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
[의학칼럼] 비만 남성의 성기능 장애, '이것' 때문
부산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박현준 교수
입력 2021/11/18 09:48
COVID-19 사태 초기에는 집콕의 증가로 이른바 '확찐자'가 돼버렸다는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렸지만, 이제는 오히려 기회를 위기로 삼고 술자리, 회식을 줄이고, 실내 운동, 건강관리를 통해 살도 빼고 몸짱이 되었다는 분들도 흔히 볼 수 있다.
비만은 심혈관질환, 고혈압, 제2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주요 만성 질환들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비만이 성기능과도 매우 밀접하다는 사실을 의외로 간과하는 남성들이 많다. 비만이 남성에서 성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것은 비만으로 인애 발생하는 여러 만성질환에 의한 영향일 수 있다. 그러나 비만은 보다 직접적으로 남성의 성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그 매개가 되는 것이 바로 테스토스테론으로 알려져 있는 남성호르몬이다.
남성호르몬은 남성에서 성욕과 발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남성호르몬의 감소는 음경해면체에서 평활근 세포의 자멸사를 유도하고 콜라겐 합성을 증가시킨다. 테스토스테론이 충분해야 발기에 필요한 음경 평활근의 이완도 충분히 일어난다. 미국에서 3만1742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진행한 단면 연구에서 체질량지수 28.7 kg/m2 이상인 남성은 정상 체질량지수를 갖고 있는 남성에 비하여 발기부전의 위험성이 30% 이상 증가하였다. 반면, 비만인에서 체중을 줄이면 테스토스테론을 증가시켜 남성 성기능의 개선에도 좋은 영향을 보였다.
비만한 남성에서는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황체형성 호르몬 농도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동성으로 분비되어 고환에서 테스토스테론을 생성하게 하는 황체형성호르몬의 감소는 특히, 체질량지수 40 kg/m2 이상의 고도 비만 환자에게서 일어난다. 또한, 비만 남성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증가되어 있는데, 이는 지방 조직에서 아로마테이스라는 효소에 의해 테스토스테론의 방향화가 증가되어 에스트로겐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연령이 증가하고 지방량이 증가할수록 심해진다. 즉, 비만하여 체내 지방량이 증가할수록 테스토스테론 농도는 감소되고 여성호르몬은 증가한다.
이와 같이 비만은 남성에게 호르몬 분비를 교란시켜서 성기능을 감소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비만한 환자에서 성기능 장애가 있다면 운동, 생활 습관 인자 교정 등을 통해 체중을 줄이는 한편, 테스토스테론 치를 측정해보고 저하된 경우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을 고려해 보는 것이 남성 성기능을 회복에 도움이 된다.
(* 이 칼럼은 부산대학교병원 비뇨의학과 박현준 교수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