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진단 전년 대비 16% 감소
코로나로 병원 내원 줄어든 탓
코로나 잠잠해지면 진단 늘 수도

국내 결핵 환자 수는 최근 수년 째 감소세를 이어왔다. 결핵 진단·치료에 대한 전반적인 경각심이 높아지고, 국가 차원에서 결핵 발생·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펼친 결과다. 그러나 코로나19 발생 이후로는 결핵 환자 치료·관리에도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결핵 환자 수는 줄었으나, 병원 이용이 줄어든 영향일 뿐 실제 환자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따라 결핵 진단·발생률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결핵 환자 1만9933명… OECD 발생률 1위
결핵은 결핵균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결핵 환자의 기침, 재채기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된다. 호흡 과정에서 공기 중 결핵균이 폐에 유입되고, 증식하면서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약 85%는 폐에서 발생하는 ‘폐결핵’이며, 이밖에 림프절, 척추 등과 같은 장기에서도 생길 수 있다. 감염된다고 해서 모두가 결핵 증상을 보이진 않는다. 일반적으로 감염 후 2년 내에 5% 정도 증상이 발생하고, 이후 약 5%가 증상을 겪는다. 감염 후 10% 정도에게만 증상이 발현되는 셈이다. 이처럼 결핵균에 감염됐지만 발병하지 않은 상태를 ‘잠복 결핵 감염’이라고 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면역력이 떨어지면 결핵이 발생할 수 있다.
2020년 기준 국내 결핵 신규 환자 수는 1만9933명으로 전년 대비 16.3% 감소했다. 인구 10만 명당 신규 결핵환자(38.8명) 역시 2019년(46.4명)에 비해 6명가량 줄었으며, 같은 기간 사망자 수는 2019년(1610명)보다 15.8% 감소한 1356명을 기록했다. 다만 OECD 38개국 중에서는 여전히 발생률 1위·사망률 3위에 올라있다.
◇코로나19 이후 결핵 줄었지만… “의료 이용 감소 영향”
대부분 질환이 그랬듯 결핵 역시 코로나19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세계 결핵 사망자 수는 2020년 기준 149만명으로 10년 만에 증가세(5.6%)를 보였으며, 코로나19에 이어 감염병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또한 사망자 수가 코로나19 사망자(922명) 수를 넘어서는 등 국내 법정 감염병 중 최다 사망자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병원 이용이 줄어들고, 동시에 결핵 진단·치료 또한 지연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호흡기내과 오지연 교수는 “코로나19로 환자들의 병원 방문이 줄면서, 정기적인 결핵 검진과 의심증상 발현으로 인한 진단은 물론, 잠복결핵 치료와 같이 예방 치료를 받는 환자들도 감소했다”며 “병원을 방문이 늦다보니, 중증 진행과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보건복지부 의료서비스 경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외래 방문 인구(15세 이상) 비율은 54.1%로 전년 대비 6.7% 줄었다. 호흡기 결핵을 비롯해 고혈압, 당뇨병, 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 진료를 받은 인구 비율 역시 23.5%로 3년 연속(2019년 29.8%, 2020년 25%)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의료기관 이용 중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 사람의 비율은 31.2%로 전년보다 16.5%나 증가했다. 조사대로면 최근 국내 결핵 환자 수가 크게 줄어든 것 역시 실제 환자 수가 감소한 것이 아닌,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감으로 병원 이용과 진단 자체가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오 교수는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결핵 환자가 줄 수 있지만, 그보다는 병원 이용이 줄면서 진단이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환자 동거인의 경우,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함에도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생활하면서 감염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코로나 잠잠해지면 결핵 진단 늘어날 수도”
WHO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따라 당분간 결핵 환자·사망자 수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과 같이 의료 서비스가 코로나19에 집중되고 결핵 환자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진료·치료 지연 또한 되풀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향후 유행 상황이 잠잠해질 경우 숨은 결핵 환자들의 병원 방문이 늘면서 환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오지연 교수는 “유행 규모가 줄면서 (코로나19 외에)다른 질환 관리에 대한 관심과 검진 건수가 늘어날 경우, 결핵 진단 역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미 증상이 있었던 환자들이 뒤늦게 결핵을 발견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는 코로나19 확진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잠복해있던 결핵 증상이 발현되고 감염 위험 또한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진단·치료에 대해 다시 한 번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오 교수는 “결핵은 감기, 코로나19와 달리 전염 후 바로 증상이 발현되지 않고,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나타난다”며 “성인용 백신이 따로 없기 때문에, 조기 진단·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잠복 결핵 환자 중 발생 위험이 높은 환자들을 진단해내는 등 결핵 검진과 잠복 결핵 치료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