 2021년 11월 기준 414건이었다. 길을 걷다가 멧돼지를 마주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처법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먼저, 멀리 있는 멧돼지를 발견한 상태라면 조용히 자리를 피해야 한다. 멧돼지는 겁이 많은 동물이다. 뛰어난 청각과 후각으로 인기척을 느끼면 먼저 도망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비, 계곡의 물소리 등으로 감각이 차단돼 사람이 있는 곳으로 접근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때는 최대한 조용하게 멧돼지가 있는 곳과 반대쪽으로 이동하는 게 좋다.
갑자기 등장한 멧돼지와 서로 주시하고 있는 상태라면 먼저 멧돼지의 눈을 응시한다. 그런 다음 천천히 뒷걸음질 치면서 건물, 나무, 바위 등 은폐물 뒤로 숨어야 한다. 갑작스럽게 움직이면 시력이 좋지 않은 멧돼지로선 자신에게 위협을 가하는 줄 알고 공격할 수 있다. 또 뒷모습을 보이면 상대가 겁을 먹은 것으로 간주하고 공격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관심 없다는 태도다. 사람을 공격하는 건 멧돼지에게도 목숨을 거는 일이기 때문이다. 국립생물자원관 서문홍 연구사는 “멧돼지가 낸 인명 피해 대부분은 사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며 “총에 맞거나 덫에 걸린 멧돼지가 흥분해 사람을 공격해서 다치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선제공격은 금물이다. 특히 멧돼지가 새끼를 데리고 다니는 4~6월 포유기에 위협하겠다고 돌을 던지거나 등산 스틱 등으로 멧돼지를 자극했다가 공격당하기 쉽다.
멧돼지에게 이미 공격당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분명 사람에게 먼저 덤벼드는 멧돼지도 있기 마련이다. 지난달 24일, 경기도 의정부 부근 중랑천에선 산책 중이던 부부가 멧돼지에게 습격당해 다치기도 했다. 서문홍 연구사는 “이런 멧돼지들은 ASF(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을 위한 대처 과정에서 총에 맞았거나 개에게 쫓겼을 가능성이 크다”며 “대처법은 많지 않지만 멧돼지가 닿을 수 없는 높이의 나무, 담벼락 위로 이동한 다음에 119에 신고하는 게 그나마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이미 흥분한 멧돼지에게 죽은 척은 소용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