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성인 아토피 ‘치료 무기’ 다양해져… 포기 말아야" [헬스조선 명의]
신은진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12/27 08:0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성인 아토피 명의’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박천욱 교수
건조하고 기온이 낮은 요즘 질환이 악화해 특히 고통받는 이들이 있다. 바로 성인 아토피 환자들이다. 성인 아토피는 심한 가려움증, 진물, 주사 현상, 태선화 등 각종 증상을 동반해 사회생활이 불가피한 성인 환자들을 매우 괴롭게 한다. 치료를 하면 증상이 개선되지만, 쉽게 재발해 환자의 삶을 크게 떨어뜨린다. 성인 아토피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자신 있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성인 아토피 명의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피부과 박천욱 교수를 만나 성인 아토피 치료법과 관리법에 대해 들어봤다.
-성인 아토피, 소아 아토피와 어떻게 다른가?
우선 성인 아토피란, 사춘기 이후 생기는 피부염을 의미한다. 성인 아토피의 진단은 검사 시 소견으로 하지 않고, 임상적인 증상을 보고 판단한다. 성인 아토피로 진단하는 임상적인 특징으로는 심한 가려움증과 특징적인 피부 병변, 아토피 가족력이 있다.
임상적인 증상에서 성인과 소아의 차이가 있다. 성인 아토피 환자는 소아 아토피 환자와 달리 특히 얼굴이나 목 부위에 빨간 피부 발적이 있다. 소아 아토피의 경우, 팔다리 등 접히는 부위에 피부병변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 부위를 자주 긁어 피부가 두꺼워지는 태선화 병변이 뚜렷하다.
-원인은 무엇인가?
아토피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것은 없다.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해 발생하지 않을까 추측한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피부를 보면, 피부 장벽이 대부분 손상되어 있는데 여기에 알레르기 물질이 들어가 피부의 T-cell이 면역반응 과정에서 염증을 일으키며 증상이 생긴다.
그러나 성인 아토피는 이런 알레르기 물질뿐 아니라 산업화로 인한 대기물질이나 공해물질 등 환경요인도 원인이 된다. 스트레스도 큰 악화 원인으로 작용하고, 유전적인 요인도 있다.
-알레르기 검사로 피부 면역반응의 원인 물질을 찾을 순 없나?
그렇다. 기존 알레르기 검사로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음식물이나 호흡기 증상의 원인물질만 찾을 수 있다. 소아 아토피는 음식이 많은 영양을 주지만, 성인 아토피는 음식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호흡기 알레르기 물질 일부만 영향을 준다. 알레르기 검사만으로는 성인 아토피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기는 어렵다.
-원인을 모르는데 치료는 어떻게 하나?
아토피 치료는 경중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심할 때는 일단 피부염을 빨리 가라앉히는 게 중요하기에, 대부분의 피부과에서는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를 사용해 빨리 피부염부터 억제한다.
일단 염증은 조절된 만성 상태일 때는 스테로이드 성분이 없는 칼시뉴린(calcineurin) 억제제를 사용해 염증이 재발하지 않게 유지치료를 한다.
-경증과 중증의 치료는 어떤 차이가 있나?
일단 경중의 판단은 의사가 피부의 상태를 보고 내린다. 이지 스코어(EASI score)를 활용하기도 한다. 아주 경증인 경우엔 약을 처방하지도 않는다. 적절한 피부관리만으로도 아토피를 조절할 수 있다. 이때 피부관리란 보습제를 제대로 바르고,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며, 피부 자극 요인이 될 수 있는 땀을 바로 닦아주는 것 등이다. 이러한 습관만으로도 경증 성인 아토피는 적절한 치료가 가능하다.
중증 환자는 피부염을 빨리 가라앉히는 게 치료목표가 되므로,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 등 먹는 약과 바르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동시에 사용해 치료한다. 다만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는 모든 면역 세포를 억제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할 경우 신체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면역억제제는 1년 이상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 때문에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와 JAK억제제가 최신 치료 트렌드이다.
