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일반
"독한 '난소암' 초기 증상 전혀 없어… 고위험군은…"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5/04 07:45
[전문의에게 묻다] 중앙대학교병원 산부인과 이은주 교수
암이 무서운 이유는 대부분 초기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난소암 역시 그렇다. 암이 진행되면서 소화불량, 속 더부룩함 등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나, 이 같은 증상만으로는 난소암을 의심하기 어렵다. 난소암이 유방암이나 자궁경부암 등 다른 여성암에 비해 사망률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늦은 발견이 ‘치료 불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암 치료와 재발을 막기 위한 연구들은 이어지고 있으며,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의료진과 함께 난소암을 이겨내고 있다.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이은주 교수를 만나 난소암 치료에 대해 들었다.
-난소암의 원인은 무엇인가?
상피성 난소암의 원인은 현재까지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배란이 난소암의 원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월 1회 배란한다고 가정한다면 매우 많은 횟수의 배란을 하게 된다. 배란할 경우 난자가 난소의 표면을 뚫고 나가는데, 이때 표면에 생긴 상처가 복구되는 과정에서 단백질들이 발현된다. 이 같은 과정이 지속·축적되면서 유전자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난소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난소암 고위험군은?
마찬가지로 배란 횟수와 연관성이 있다. 초경이 빠르거나 폐경이 늦은 사람의 경우 배란 횟수가 상당히 많다. 임신을 하면 배란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임신 경험이 없는 사람 역시 상대적으로 배란 횟수가 많고 난소암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모든 암이 그렇듯 난소암도 나이가 들수록 위험도가 높아지며, 가족력이 있는 사람 또한 고위험군에 해당된다. 1촌에 난소암이 있으면 3~6배, 2촌에 있으면 2.9배 정도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경우 유방암과 함께 난소암 위험도 높아진다. 또한 자궁내막종도 난소암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소에는 양성 종양들이 많은데, 자궁내막종은 다른 양성 종양에 비해 난소암과 관련이 깊다. 다만 다른 양성 종양과 비교했을 때 관련이 깊을 뿐,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 자체는 낮기 때문에 난소암을 우려해 자궁내막종을 모두 제거할 필요는 없다. 자궁절제술을 받으면 난소암 위험도가 낮아진다는 보고도 있으나, 난소암 위험을 낮추기 위해 자궁절제술을 하진 않는다. 이밖에 식이·비만과 난소암의 연관성은 아직 확실히 검증되지 않았으며, 흡연·커피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신·출산·수유도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
임신·출산·수유는 난소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영향을 준다. 실제 25세 이하 여성이 임신·출산·수유를 할 경우 난소암 위험이 40~60% 감소하는 반면, 임신·출산·수유 경험이 없는 여성은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유방암과도 관련이 있나?
‘유전성 난소암·유방암 증후군’은 대표적 유전성 난소암 중 하나로, 앞서 말했듯 BRCA 유전자 돌연변이와 연관돼있으며 해당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을 경우 난소암·유방암 위험이 높아진다. 고등급 비점액성 난소암의 15% 정도에서 발견되고, 우리나라는 난소암 유전자 검사가 상당히 많이 이뤄지면서 20% 이상 보고되는 기관도 있다. ‘린치 증후군’은 또 한 가지 대표적 유전성 난소암이다. 불일치 복구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으로, 위암, 대장암뿐 아니라 유방암, 난소암, 자궁내막암 등과 같은 암이 한 가족에게 몰리는 양상을 보인다. 이 같은 두 가지 난소암 패턴을 고려했을 때 유방암과 관련이 깊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유병률은 증가하고 있는가?
우리나라 난소암 발생률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5년 사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중앙암등록사업연례보고서(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에 이미 3000건에 육박했다. 초경이 빨라지고 출산율이 저하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령별로 발병률이 차이를 보이나?
나이는 난소암의 원인 중 하나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발생률도 높아진다. 보통 40~60대에 가장 많이 발생하며, 최근에는 전반적인 환자 수 증가와 함께 젊은 여성 환자도 계속해서 생기고 있다.
