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안면신경마비 명의’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김진 교수

 




‘○○의 얼굴’이라는 표현은 흔히 조직의 대표나 홍보 대사에게 붙는 수식어다. 그만큼 이미지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사람의 얼굴도 마찬가지다. 첫인상은 물론 감정 상태가 드러나는 얼굴의 표정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데 여러모로 중요하다. 구안와사라고도 불리는 안면신경마비는 치료시기를 놓치면 얼굴이 쳐지거나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는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 당장 생명에 지장이 가는 건 아니지만 웃는 게 어려워져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다. 또 사람과 관계를 맺기도 힘들어진다. 이러한 안면신경마비의 후유증을 피할 길은 없을까? 안면신경마비 명의 한림대동탄병원 이비인후과 김진 교수에게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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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김진 교수./사진1=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안면신경마비의 전조증상은 무엇인가?
귀 뒤 통증이 가장 흔하다. 안면신경마비 환자 2/3 정도는 마비 2일 전부터 귀 뒷부분의 통증이나 먹먹함을 호소한다. 혀의 절반에서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거나 눈물이 갑자기 많이 나오는 등의 전조증상들도 있다.

-일상생활에 개인이 느낄만한 전조증상도 있나?
있다. 양치질하거나 물 마실 때, 입 한쪽에서 물이 샜다는 안면신경마비 환자들이 많다. 또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다가 얼굴이 이상하다는 주변 사람의 지적에 내원해서 안면신경마비를 진단받는 환자들도 있다. 입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물이 샌다거나 어느 날부터 얼굴이 부자연스럽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면 안면신경마비를 의심해볼 수 있다.

-갑자기 입이 돌아가고 얼굴이 마비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90% 이상은 바이러스 감염이다. 헤르페스 바이러스나 대상포진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안면신경에 염증을 일으키면서 발생한다. 고혈압, 당뇨병 등의 기저 질환도 안면신경의 혈액 공급에 영향을 끼치므로 간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교통사고 등 외상에 의해 측두골(관자놀이 부근의 머리뼈)이 골절되면 뼈가 안면신경을 직접적으로 손상시켜 안면신경마비가 올 수도 있으며 여성의 경우엔 임신 및 출산 전후 호르몬의 영향으로 안면신경마비를 겪을 수 있다.

-안면신경마비가 갑자기 생기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나?
응급실에 가야 한다. 안면신경마비는 안면신경이 염증에 의해 부었다는 뜻이다. 염증, 부종으로 안면신경이 부어오르면 귀 안에 있는 골 조직에 의해 압박을 받게 된다. 이게 72시간 이상 지속되면 안면신경에 비가역적인 변성이 이뤄져 나중에 부종이 빠지더라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기도 한다. 응급실에 가서 빠르게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복용해 부종을 빼야 완전 회복률을 높일 수 있다. 증상 발현 뒤 적어도 3일 이내에 응급실에 방문하는 게 안면신경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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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신경마비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진 교수./사진2=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응급실 방문 외에 취해야 하는 조치도 있나
눈을 보호해야 한다. 안면신경마비 초기에 눈이 잘 안 감길 수 있는데 보통 신경을 안 쓰게 된다. 이렇게 방치하면 눈의 수분이 줄어들어 안구건조증으로 시력 저하가 올 수 있다. 인공눈물이나 안대를 써서 시력을 보호해야 한다.

-3일 이내에 조치를 받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3일 이내에 조치를 못 받아도 일반적인 환자 약 70%는 시간이 지나면 회복된다. 그런데 고농도 스테로이드제를 맞으면 회복률이 10~15% 높아진다. 이는 연간 안면신경마비 환자 수로 따졌을 때 1만~1만5000명으로, 바꿔 말하면 후유증을 겪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농도 스테로이드제를 빠르게 복용하지 않으면 후유증을 겪을 확률이 높아지고 본인이 어느 단계인지 판단하기란 어려워서 일단 증상이 발현된다면 응급실에 가는 게 좋다.

