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비 오는 날 유독 나른하고 졸린 이유
김서희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2/03/31 06:00
따뜻한 날씨 속 봄비가 전국적으로 내리기 시작했다. 집 안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들으면 심신 안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비오는 날에 유독 피곤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과학적인 이유에 대해 알아본다.
◇날씨, 기분에 영향 미쳐
날씨는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 신체는 날씨의 변화에 따라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컨디션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 그러나, 날씨 변화가 너무 빠르거나 변화의 폭이 크면 이러한 조절기능이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날씨 변화에 따라 기분이 가라앉거나 아픈 곳이 생길 수 있다. 비오는 날 유독 졸린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호르몬 변화=비가 오면 호르몬 변화로 인해 졸릴 수 있다. 뇌는 밝은 낮과 어두운 밤이 규칙적으로 반복될 때 세로토닌과 멜라토닌과 같은 감정조절 호르몬을 분비한다. 그러나, 비오는 날처럼 낮에도 어두운 날씨가 계속되면 체내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지만 세로토닌 분비는 감소한다. 이로 인해 의욕 저하, 피로감 등을 느끼게 된다.
▶빗소리=빗소리는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빗소리는 백색 소음과 유사하지만 에너지 분포가 다른 ‘핑크 노이즈’를 생성하기 때문이다. 저주파 소음인 핑크 노이즈는 일정한 스펙트럼(주파수 관련 파형)을 가지고 있어 숙면에 도움이 된다. 해변에서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살랑이는 낙엽 소리, 심장 박동 소리 등이 핑크 노이즈를 생성한다. 중국 북경대 연구에 따르면 핑크 노이즈가 뇌파를 감소 시켜 수면에 도움이 된다. 또한, 빗소리를 들은 뇌는 수면 상태에서 나오는 세타파·델타파가 잘 나와 숙면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산소량 감소=비가 오면 산소가 부족해 평소보다 더 피곤할 수 있다. 산소는 뇌를 자극하고 상쾌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비가 오면 공기 중에 수증기가 더 많아져 기압과 산소 함량이 상대적으로 감소한다. 이로 인해 산소가 부족한 뇌는 느슨해지기 시작해 졸음이 유발된다.
비오는 날의 높은 습도도 졸음의 원인이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바깥 공기가 다소 무겁고 끈적끈적하다 느껴질 수 있다. 이때 신체는 스스로 시원함과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쓰면서 육체적 피로함이 쌓인다.
▶비 냄새=비가 내리면 나는 냄새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는 그리스어로 돌을 의미하는 ’페트라(petra)’와 신화 속 신들이 흘린 피를 뜻하는 ‘이코(ichor)’라는 말이 합쳐진 ‘페트리코(petrichor)’ 때문이다. 페트리코는 비 자체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라 흙과 바위에서 만들어지는 냄새다. 식물은 비가 오지 않을 때 씨앗이 발아하지 않도록 특정 기름을 분비하는데, 이 기름은 흙이나 바위틈 사이에 모이게 된다. 비가 내리면 이 기름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면서 흙 속의 박테리아가 분비하는 지오스민(geosmin)이 만들어진다. 이때 흔히 비 냄새라 하는 특정 향이 나면서 마음이 진정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실제로 지오스민은 향수의 원료로 널리 쓰이고 있다.
◇빗길 산책으로 피로 해소
비오는 날 피로감 해소를 위해 30분 정도 우산을 들고 빗길을 산책하는 게 좋다. 운동을 하면 신진대사가 증가하고, 비구름을 뚫고 내려오는 자외선의 도움을 받아 호르몬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방역 수칙을 지킨 상태에서 전시, 공연 등을 보는 것도 추천된다. 시각·청각 등 감각적인 자극을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가는 것만으로도 활동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차가운 물을 마셔 몸의 감각을 자극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피로함이 지속된다면 10~15분 이내의 낮잠을 자는 것도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