-생물학적 제제와 JAK 억제제는 어떤 약인가?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는 효과는 있지만, 부작용을 생각해야 하는 약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생물학적 제제와 JAK 억제제가 등장했다. 중증 성인 아토피 환자에게 사용하는 약이다.
생물학적 제제인 '두필루맙'은 피부의 T-Cell에서 나오는 여러 면역물질 중 가려움증이나 피부염을 일으키는데 관여하는 인터루킨 4와 13에 선택적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보다는 효과가 빨리 나타나고, 부작용이 훨씬 적다.
JAK억제제는 인터루킨이 아니라 JAK물질을 선택적으로 작용해 면역반응을 억제한다.
-두 치료제의 차이는 무엇인가?
가장 큰 차이는 제형이다. 생물학적 제제는 주사제이고, JAK 억제제는 경구형이다. 효과나 부작용은 큰 차이가 없다. 생물학적 제제는 5년 이상 장기데이터에서 부작용 보고가 거의 없다. 주사부위의 발적이나 결막염 등이 일부 보고됐으나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JAK 억제제는 초기효과가 생물학적 제제보다 훨씬 좋지만, 장기 데이터가 확보되어 있지 않다.
-기존 약의 대안이라면, 오래 써도 괜찮은 약인 건가?
생물학적 제제의 경우, 5년 이상 장기사용 데이터를 봤을 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다. 현재까진 안전한 약제로 본다.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좋다면 경증환자도 사용할 수 있나?
경증환자는 굳이 생물학적 제제나 JAK 억제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적절한 피부관리나 칼시뉴린 억제제 사용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제제나 JAK 억제제를 사용하려면, 면역억제제를 3달 이상 사용한 이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 약들을 쓰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처방할 의사는 없다.
-최신 약 사용이 제한되면 스테로이드 사용은 불가피하다. 반복 사용해도 안전한가?
스테로이드는 피부과 의사들이 인정하는 최고의 피부염 억제·조절 약이다. 하지만 양날의 칼이다. 적절히 사용하면 최고의 무기이나 오남용 하면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스테로이드는 장기간 사용하면 신체 부작용 발생 우려가 있으나, 단기간 사용과 반복 사용은 큰 문제가 없다. 성인 아토피 환자에게 부작용이 생길 만큼 스테로이드를 장기사용하는 의사는 없다.
-스테로이드 장·단기를 구분하는 기준은 며칠인가?
의사마다 다르다. 보통 스테로이드를 단기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먹는 스테로이드 약을 1~2주 복용한다는 걸 의미한다. 경구형 스테로이드는 '사용 가능한 최장 기간'이 명시된 게 없다.
바르는 스테로이드 외용제(연고 등)는 장·단기를 구분하지 않는다. 스테로이드 외용제는 계속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
-스테로이드 외용제는 부작용이 없는 건가?
제대로 사용해야 부작용이 없다. 처방한 외용제에 스테로이드가 들어 있으면 잘 바르지 않거나, 발라도 아주 얇게 바르는데 이는 아주 큰 문제를 일으킨다.
배가 고플 때 밥을 한 공기 먹는 것과 한 숟갈 먹는 건 포만감에 큰 차이가 있다. 배고픔이 해결될 수준의 식사가 없으면 배고픔은 해결되지 않는다. 즉, 성인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있을 땐 스테로이드 외용제를 충분히, 적절하게 발라서 피부염을 빨리 가라앉힐 수 있게 해야 한다. 스테로이드 부작용이 걱정된다고 얇게 바르면 전혀 효과도 없고 아토피 증상만 악화한다.
물론 스테로이드 외용제는 계속 바르면 피부가 얇아지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으나 스테로이드 외용제를 1년 이상 처방하는 의사는 없다. 처방받은 기간에 스테로이드 외용제를 충분히, 적절히 바르면 스테로이드 외용제 부작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스테로이드를 빨리 감량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
피부상태가 좋아져야 스테로이드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스테로이드 사용 원칙은 고용량을 우선 사용해, 증상이 개선되면 점점 사용량을 줄이며 끊는 것이다.
-증상이 좋아져도 타크로리무스수 또는 피메크로리무스 연고를 처방하는 이유는?
