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

시대를 넘어 발전 중인 건선 치료 환경… 완치 희망이 보인다

윤현선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피부과 교수

[건선전문의에게 듣는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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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선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피부과 교수


“선생님, 마치 저에게 기적이 일어난 것 같아요”

얼마 전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 A씨의 환한 미소와 함께 들었던 이야기다. 그는 청소년기 생긴 건선이 중증으로 발전하면서 수십년의 세월을 증상의 악화와 호전을 반복적으로 경험해 왔다. 직장생활 초기엔 피부에 생긴 붉거나 흰 병변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과도 싸워야 했다. 그랬던 그의 피부가 몰라보게 변한 것이다. 누군가 이야기해 주지 않으면 건선 환자였다는 걸 전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의료진의 한 사람으로서 환자의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목도하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 이번 경우도 환자가 겪어 온 고통의 시간만큼이나 커진 회복의 기쁨을 나누며 진료실에서 함께 웃을 수 있었다.

그가 이렇게 호전될 수 있었던 이유는, 건선 치료법에 대한 연구와 치료제 개발이 끊임없이 이뤄져 약효와 안전성, 지속성까지 높인 치료제들이 잇따라 출시된 덕분이다.

필자가 전공의를 시작할 때만 해도 건선은 경증 환자는 외용제를 통한 국소치료, 중등증 혹은 중증 환자는 광선치료나 전신 약물치료법을 사용한다는 것이 정석이었다. 이 때 치료 효과도 중요하지만, 평생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건선이라는 질병의 특성 상 치료 중에는 건선이 호전되어도 치료법의 부작용 우려로 치료를 중단했다가, 결국 다시 건선 병변이 재발하면서, 이로 인해 환자의 불편감과 사회 생활의 어려움 역시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환자의 정신적 고통까지 가중되어 치료를 포기하고, 때로는 여러 민간요법을 전전하다 치료효과는 얻지 못하고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십 수년간 건선을 유발시키는 여러 면역학적 기전이 점차 밝혀지고 건선 치료를 위한 새로운 치료제인 생물학적 제제들이 개발되어 환자 치료에 이용되기 시작했다. 생물학적 제제들은 기존 치료법으로 호전되기 어려운 중증도 이상의 건선 환자에게 좋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건선 생물학적제제 투여 군 중 절반 가량의 환자들에게서 발병 전과 같은 완전한 수준의 피부 개선(PASI 100)을 보이는 결과가 나오는 것은 물론, 이 개선상태가 약 5년 간 유지될 정도의 임상적 효능을 나타낸 생물학적 제제가 등장하기도 했다. 건선 중 가장 흔한 판상 건선 외에도 건선성 관절염, 손발바닥 농포증 등 건선과 함께 나타날 수 있는 질환까지 치료할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은 단순히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이 늘어났다는 것 뿐만 아니라, 앞서 소개한 A씨의 사례처럼 환자들이 더 이상 건선이라는 질병으로 인해 환자들이 누리지 못했던 일상 생활을 되찾게 해주었다는 데 진정한 의미가 있다. 특히, 환자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완전히 깨끗한 피부가 오래도록 지속되는 것’인데, 5년 이상의 장기적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한 치료제들은 이 같은 환자들의 기대에 응답해 줄 수 있는 고마운 치료 선택지라 할 만하다.

A씨가 말했던 ‘기적’이란, 만성 피부병 환자에 대한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서러운 세월을 보내야 했던 그에게 있어 질병으로부터의 해방, 작고 소소한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기쁨,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기대감과 희망을 요약한 단어인 셈이었다.

바라건대, 의학의 발전이 날로 거듭되어, 중증의 건선으로 인해 질병 및 사회적 인식과 씨름해 오던 환자들에게 ‘완치’라는 한 차원 더 깊은 기적의 기쁨이 찾아오는 날도 곧 오리라 기대해 본다. 이미 평생 지속 가능한 치료법이 존재한다는 것은 어쩌면 질병 완치의 또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