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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학' 열풍… 드라마 속 좀비, 실현 가능성은?

오상훈 헬스조선 기자

숙주와 운명 같이하는 바이러스 특성상 실현 어려워
뇌 염증 바이러스가 좀비와 비슷? “아직 상상의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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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와 기생충의 특성상 현재 창작물에서 등장하는 좀비는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0%는 아니다./사진=넷플릭스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 캡처

‘지금 우리 학교는’이 ‘오징어게임’에 이어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달성하며 K-좀비의 저력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강남 한복판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내용의 영화 ‘강남’도 개봉할 예정이다. 창작물 속 좀비는 이성을 잃고 사람을 물어서 감염시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누군가의 희생으로 시간을 벌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감염되는 서사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렇게 쏟아지는 좀비의 실제 실현 가능성은 어떨까?

◇“바이러스 특성상 좀비는 실현 어려워”
창작물에 등장하는 좀비는 신체 부위가 절단되거나 신경이 꺾여도 움직인다. 생물학적으로 이미 죽었다는 설정 덕분이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특성상 불가능한 일이다. 바이러스는 핵산(DNA나 RNA)과 단백질(수용체)로 이뤄져 있다. 간단한 구조라 혼자서는 생명 활동을 할 수 없지만 사람이나 동물의 세포를 만나면 DNA를 복제해 증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숙주가 죽으면 같이 소멸한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시혜진 교수는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숙주의 증식 기관을 복제해서 원래 세포의 자리를 차지해 질병을 유발한다”며 “창작물의 좀비처럼 숙주가 죽었는데도 생존하거나 숙주를 이동시킨다면 이미 바이러스의 범주를 벗어났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감염 속도 또한 좀비의 실현 가능성을 어렵게 만든다.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바로 증상이 생기는 건 아니다.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의 DNA를 복제하는 데도 시간이 걸려서다. 이 기간이 잠복기인데, 좀비처럼 길어봤자 수십 초의 잠복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잠복기는 약 3일이고, 잠복기가 빠른 축에 속하는 노로바이러스도 최소 12시간의 잠복기를 갖는다. 시혜진 교수는 “잠복기는 바이러스마다 다르지만 침투한 바이러스의 양과 사람의 건강 상태에 따라 또 달라진다”며 “숙주세포를 찾거나 증식하는 속도가 빠른 바이러스도 있지만 좀비처럼 수초나 수십 초의 잠복기는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변종 광견병이 좀비 바이러스와 닮을 수 있다?
현실에서는 광견병 바이러스가 좀비와 닮았다. 침을 통해 감염될 수 있고 숙주를 폭력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광견병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두 가지 유형의 증상을 발현시키는데 80%는 격노형(furious rabies)이다. 지남력 장애(시간, 장소, 사람을 적절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질환), 환청 등을 유발하며 감염자는 좀비처럼 활동량이 많아지거나 괴이한 행동을 보인다. 광견병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20~90일이고 일단 증상이 발현되면 사망률이 100%에 가깝다. 그러나 백신이 개발돼 있고 감염률이 낮다. 이러한 광견병 바이러스가 사람을 좀비로 만들 수 있을까?

이탈리아 베로나대와 파르마 대학병원 연구팀은 변종 광견병 바이러스가 사람을 좀비처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그 근거로 아프리카 등의 감염자에게서 최대 100개에 달하는 변이주(변이를 일으키고 있는 개체)의 존재가 확인됐다는 사실과 단일 아미노산의 변이로 광견병 바이러스의 성질이 바뀌었던 사례를 꼽았다. 광견병 바이러스가 병원성이나 전염력이 향상하는 식으로 변이하면 인류 전체에 위협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해당 연구는 전염병에 대해 창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임상적인 근거보다는 숙주의 면역체계를 회피하기 위해 변이하는 바이러스의 특징이 부각된다. 광견병 바이러스가 폭력성을 보이는 이유는 뇌 염증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신경을 타고 중추신경계까지 올라가 해마 등에 염증을 일으키면 정상적인 사고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시혜진 교수는 “코로나19, 일본 뇌염 바이러스 등 광견병처럼 뇌염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는 많다”며 “100%라는 건 없지만 바이러스가 뇌 변연계를 장악한 뒤 숙주를 좀비처럼 만든다는 건 아직 상상의 영역”이라고 말했다.

◇곤충 좀비처럼 조종하는 기생충, 숙주 정해져 있어 사람에겐 영향 없다
그렇다면 기생충은 어떨까? 자연계에는 이미 숙주를 좀비처럼 조종하는 기생충들이 있다. 란셋흡충과 톡소포자충이 대표적이다. 소나 양의 몸속에서 기생하는 란셋흡충은 유충일 때 중간 숙주인 개미의 몸속에서 기생한다. 그러다가 알을 낳을 시점이 되면 중추신경계로 이동해 개미를 이파리 위해 가만히 있게 한다. 소나 양이 이파리와 함께 개미를 먹으면 란셋흡충의 목적은 달성된다. 고양이의 뱃속에서 성충이 되는 톡소포자충도 종속을 위해 중간 숙주인 쥐가 고양이를 만나도 겁먹지 않게 만든다. 사람에겐 어떨까?

부산대 의대 유학선(기생충학 및 열대의학교실) 교수는 “사람도 톡소포자충에 감염될 수 있지만 공격성은 물론 아무런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기생충은 라이프 사이클이 굉장히 정립된 생물이라 숙주가 아니면 감염되지 않고 설사 감염되더라도 큰 영향을 받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좀비가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단정하기 역시 어렵다. 기생충은 개체가 많고 수명이 짧아 다른 생물들보다 진화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진화할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이유로 유학선 교수는 “나중에 사람을 좀비처럼 만드는 기생충이 나오지 않을 거라고 단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바이러스 역시 마찬가지다.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서비스에 관한 정부간 과학정책기구’(IPBES)에 따르면 아직 발견되지 않은 바이러스는 170만 종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85만 종은 인간에게 감염될 수 있는데 감염 경로나 증상은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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