-후유증의 종류엔 무엇이 있나
대표적으로 얼굴이 한 덩어리처럼 움직이는 연합운동이 있다. 입을 움직이는데 눈가가 씰룩거리거나 눈을 깜박이는데 입가가 씰룩거리는 등 불필요한 근육들이 함께 움직이는 현상이다. 미소를 지을 때 입가가 올라가지 않는 안면구축도 있다. 가볍게 여길 수 있지만 웃는 게 어려워지거나 아예 불가능해 일상생활에서 큰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다. 얼굴 자체가 처지는 안면 처짐은 자존감과 삶의 질을 현격하게 낮추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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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신경마비 후유증의 종류./사진3=한림대동탄성심병원 제공

-안면신경마비로 병원을 방문하면 어떤 검사를 받게 되나
일단 안면신경마비가 어디에 생겼는지 알아봐야 한다. MRI나 CT 등 영상 검사를 통해 신경 마비의 위치, 원인 등을 진단받는다. 그 다음은 안면신경 손상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신경 전도검사를 받는다. 이는 안면신경의 몇 퍼센트가 마비됐는지 객관적으로 알아보는 검사인데 마비 정도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기도 한다.

-초기에 조치를 잘해도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고 들었다
안면신경마비가 조기에 심하게 오면 스테로이드도 역부족일 수 있다. 보통 신경 전도검사 상 안면신경 마비 정도가 80% 이상이면 후유증이 남는다고 본다. 그리고 90% 이상이면 수술적 방법이 적용된다.

-후유증은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
크게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안면신경마비 후유증을 겪는 환자 약 80%는 보존적 재활 치료를 받는다. 잘못 재생된 신경을 차단하기 위해 보톡스 주사를 맞고 올바른 근육 움직임을 도모하기 위해 6개월가량 도수치료를 시행한다.

후유증이 심하거나 오래 이어진 20% 환자는 수술로 가게 된다. 수술 방법엔 4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선택적 안면신경 차단술’로 불필요하게 근육을 잡고 있는 신경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수술법이다. 박근을 이용한 ‘유리피판술’은 허벅지의 박근을 안면 근육에 이식하는 방법이고, ‘측두근 전이술’은 측두 근육을 밑으로 내려서 입가가 올라가게 만드는 수술법이다. 안면처짐이 심한 경우 피부와 안면 근육을 끌어 올리는 ‘안면거상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수술적 치료들은 후유증의 유형과 정도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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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재생된 안면신경./사진4=한림대동탄성심병원 제공

-수술적 치료가 어려운 환자도 있나?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는 치료에 제한이 있다. 수술적 치료라도 크게 위험한 건 아니지만 기저 질환이 있거나 고령자는 수술의 효과가 썩 좋지 않아 보존적 치료가 권유된다.

-안면신경마비 환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원인은 무엇인가?
사실 급속도로 증가한 건 아니다. 이전에도 많았지만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방치했던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러나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안면신경마비 후유증을 고치고자 병원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동시에 집계되는 환자 수 역시 증가했다.

-안면신경마비를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급성기 안면신경마비는 응급실에 방문해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간혹 주위 사람들이 과거 경험을 비추어 별거 아닌 병이라는 둥 저절로 회복된다는 둥 조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말을 믿다가 후유증을 겪는 환자들이 꽤 많다. 국내 의학 수준은 주위 사람들이 안면신경마비를 경험했던 때보다 많이 발전했다. 따라서 안면신경마비 증상을 겪었다면 주위의 경험에 의지하지 마시고 전문의의 조언을 듣길 바란다.

만성기 안면신경마비 환자는 적극적으로 치료받아야 한다. 물론 다른 질환이 원인이 되기도 하고 꽤 오랜 치료 기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제 웬만한 안면신경마비 후유증은 모두 치료할 수 있다. 여태껏 안면신경마비 후유증으로 자존감 낮아진 삶을 살았다면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서 삶을 더 가치 있게 영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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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김진 교수./사진5=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김진 교수는
한림대의대를 졸업하고 현재는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의 이비인후과 전문의다. 안면신경 치료법 특허를 보유한 김진 교수는 2020년엔 안면신경마비 진단과 치료의 최신 지견을 망라한 저서를 집필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안면신경마비 관련 다양한 연구와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현재 세계안면신경학회 학술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김진 교수는 안면신경마비 명의로 꼽힌다. 예기치 않은 안면신경 손상이나 심한 안면신경마비는 물론 오랫동안 회복되지 않는 후유증도 정확히 진단한 뒤 여러 치료법을 시행하며 치료 이후 환자들의 삶을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