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미칠 듯이 눈 가려워 응급실 방문했더니… 구더기가 원인?
오상훈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4/12 19:00
갑자기 눈에 이물감이 들고 가려워서 응급실에 방문했던 한 남성의 눈에 막 부화한 구더기가 살고 있었다는 사례가 전해졌다.
프랑스 생테티엔대 병원 연구팀은 갑작스러운 눈의 가려움증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한 남성을 진단했다. 남성은 정원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오른쪽 눈에 무언가 들어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처음엔 이물감만 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한 가려움증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성이 일했던 정원의 근처엔 양과 말 농장이 있었다.
연구팀은 해당 남성에게 눈구더기증을 진단했다. 눈구더기증은 구더기가 결막주머니나 안구에 침범하는 질환이다. 연구팀은 남성의 눈에서 구더기로 인한 혈관 확장이 발생했지만 찰과상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런 다음 작은 핀셋을 사용해 12개 이상의 구더기를 하나씩 제거한 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항생제를 처방했다. 다행스럽게도 10일 후 재방문한 남성의 눈 상태는 정상이었다.
해당 구더기는 양코파리(Sheep bot flies)의 유충으로 밝혀졌다. 양코파리는 프랑스에서 흔히 발견되는데 양의 콧구멍에 알을 낳는 경향이 있다. 거기서 부화한 유충은 부비동에서 머물며 점액을 먹고 자란다. 충분히 성장하면 땅으로 떨어진 뒤 성충으로 변한다. 때때로 사람의 눈에 알을 낳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막 부화했을 때는 매우 작아서 육안으로 보기 힘들다고 한다.
한편, 한국에서도 극히 드물지만 눈구더기증이 확인된 바 있다. 2016년 대한안과학회지에 실린 전남대 의대 연구팀의 보고서에 따르면 72세 농부는 양쪽 눈의 이물감, 통증 등으로 병원을 찾아 눈구더기증을 진단받고 치료했다. 그러나 7개월 뒤 귀 통증이 점점 심해져 방문한 응급실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더니 왼쪽 귀에서도 6마리의 구더기가 발견됐다. 해당 구더기는 구리금파리의 유충으로 번데기가 되기 직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례의 진단과 치료는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