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관절질환
조기 진단과 최소 치료… '정상 허리'로 일상 즐거움 다시 누린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입력 2021/12/01 09:04
전문의가 알려주는 질환_ 척추질환
허리 통증 환자 90%, 보존적 치료로 호전
일정 기간 해도 개선 안 되면 非수술 방법 고려
급성 디스크, 특수 카테터로 병변 확인해 약물
퇴행성엔 고주파 전극 이용, 디스크 수축시켜
조보영 연세바른병원장, 비수술 치료에 적극
"정확한 진단·최소한의 치료, 빠른 회복 기대"
◇수술 전 비수술 가능 여부 살펴야
조보영 병원장은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 환자의 90% 정도는 휴식이나 물리치료, 주사치료 등 보존적 치료로 증상이 호전된다"고 했다. 수술은 마지막 수단이다. 조보영 병원장은 "수술을 통해 원인을 제거하면 통증은 호전되지만, 수술은 낡은 차의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하는 것과 유사하고 이 과정에서 기존의 다른 부품과는 불협화음이 날 수도 있다"며 "불편한 곳을 수술로 바꾸는 것보다 본인의 조직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 비수술 치료가 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수술 치료 방법은 다양한데, 증상이나 통증 원인에 따라 각각 적합한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척추관협착증은 좁아진 척추관을 넓혀줄 수 있는 '척추관협착 풍선확장술'이 적용된다. 풍선이 달린 특수 카테터를 척추관 내에 접근시킨 뒤, 풍선을 확대시켜 좁아진 척추관을 물리적으로 넓혀주는 치료법이다.
허리디스크의 경우 원인에 따라 '경막외 내시경 시술' '고주파 수핵 감압술' 같은 치료법을 적용한다. 경막외 내시경 시술은 주로 갑자기 파열돼 흘러나온 급성 파열성 디스크에 효과적이다. 급성 파열성 디스크의 경우 과거에는 수술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경막외 내시경 시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내시경과 치료 장비가 포함된 특수 카테터를 꼬리뼈를 통해 통증 원인부위까지 넣은 뒤 내시경으로 병변을 확인하며 약물을 투여한다. 경우에 따라 레이저를 이용한 추가적 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오랜 기간 진행된 퇴행성 디스크는 고주파 수핵 감압술이 효과적이다. 가느다란 바늘을 디스크에 삽입한 후 고주파 전극을 이용, 디스크를 수축시켜 신경 압박을 없애고 통증을 해소하는 방법이다. 크기가 작은 목디스크 치료에는 더욱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술 과정에서 디스크 벽을 이루는 콜라겐 섬유를 수축시키고 굵게 해 디스크 탈출증의 진행과 재발 가능성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다만 디스크가 파열되었거나 퇴행성 변화가 심한 경우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여러 비수술 치료법이 있어도, 척추 질환자의 10% 정도는 수술이 필요하다. ▲심한 디스크 손상으로 응급수술이 필요한 경우 ▲일정 기간 비수술적 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 ▲다리 마비, 대소변 장애 등 신경 증상이 있다면 수술이 불가피하다.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과거처럼 큰 절개와 전신 마취가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 정밀한 내시경과 치료 장비 등을 이용, 비교적 조직 손상이나 체력 부담이 적은 최소절개 수술법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최소한의 치료'로 정상 생활 회복 목적
비수술과 수술 중 특정 방법이 더 좋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병의 진행 정도와 환자의 상태 등을 정확히 진단한 뒤 적절한 치료법을 정해야 한다. 다만 가급적 '최소한의 치료'를 해야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조보영 병원장은 "명확하게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먼저 비수술 치료를 시행한다"며 "비수술 치료의 경우도 약물·운동·물리 치료를 먼저 일정 기간 시행하고, 호전을 보이지 않는 경우에 시도한다"고 말했다. 시술이나 수술 후 관리는 기본이다. 허리디스크·척추관협착증은 노화와 관련이 있으므로 치료를 통해 당장 나아졌다고 하더라도 재발할 수 있다. 꾸준한 관리를 통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 관리는 통증 치료가 끝나는 시점에 바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금연과 체중관리, 척추 주변 근육 강화를 위한 적절한 운동이다. 도수치료나 인대강화치료를 통해 몸의 불균형을 교정하고 척추 주변 조직을 강화시키는 것도 도움이 된다.
◇비수술 치료 효과 최근 검증돼
수술과 달리 척추질환 비수술 치료법들은 역사가 길지 않아 치료 효과에 회의적인 견해도 있었다. 최근에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치료 효과가 검증되고 있다. 연세바른병원이 앞장서고 있다. 척추관협착 풍선확장술의 경우 연세바른병원과 대학병원 등 7개 의료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한 연구 결과가 지난 2019년, SCI급 국제 학술지인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게재됐다. 풍선확장술이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한 허리통증과 하지(엉치·다리) 통증 개선에 효과적임을 검증한 논문이다.
경막외 내시경 시술의 효과를 검증한 연구 역시 지난 2018년, SCI급 국제 학술지인 통증 의사(Pain Physician)에 채택돼 게재됐다. 연세바른병원과 대학병원 등 국내 4곳의 의료기관이 임상 연구와 추적 조사를 진행했다. 통증지수, 기능장애지수 등 다양한 척도를 통해 허리디스크로 인한 허리 통증, 엉치 통증, 다리 통증 개선에 효과적인 치료라는 것을 입증했다.
조보영 병원장은 "비수술 치료는 절개는 거의 하지 않는 대신 정밀한 장비를 이용한다"며 "예를 들면, 가느다란 관을 꼬리뼈 공간을 통해 통증 원인 부위까지 접근시킨 뒤, 초소형 내시경으로 병변을 자세히 확인하며 치료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수술 치료는 고도의 집중력과 정확하고 빠른 판단이 필요하므로, 환자의 입장에서는 치료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의료진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보영 연세바른병원장
"디스크 파열 겪어… 환자의 두려움 잘 이해하죠"
“환자가 수술을 두려워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비수술 치료가 가능하다면 먼저 시행해야 합니다.”
국내에서 비수술 척추 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연세바른병원 조보영 병원장의 말이다. 그는 20여 년 전, 30대 후반이라는 이른 나이에 디스크 파열로 척추 수술을 받았다. 조보영 병원장은 “수술 경험이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갖는 척추 수술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당시 척추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전신 마취나 절개 범위, 부작용, 불편함 등 수술 결과에 대한 좋지 않은 생각이 떠올랐고 수술실에 들어가는 와중에도 수술하지 않고 디스크를 치료하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 경험 때문에 그는 비수술 치료를 연구하고, 적극적으로 시술하려고 한다. 조보영 병원장은 “다만 척추에 문제가 생길 경우 허리뿐만 아니라 몸 곳곳에 이상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며 “통증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척추와 상관 없을 것 같은 엉치 통증의 경우 척추 질환이 주요 원인이다. 파열된 디스크나 좁아진 척추관이 엉덩이와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을 자극하면 엉치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엉치통증이 척추질환 때문만은 아니다. 척추질환 외에도 고관절질환, 엉덩이 근육이상 등 다른 원인일 수 있다. 조보영 병원장은 “원인이 다양한 만큼 정밀 검사와 함께 신경외과, 정형외과, 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등과 협진을 해 통증 원인을 찾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