-난소암은 여성암 중에서도 사망률이 높은데?
난소암은 발생률이 유방암에 미치지 못하지만, 사망률은 유방암보다 훨씬 높다. 상대적으로 사망률이 높은 암으로 알려진 간암·담도암·췌장암이나 식도암, 뇌암 등에 이어 사망률이 높은 암이다. 특이 증상이 없고, 특히 초기에 증상이 전혀 없어 발견이 어렵기 때문이다. 선별검사가 없다는 점도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이다. 초음파 검사나 골반 내진 검사 등을 시행해도 검사 전후 난소암 사망률에 큰 변화가 없다. 검사를 통해 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셈이다. 기본적으로 암은 재발한 후 치료·관리가 매우 어려운데, 난소암은 완치 후 재발률 또한 높은 편이다.
-암이 진행돼도 증상이 없나?
암이 진행되면 복강 내 전이가 발생하고 복수가 형성돼 소화불량, 복부팽만, 무기력감 등을 겪게 된다. 다만 대부분 비특이적 증상이다 보니, 내과 진료를 거쳐 산부인과로 오게 된다.
-검사·진단 과정은?
난소암을 확인하려면 종양표지마커, 골반 진찰,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난소에 몽우리 형성 여부를 살펴야 한다. 이후 1차성으로 발생한 난소암인지, 다른 장기에서 발생한 암이 전이된 것인지 파악한다. 난소는 전이 위험이 높은 기관이기 때문이다. 확인을 위해 복부·흉부 CT부터 유방암 검사, 방광암 검사 등을 전반적으로 진행한다.
-병기에 따라 어떤 양상을 보이는가?
난소암은 1~4기로 나뉜다. 1기는 난소에 국한된 것이며, 2기는 난소를 넘어 골반강에, 3기와 4기는 각각 복강과 흉강 쪽으로 전이된 상태다. 암이 진행될수록 복수가 차고, 흉강에 전이된 경우에는 흉수가 차면서 여러 증상들이 발현된다.
-모든 환자가 수술을 받을 수 있나?
난소암으로 진단되면 종양감축수술을 통해 모든 잔류 종양을 1cm 미만으로 만들어야 한다.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우선 수술을 실시하고, 보조적으로 항암 요법을 시행한다. 남은 부분에 종양이 보이지 않아도 떨어져있는 암세포들이 있기 때문이다. 항암요법은 6~9회 시행하며, 이후 완치 또는 부분 완치에 대한 평가를 실시한다. 치료된 경우에는 재발을 막기 위한 추적 검사 단계로 넘어간다. 난소암은 재발률이 높은 암인 만큼 재발을 억제하기 위한 치료에 집중하며, 최근에는 유지요법으로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이미 상당 부분 전이가 진행된 환자에게는 선행항암요법을 먼저 시행하고 종양 크기를 줄인다. 이후 수술이 가능한 상태가 되면 수술을 진행한다.
-수술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난소암 종양감축수술은 기본적으로 자궁과 난소·난관을 절제한다. 또한 세포들이 장을 감싸고 있는 ‘대망’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에 대망 절제술을 실시하며, 난소암이 복막을 따라 잘 전이되므로 복막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밖에 자궁 주위에 직장이 있어, 직장을 함께 적출하는 경우도 많다. 전이 여부에 따라 간, 비장 등 다른 장기들도 절제해야 하는 만큼, 여러 진료과와 협동 수술이 필요하다.
-재발 시에도 수술할 수 있나?
난소암은 재발률이 약 85%로 보고되며, 재발한 경우에도 항암제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면 수술이 가능할 수 있다. 항암제 반응이 좋았다는 것은 항암치료가 끝난 뒤 최소 6개월이 지나 재발했다는 의미로, 1~2년 후 재발한 환자는 항암제 민감성이 더욱 좋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재발 부위가 많지 않아 수술로 종양을 충분히 제거 가능한 환자도 수술하면 생존률을 높일 수 있다. 반면, 항암제 반응이 좋지 않았던 환자의 경우 수술 후에도 생존률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워 수술적 접근을 하지 않고 있다. 많은 부위에 재발한 환자도 종양을 모두 제거하는 것이 어렵다보니 항암요법을 진행한다.