성인 아토피 피부염의 가장 큰 문제는 재발을 잘한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피부염이 없어졌어도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재발을 막기 위해 유지치료 차원에서 타크로리무스수나 또는 피메크로리무스 연고를 처방한다. 이 연고들은 아토피피부염이 없어져도 재발 방치 차원에서 계속 발라야 한다.
타크로리무스수와 피메크로리무스 연고는 분자량이 커 피부염이 좋아지면, 피부에 흡수되지 않고 보습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장기 사용에 절대 문제가 없다.
-성인 아토피 환자는 평생 약을 끊을 수 없나?
중증 성인 아토피 환자가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를 먹지 않고 타크로리무스수 또는 피메크로리무스 연고만으로 좋아진다면, 그게 가장 좋은 치료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환자가 연고를 일주일에 두 번 사용하다 좋아지면 두세달 간격, 그러다 결국은 중단하는데 그러면 다시 아토피 피부염 증상이 생긴다. 물론 일주일에 두 번을 꾸준히 사용해도 재발할 수 있다. 증상이 악화하면 다시 먹는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치료제 외에 아토피 악화·재발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환자마다 아토피 악화요인이 다르지만, 대부분 아토피 환자들은 습도와 온도에 민감하기에 온도와 습도를 신경 써야 한다. 겨울철 습도는 50% 수준으로, 온도는 너무 뜨겁거나 춥지 않게 유지해야 한다. 특히 땀은 100% 피부를 자극하기에 땀이 나면 바로 닦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운동을 하는 건 좋지만, 운동을 하더라도 땀이 나면 바로 땀을 닦아내야 한다.
보습제도 자주 발라야 한다. 물론 피부염이 있을 땐 보습제도 너무 자주 바르면 안 된다. 보습제는 건조한 피부에 자주, 많이 발라야 한다.
-피부염 부위엔 보습제가 안 좋은가?
피부염이 있을 땐 피부염 치료를 먼저 해야 한다. 보습제를 치료제로 생각하고 피부염 부위에 자주 바르면 안 된다. 적절한 보습은 필요하다.
-성인 아토피 개선에 도움이 되는 음식이 있을까?
성인 아토피는 음식이 거의 문제 되지 않는다. 소아와 달리 성인은 음식이 아토피 증상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진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유제품 등이 성인 아토피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 패스트푸드나 술 등은 피부에 나쁜 영향을 미치니 피해야 한다.
-비타민, 유산균 등이 아토피 개선에 정말 도움이 되나?
현재 아토피피부염학회는 달맞이 종자유나 유산균을 아토피 치료 보조역할로 추천하고 있다. 건조한 피부이거나 경증일 때 일부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
-성인 아토피 환자가 치료과정에서 꼭 기억해야 할 게 있다면?
성인 아토피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와의 신뢰 회복이다. 피부질환으로 고생하다 보니 자기 나름의 노하우가 생겨 잘못 아는 상식이 많다. 피부과 약은 독하다, 피부과 가봤자 몸에 좋지 않은 약만 준다, 식초를 바르면 좋아진다 등의 잘못된 정보로 인해 피부 장벽이 더 나빠지고, 그러다 치료에 지쳐 대인관계가 나빠지는 경우를 흔하게 본다.
성인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피부 상태를 잘 아는, 환자 개인의 악화요인을 찾아주고, 관리, 치료해주는 피부과 전문의를 만나야 한다. 최근엔 생물학적 제제 JAK 억제제 등 여러 신약이 나와있다. 자기에게 맞는 치료제를 사용하면 일상에 전혀 지장이 없다. 성인 아토피 환자들은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를 만나서 상담하고 적잘한 치료받길 바란다.
박천욱 교수는
가톨릭대학교 의학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대한피부과학회 교과서편찬위원회 위원, 대한피부과학회 피부미용사대책위원회 위원, 대한피부과학회 의무위원회 위원, 교육위원회 위원,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미국 및 유럽 알레르기학회 정회원으로 대학피부과학회지 및 Annals of Dermatology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 아토피 대책위원, 대한피부과학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