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어릴 적 진단 놓친 ADHD… 우울증, 가스라이팅 부른다

전혜영 헬스조선 기자

여아에게 많은 ‘조용한 ADHD’ 진단 어려워… ‘극복’ 대신 ‘치료’ 필요

20대 여성 A씨는 어렸을 때부터 오래 앉아 공부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부단히 노력해 좋은 대학에 합격하고, 취직에도 성공했지만, 잦은 실수로 상사의 지적을 받기 일쑤였다. 우연히 만나 사귀게 된 남자친구는 언어폭력을 일삼으며 A씨를 가스라이팅 해왔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일어날까'라고 말하며 자책하던 A씨는 친구의 권유로 정신 진단을 받았다가 답을 알게 됐다. 어릴 적 진단되지 못한 ADHD가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 학계에선 성인 ADHD 유병률을 4.4%로 보고 있다. 100명 중 4명은 ADHD라는 뜻이지만, 대부분 제대로 진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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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ADHD 환자들은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조용한 유형도 있는데… 편견 탓에 성인·여성 진단 늦어져

우울증,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과 달리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는 아직 인지도가 낮다. 그나마 ADHD에 관해 들어본 적 있는 사람들도 부산스럽고, 잘 집중하지 못하는 '남아'만을 떠올린다. 성인과 여아의 ADHD 진단이나 치료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 이유다. 그러나 ADHD는 대개 유전적 원인으로 발병하는 질환으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증상 또한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조용한 ADHD'라고 불리는 유형의 경우, 산만하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의정 교수는 "ADHD는 단일 병리로 정의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라며 "다면적이고 다양한 원인이 작용해 발병하므로 저마다 증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ADHD의 유형은 크게 ▲과잉행동-충동형 ▲주의력결핍형 ▲혼합형(두 유형이 모두 나타나는 것)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친구들을 괴롭히는 등 뚜렷한 특이 행동이 겉으로 드러나는 '과잉행동-충동형'과 달리, 주의력결핍형은 외부로 드러나는 행동이 뚜렷하지 않아 조기 진단이 더욱 어렵다. 조용한 ADHD라고 불리는 것이 바로 주의력결핍형 ADHD이다. 조용한 ADHD는 대개 남아보다 여아에게 더욱 흔하게 나타난다. 김의정 교수는 "품행장애 등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더 많은 남아와 달리, 여아는 공격성이나 과잉행동보다는 부주의 증상이 많고, 불안과 우울 등 정서 문제를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성 역할'이 여아들의 ADHD 진단을 늦추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교실에서 여아가 소란스럽게 굴면 남아가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과 비교해 2~3배 더 많은 지적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ADHD 환자로서의 경험과 임상심리 현장 경험을 엮어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를 저술한 신지수 임상심리학자는 "여자아이는 얌전하고 조용하며, 규칙이나 지시에 순응해야 한다는 사회·문화적 규범이 있다"며 "자신에게 허용되지 않는 증상을 감추기 위해 '조용한' 형태로 증상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뮬런버그대 심리학과 마크 시우토 교수가 오하이오 지역의 초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에서도 여아의 ADHD 증상에 대한 치료의 필요성을 남아보다 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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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은 여아의 ADHD 증상에 대한 치료의 필요성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때 치료 못 하면 우울증·가스라이팅 위험 커져

그러나 어렸을 때 ADHD를 조기에 진단하고, ADHD와의 '공생법'을 터득하지 못하면 성인기의 삶은 괴로워진다. ADHD 진단을 받은 아동의 50~65%는 성인기까지도 증상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심하지 않은 잔존 증상은 90%에서 남는다는 보고도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ADHD는 크나큰 걸림돌이 된다. 김의정 교수는 "성인 ADHD 환자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처리해야 하는 업무 능력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ADHD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고 생각해 치료를 방치하면 더 큰 문제를 부른다"고 말했다. 심하면 충동적 성향으로 인한 알코올 남용, 반사회적 인격 장애, 무분별한 돈 관리, 직업 상실 등으로 인해 사회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연구에 따르면 성인 ADHD 환자의 85% 이상이 불안장애, 기분장애, 충동조절장애, 물질사용장애 등 다른 공존 질환을 경험한다.

심지어 ADHD 환자들은 '가스라이팅'에 노출될 위험도 크다. 가스라이팅은 정서적 학대를 통해 행위자에게 의존하게끔 만드는 일종의 세뇌를 의미한다. 남편이 아내를 심리적으로 몰아가는 내용의 연극 <가스등>에서 유래됐다. 신지수 임상심리학자는 "ADHD 환자들은 평생 비난을 받으며 살고, 스스로 자기 자신을 비난하기도 한다"며 "자신을 향한 비난이 반복되면 점차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따르는 게 타당하다고 느끼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을 잘 알아보는 경향이 있다"며 "ADHD를 앓고 있는 여성들은 당연히 더 좋은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약물치료로 개선 가능, '극복' 아닌 '인정'해야

ADHD 환자들은 자신의 고민을 주변에 털어놓아도 제대로 공감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냥 성격 탓일 거야" "누구나 그런 면이 있어"라는 등 말에 가려져 진단이 더욱 늦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그동안 살아오면서 유독 실수가 잦았거나, 부주의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면 ADHD 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아래 <표>를 통해 간이 진단도 가능하다. ADHD는 적절한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을 통해 사회 생활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호전될 수 있다. 김의정 교수는 "ADHD는 뇌에서 주의력, 충동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 이상으로 인해 발생한다"며 "따라서 뇌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교정하기 위한 약물치료가 ADHD 치료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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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ADHD 간이 진단표. 초록색 박스에 4개 이상 해당되면 추가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사진=이대목동병원 제공
다만, 신지수 임상심리학자는 ADHD 환자들에게 '극복하려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는 "ADHD는 개인이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며 "우울증 환자에게 '네가 극복해라'라고 말하지 않듯, ADHD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이따금씩 여전히 잘못 내린 버스 정거장에 앉아 이따금 눈물을 터트리곤 한다"며 "누구에게나 있는 결핍이 ADHD라는 이름으로 왔을 뿐, ADHD라는 이유로 자신의 한계를 단정 짓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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