-파프억제제(PARP inhibitor)가 주목받고 있는데?
파프억제제는 많은 난소암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연구결과들을 보면 두 가지 경우에 약을 쓸 수 있다. 기존에 항암제에 대한 반응이 좋았던 환자의 재발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하거나, 1차성 치료 후 유지요법으로 사용한다. 그동안 재발 관련 연구가 주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유지요법에 대한 연구결과도 많이 나오고 있다. 7년 간 데이터를 보면 약을 사용한 그룹과 사용하지 않은 그룹 간 생존율 차이가 유의미한 것으로 확인된다. 효과가 좋아 모든 난소암·유방암 환자에게 사용 가능하지만, 비용 대비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환자는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이므로, 이 경우에만 급여 적용이 가능하다.
-수술 후에도 임신이 가능한가?
병기에 따라 다르다. 상피성 난소암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됐다면 임신이 어렵다. 그러나 경계성 난소암은 진행이 빠르지 않아, 가임력 보존수술을 시도해볼 수 있다. 또한 상피성 난소암도 1기 환자가 난소에 암이 국한됐다면 한 쪽 난소와 자궁을 살리는 종양감축수술을 실시할 수 있다. 이밖에 젊은 환자에게 주로 발생하는 생식세포종일 경우에도 암이 한 쪽에 국한됐다면 가임력 보존수술을 시행하고, 양쪽에 발생했어도 생식세포종은 항암제 효과가 좋아 항암요법을 병행해 가임력을 최대한 보존하는 전략을 시도할 수 있다.
-난소암 치료 후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재발률이 높은 암인 만큼 재발을 추적 관찰하는 프로그램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 필요한 검사를 받고, 조금이라도 특이 증상이 있다면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몸 관리다. 좋고 나쁜 음식을 나누긴 어렵지만, 인스턴트식품 섭취는 줄이고 여러 영양소를 골고루 먹는 것을 권한다. 또한 최소 두 끼 이상 정상적으로 식사를 하고, 충분한 휴식과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하면서 면역력을 높이고 유지해야 한다. 수술로 난소를 제거한 환자의 경우 호르몬이 떨어진 상태이므로, 관절에 무리가 가는 운동은 삼가도록 한다.
-난소암을 예방할 방법은 없나?
난소암은 조기 발견이 매우 힘들고 예방법도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발생 위험을 낮추는 몇 가지 요인들은 있다. 우선 분만·수유가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난소암을 예방하기 위해 분만·수유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한 가지는 경구피임약이다. 경구피임약은 효과가 증명된 유일한 난소암 예방약이다. 경구피임약의 원리는 배란을 억제해 피임을 유도하는 것으로, 5년 이상 경구피임약을 복용할 경우 난소암 발생률이 50%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때문에 병원에서도 BRC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여성이 결혼·분만 전까지 기간이 많이 남았다면 경구피임약 복용을 권유한다. 만약 난소암이나 유방암 가족력이 있을 경우 유전자 검사를 받고, BRCA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것으로 확인되면 산부인과를 찾아 경구피임약 처방·복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임신 계획이 없거나 40~45세 여성인 경우에는 예방 차원에서 난소난관절제술을 받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다. 난소난관절제술을 받아도 100%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주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암을 조기 발견한다면 완치할 수 있다.
-환자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은?
난소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됐어도 환자들이 최대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수술과 수술 후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치료 기술들이 매우 발전했고, 현재도 많은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종양감축수술률이 높고 부인종양 의사들의 술기가 좋은 국가기도 한다. 항암치료의 경우 부작용 없이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잘 진행되고 있으며, 개발 중인 표적항암제 유지요법들도 재발을 억제하는 데 매우 좋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때문에 난소암을 적절히 치료받고 잘 관리한다면 예전처럼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다. 철저한 관리와 치료를 받을 경우 오래 생존하면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