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로 모임 인원과 영업시간 제한이 전면 해제되면서 술자리를 가지는 사람이 늘어났다. 이에 음주 관련된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보복 음주’가 아니냐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복 음주’를 하는 심리와 음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본다.
◇누적된 스트레스 때문
보복 음주가 늘고 있다. 보복 음주는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보복 소비’를 음주에 비유해 쓰는 표현이다.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억눌렸던 음주 문화와 누적된 스트레스가 맞물려 일어난 것이다. 가천대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는 “일정 행동을 강제로 하지 못해 스트레스가 누적됐다”며 “특히, 코로나19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제한됨에 따라 보복 음주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흥미롭게도, 코로나19로 인해 거리두기가 제한되며 음주와 같은 중독성 행동이 줄어든 해외와 다르게 한국은 오히려 늘어났다. 배승민 교수는 “해외와 달리 사회적 거리두기 후 국내 음주 문화와 중독성 행동은 뚜렷하게 감소하지 않았다”며 “특히,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청소년들의 담배와 술에 대한 접근성이 쉬워진 것이 큰 작용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보복 음주로 인해 폭력 사건과 범죄도 늘어났다. 배승민 교수는 “영업 제한 해제와 함께 밤에 음주와 관련된 사건·사고 신고 건수가 급격히 증가했다”며 “그간의 스트레스와 개인적 갈등을 과음이나 폭음으로 해소할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알코올은 판단력과 조절력을 쉽게 손상시키기에 평소 행동 조절에 장애가 있거나 갈등이 있는 사람은 알코올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잦은 음주, 노화의 원인
과도한 음주는 우리 몸 곳곳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잦은 음주는 뇌를 자극시켜 노화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알코올이 체내에서 분해되면 아세트알데히드로 인해 두통이 생기는데, 이는 뇌하수체를 자극해 스트레스 대항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량이 감소할 수 있다. 또한, 미국 펜실베니아대 연구팀에 따르면 알코올 1유닛(순수한 알코올 10mL, 낮은 도수의 라거 맥주 절반에 든 알코올 양)을 매일 섭취한 50대 성인은 금주했을 때보다 뇌가 6개월가량 노화됐다. 2유닛과 4유닛을 섭취한 사람은 각각 2년 6개월, 10년 더 노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잦은 음주와 과음은 알코올성 치매를 유발하기도 한다. 알코올성 치매는 과도한 치매로 뇌에 영구적인 손상이 생기며 기억력이 떨어지는 전조 증상이 있다.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 방치했다가는 짧은 기간에 노인성 치매로 발전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선 ▲가능하면 술을 마시지 않고 ▲술자리에서는 물을 자주 마시고 ▲과일, 야채 등 섬유질과 수분이 많이 함유된 안주를 먹고 ▲공복에는 술을 마시지 않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건강하게 스트레스 관리하는 법 찾아야
보복 음주를 예방하기 위해선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전과 후로 삶이 바뀌며 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은 더 커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술이나 담배와 같은 중독성이 강한 물질에 대한 접근성은 쉬워지며 운동량이 감소하며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쌓였다. 배승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제한됐다”며 “사람들이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찾아야 음주를 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가모니터링을 통해 보복 음주 습관을 줄일 수 있다. 하루에 자는 수면 시간, 식사 습관, 정신 건강 상태 등과 같은 일과를 점검해 음주를 줄여나가는 방법이다. 배승민 교수는 “본인이 무엇을 잘하며 어떤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며 “음주 대신 본인에게 맞는 활동을 통해 음주 빈도를 줄여가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